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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92, Sep 2022

김용호
Kim Yongho

사진의 모든 것
김용호의 모든 모던

● 최연하 독립큐레이터, 사진평론가 ● 이미지 작가 제공

현대자동차 ‘Live brilliant: 소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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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하 독립큐레이터, 사진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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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는 사진으로 할 수 있는, 사진이기에 가능한 전 영역을 시도하고 실행한 드문 행보를 보여왔다. 예술, 인물, 정물, 광고, 다큐멘터리, 거리 등 장르의 경계를 지우며 ‘광고 사진 같은 다큐멘터리, 예술 작품 같은 광고 사진, 스냅사진처럼 보이나 정교한 세팅을 거친 구성 사진…’을 발표한다. ‘김용호 스타일’은 갈수록 세련미가 더해지고 사진의 스토리가 풍부해지면서 20여 년 넘게 많은 호응을 얻게 된다. 장르 간 경계를 와해하다 보니 상업사진은 더욱 예술적으로, 예술 사진은 광고 사진처럼 관능미가 더해져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대중과 접속할 수 있는 다층의 지점이 생겼다. 사진의 모든 것을 끌어안고 세계-대상을 감각하는 작가의 시각이 구체화되어 김용호의 레테르(letter), “모든 모던(Modeun modern)”1)이 탄생했으리라.

주지하다시피, 사진은 모더니즘과 함께 자신의 지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사진사(史) 초기에 부르주아지들의 취향을 자극해 그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사진이 일조한다. 이 시기에 사진은 초기의 열악한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사진 산업을 이루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또한 양차 세계대전 사이에 유럽을 중심으로 사진 문화가 화려하게 개화한 것, 68혁명 이후 포스트 모던 시대를 주도했다는 것만 살펴도 사진은 지극히 모던한 매체임을 알 수 있다. 더욱 중요한 부분은 사진의 구체적인 미학이 모더니즘 시기에 정립되었다는 것이다. (모던에 반(反)하는 것들을 헤아리면 현대(동시대)사진의 어법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진에서 모더니즘은 그린버그식의 강력한 매체 프레임을 형성한다.



디지코 KT ‘아름다운 신세계’



바로 프레이밍(framing)과 톤(tone)이라는 견고한 형식을 갖추고, 내용적인 면에서는 새롭고 아름다운 것을 추구해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을 창출한 것이다. 모던의 양상은 시기별, 대륙별로 각양각색이었지만 사진에서의 모던은 미국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에 의해 정립·발전된 것에 주목했다. 자국의 새로운 사진 양식을 독자적으로 꾸리기 위한 전략과 실천이 미국에서는 스티글리츠를 중심으로 형성된 것이다. ‘사진 매체만의 자율성’, 모던은 매체의 자율성을 창안하며 오직 사진이기에, 사진만이 할 수 있는, 사진이어서 가능한 것들을 중심으로 사진의 힘을 강화하며 사진의 자장을 견고히 했다.

김용호는 모더니즘이 기치로 내세운 사진의 형식미를 고수하며 새로운 ‘언어’를 직조한다. 그런데 ‘말이 없는 사진’에 어떻게 말을 심을 수 있을까. 사진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사진은 코드가 있는 메시지이자 코드 없는 메시지’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순수한 1차 의미는 디노테이션(denotation)으로, 외시 의미가 함의한 바를 코노테이션(connotation)이라고 지칭하며, 사진에서 의미가 발생하는 경위를 살핀다. 또한 퍼스(C.S. Peirce)의 기호론 3항인 인덱스(index), 상징(symbol), 도상(icon)은 사진을 코드화해 사진 리터러시(literacy)를 가능하게 했다. 사진은 3차원의 공간(대상)을 2차원으로 그대로 옮긴 것이니 ‘도상’이고, 분명히 존재했던 것(인물, 사물, 풍경)에 닿았던 ‘빛’을 기록한 것, 즉 물리적으로 대상과 인접해있으니 ‘인덱스’이고, 이미지 해석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상징’성을 확보한다. 사진에서 스토리텔링을 중요하게 여긴 김용호가 자신의 책을 ‘포토 랭귀지(Photo Language)’라 명명한 이유가 아닐까.2)



<한국문화예술명인> 이어령 이미지



김용호는 『포토 랭귀지』에서 ‘빛의 언어’(‘Photo’의 어원인 Phos는 ‘빛’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Photo Language’는 빛의 언어다)인 사진의 본질을 추구하는 그의 사진관(觀)을 작품과 글로 촘촘히 엮었다. 작가의 사진력(歷)이 잘 정리된 앤솔로지(anthology)북이라 할만하다. 김용호는 사진에 어떻게 의미를 담을 수 있을지, 사진 스스로 말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 이를 위해 ‘상징과 도상과 인덱스’를 적극적으로 결합-구성하거나 사진 속 의미를 풍요롭게 하기 위해 인문학적인 코노테이션을 유려하게 심는다. 사진을 촬영할 때는 작업을 위한 아이디어 스케치를 시작으로, 촬영을 위한 정교한 세트를 구축한다. 그런 후 작품에 캐스팅할 오브제(소품)를 선정하고 사진적 구도를 살펴 조명과 컬러감 등을 고려해 촬영한다. 간혹 작가가 의도치 않은 가운데 우연히 떨어진 한 컷이 작품이 될 때도 있지만 대개는 엄격한 촬영 프로세스를 견지하며 이뤄진 것이다.



<매화>



 “사진가로서 절대적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만 예쁘기만 한 것은 생명력이 짧다. 사진은 아름답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해야 한다. 단순한 시간의 기록자가 아니라 사진작가라면,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철학자의 자세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김용호, 『포토 랭귀지』, p. 194)


『보그』 ‘A.I.특집’



“내 작품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스토리텔링’이다. 언젠가부터 사진을 찍을 때면 이미지보다 먼저 이야기를 떠올렸다. 아름다움 자체를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 아름다움이 어디서 왔는가를 함께 들려주면 작품의 의미와 가치가 훨씬 높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용호, 『포토 랭귀지』, p. 38)



‘서울디자인페스티벌’ <피안> 
전시 전경 2011 코엑스



사진에 대한 김용호의 이런 깊은 시각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그에게 사진은 세상을 직시하고 삶을 성찰해 의미를 발견하고 존재론적인 은유를 창조해가는 과정이다. ‘빛=로고스’를 향해 가는 구도의 여정이고 그 길에서의 인연을 무엇보다 귀하게 여긴다. 작가와 사진으로 인연이 된 사람 백남준, 이어령, 진옥섭, 김백선… 그리고 김혜수, 장동건, 이혜영… 길 위에서 만난 하늘과 바람과 꽃과 나무… 친지의 몸뚱이들과 연못의 연(蓮)까지, 작가가 관계 맺은 인연들이 인드라망처럼 이어져 작가의 사진 생태계를 형성했다. 특히 연(蓮)과의 아름다운 인연은 작가의 사진 세계를 한 차원 높여 이곳과 저곳을 연결한다. “오랜만에 다이빙 슈트를 꺼내 입고 연 밭에 들어갔다. 발이 푹푹 빠지는 펄을 걷다가 맘에 드는 풍경을 만나면 물에 누워 하늘을 봤다. 그렇게 만난 풍경은 지금까지 내가 알던 세상과 너무도 달랐다. (중략) 꿈같은 세상을 보고 있는 나와 그런 나를 지켜보고 있는 또 다른 나를 상상했다.”3) 사진 속에는 둥근 연이파리가 하늘을 떠받치고 있었고, 이슬 한 방울 구름을 품은 바람 한 줄기가 묘연히 지나가고 있었다. 세계와 삶의 신비가 아름답게 포착된 사진이다.



<몸 - 채집된 몸>



처음부터 사진의 탄생은 결합할 수 없었던 두 개의 세계가 만나 역설과 모순을 낳아왔다. 포토(photo, ‘빛’)라는 자연(nature)과 그래피(graphy, ‘그림’, ‘문자’)라는 컬처(culture)의 결합으로 대상의 본질을 자연스럽게 드러내 관람객과 소통하려는 의지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사진이 어디에서 어떤 형식으로 발표되는지, 맥락에 따라 의미와 형식이 변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관람객(독자)을 만나기 위한 각각의 언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용호가 발굴한 ‘포토 랭귀지’는 적재적소에서 관람객과 소통하기 위한 ‘몸짓-이미지-말’이다. 미끈하고 수려하게, 거칠고 과감하게, 느리고 희미하게, 침묵으로… 다가가 천변만화하는 사진의 말을 구사하는 김용호의 모든 사진 언어를 탐독해야 할 이유다. 삶과 사진, 혹은 삶에 대한 태도와 사진에 대한 태도가 불가분의 관계 속에 놓인, 인생사에 농염해진 사람이 찍어낸 사진 앞에서 우리는 울림이 증폭되는 경험을 하지 않을까. PA



<김용호의 제주 영상전: blow blow blow> 전시 전경 
2017 해비치 호텔 & 리조트 제주/ SMT Tokyo



작가 김용호는 오랜 시간 『보그』, 『하퍼스 바자』, 『GQ』 등 매거진의 패션 사진 작업과 현대카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KT 등 기업의 광고 이미지를 촬영해왔다. 상업사진과 예술 사진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는 2003년 <한국문화예술명인>을 시작으로 2011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 <피안>, 2012년 현대카드 광고 사진전 <우아한 인생>, 2017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4차 미디어아트: 포스트휴먼>, 2021년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등을 통해 작업을 선보인 바 있으며, 올해 이어령 사진전 <모던 보이와 함께한 오후들: 目前心後>와 <언커머셜: 한국 상업 사진, 1984년 이후> 등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각주]
1) ‘모든 모던(Modeun modern)’은 2013년 김용호의 사진집 타이틀이다. 모든 ‘모던’함을 지향하는 자신의 사진 철학을 언어유희로 조어한 것이다.
2) 김용호는 2022년 6월에 『포토 랭귀지(Photo Language)』(몽스북, 2022)를 발간했다.
3) 김용호, 『포토 랭귀지』, p.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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