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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87, Apr 2022

길버트 앤 조지
Gilbert & George

종교, 인종, 부패, 질병, 성, 죽음에 대한 진심

이 세상에 내 마음을 백퍼센트 이해하고 나의 아이디어를 지지해주며 게다가 육체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면, 이는 어마어마한 축복이다. 길버트와 조지가 그렇다. 게다가 그들의 이런 축복은 장장 55년이나 지속되고 있다. 함께 구축한 이야기로 두 세기의 미술을 휘어잡고,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키는 뚜렷한 윤곽선과 밝은 색채로 가히 유일무이한 작품을 완성하고 있는 이 슈트 커플은 모두의 부러움 속에서 현재를 이끌고 있다.
● 정일주 편집장 ● 이미지 Lehmann Maupin 제공

'Waking' 2013 High Line, New York 2013 Courtesy the artist, High Line Art, New York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Photo: Timothy Schen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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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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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출신의 길버트 프루시(Gilbert Proesch)와 영국 출신의 조지 패스모어(George Passmore)는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처음 만나 그룹을 결성했다. 각각 1943년, 1942년생인 그들은 서로를 조력자가 아닌 하나의 예술가로 여기며 조각과 공연에 뿌리를 두고 1967년부터 사진, 그림, 영상 등 다방면으로 예술 세계를 그려왔다. 젊은 개념미술가 세대에 속한 이들에게 현대 미술이 재밌고 매력적이었을 리 만무하다. 정해진 공간에서 조각을 만드는 것이 부질없다고 느낀 이들은 작업실을 박차고 거리로 나가 ‘살아있는 조각(Living Sculpture)’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신체를 조각으로 간주했던 두 사람의 <노래하는 조각(The Singing Sculpture)>(1969)은 여러 이론서에 등장할 만큼 유명하다. 길

버트와 조지는 정장을 차려 입고 얼굴에는 금색 물감을 바르고서 테이블 위에 포즈를 잡고 서서는 카세트 레코드에서 흘러나오는 <아치 아래에서(Underneath the Arches)>(1931)라는 노래에 맞춰 마치 로봇처럼 딱딱하게 춤을 추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영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이 곡은 대공황 기간 동안 철도 아치 밑에서 추운 밤을 보내는 노숙자들을 주제로 한 노래였다. 두 미술가는 노래가 끝나면 한 명씩 교대로 테이블에서 내려와 카세트테이프를 다시 앞으로 돌리고 똑같은 퍼포먼스를 되풀이했다. 그들 스스로가 작품의 주제이자 표현 매체였던 <노래하는 조각>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적으로 수차례 재연되었다. 보통 6분 정도 지속됐지만 일부 긴 버전은 8시간을 넘기도 했다.



<Existers> 1984 Mixed media 241×351cm 
ARTIST ROOMS Tate and National Galleries 
of Scotland © Gilbert & George



둘이 함께 술 먹는 밤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기도 하고 익숙한 사물과 장소들에 기초한 미술을 만들던 그들은 1970년대 중반부터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키는 뚜렷한 윤곽선과 밝은 색채가 트레이드마크인 그래픽 작업을 선보였다. 성적이고 뇌쇄적이며, 편협하고 극단적인 민족주의를 상징하는 이미지들로 자화상을 표현하는 실험을 하던 이들은 1990년대에 이르러 자신들의 분비액이 확대된 이미지를 작품에 포함시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980년대부터 길버트 앤 조지의 작업엔 점점 더 젊은 남성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처음으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 때, 듀오는 우선 런던 동부에 있는 집 창문을 통해 촬영했다고 한다. 몇 년 간의 은밀한 사진 촬영 후에야 그들은 낯선 사람을 모델로 초대하기 시작했다.

홈 스튜디오에 전문적 사진 장비를 설치한 예술가들은 젊은이들에게 예술적 통제를 강화해 이미지를 포착했다. 1984년 완성된 <존재(Existers)>에는 작가가 지시했을법한 포즈로 조직된 개인들이 잘 드러난다. 청소년이거나 더러 아이같이 보이는 모델들은 꿋꿋이 여러 방향을 응시하고 땅이나 허벅지를 손으로 단단히 누르거나 양팔을 쳐 든 포즈로 뭔가 엄청난 신념을 드러낸다. 한 평론가와의 인터뷰에서 “모델을 사용할 때 우리는 모델을 완전히 아름답게 만드는 데 모든 힘을 기울였다”는 듀오의 설명처럼 작품 속 남자들은 젊고 생기발랄하며 예쁘다.

삶과 예술 사이 불가분의 관계를 드러내는 ‘Living Sculpture’로 자신들이 선언한 “모두를 위한 예술(Art for All)”을 리드해 온 듀오는 2019년 서울에서 개인전 <THE BEARD PICTURES>를 선보였다. 맥주 거품, 꽃, 철조망으로 만든 상징적 수염과 우리 주변에서 쉬이 마주치는 거리 표지판, 그라피티, 은행나무의 이미지를 집적한 거대한 그림들은 도시 환경 더 나아가 현대 사회의 변화와 격변에 대해 길버트 앤 조지 나름의 접근이었다. 전시작들 전반에 ‘인구통계(demographics)’가 직접적으로 작동됐다는데 이 특이한 레퍼런스는 금기, 페티쉬, 정치적 격변 등 인류와 시대를 잇는 요소들에 대한 아티스트의 관심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었다.



<BEARD GREEN ALARMS> 2016 
Mixed media 377×506cm Courtesy 
the artists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 Gilbert & George



서울에 마련된 길버트 앤 조지의 작업 정서에 대해 영국 소설가 마이클 브레이스웰(Michael Bracewell)은 말했다. “(전시에 선보이는) 연작은 폭력적이고, 기괴하며, 노골적인 동시에 광적이다. 그들은 파괴와, 광기 어린 편집증적 세계를 마치 꿈처럼 보여준다… 타협이 존재하지 않는 이성을 상실한 세계. 길버트 앤 조지는 이 연작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강렬하고 새빨갛게, 무언가를 응시하는 멍한 모습으로 험악하게 묘사한다. 또한 역사를 무분별한 행진으로 바꾸는가 하면, 공상과학, 자각몽(自覺夢), 빅토리아 시대의 캐리커처를 넘나들며 분위기를 변화시킨다… 망가진 미학과 가치가 뒤바뀐 혼돈 속에서, 모든 것은 광적인 표상과 극도의 심각함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드러난다.”

한편 2011년 완성한 <London Bomb>도 많은 얘기를 낳는다. 마리화나 담배, 폭격기, 폭격 그리고 테러를 드러내는 ‘Bomb’을 타이틀에 내건 작품들은 지금까지 길버트 앤 조지의 작품 중 가장 오싹한 이미지들이며 현실세계에 자행되는 전쟁 등과 긴밀히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완성하기에 앞서 2007년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 석 달 간 개최한 전시에 그들은 ‘Bomb’을 제목으로 한 14m에 이르는 삼부작과 5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삼부작에는 도시에서 가장 높은 생명체이자 자연의 연속성을 상징하는 런던 플레인 트리가 등장했는데 작가들은 재생과 희망을 암시하는 수백만 개의 씨앗에 주제의 방점을 찍었다. 그들은 스스로 경비원, 목격자 그리고 잿더미 속에 서 있는 폭발하는 원자 존재로 역할을 달리하며 작품에 등장했다.

이 작품의 주요 구성 요소는 다름 아닌 136개의 샌드위치 보드 포스터. 이는 길버트 앤 조지가 2년 넘게 수집한 런던의 『이브닝 스탠다드(Evening Standard)』의 헤드라인으로 이 중 13개는 폭격기, 19개는 폭격기, 15개는 폭탄, 16개는 폭격, 14개는 폭탄, 29개는 테러에 관한 것이었다. 작품이 폭탄 위협과 테러 경보에 노출되는 일상적이고 현대적인 거리 풍경으로 보이길 원한 길버트 앤 조지의 의도처럼 마침 전시 직전 런던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와 맞물려 전시작들은 기념비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며 궁극적 희생을 상징하기도 했다.



Installation view of <NEW NORMAL PICTURES>
 Lehmann Maupin, New York September 9
-November 6, 2021 Photo: Daniel Kukla



“(전시 작품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만든 사진 중 가장 소름끼치는 이미지다. 우리는 예술가로서 이 주제에 대해 특별한 생각과 감정을 가져올 수 있었고 미디어나 종교 지도자, 정치인이 하기 어려운 것을 해내리라 믿는다”는 당시 그들의 말은 이 시리즈들의 존재 가치를 대변한다.  

흑백 사진을 연속적으로 또는 그룹화한 다음 컬러 사진을 만들고 이후 대담한 색상을 도입해 기념비적 규모로 하나 이상의 그림을 포함하는 실험을 진행해 온 두 사람은 공통된 모티브와 개념적, 형식적 요소를 바탕으로 종교, 섹슈얼리티, 인종과 정체성, 대도시에서의 삶의 의미, 서로 다른 문화적 전통과 가치의 근접성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긴장과 욕망을 피력하고 있다. 늘 유행이 지난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길버트 앤 조지는 현재 재단(Gilbert & George Art Foundation)을 만들고 있다. 두 사람이 오랜 간 머물러 온, 그들의 집이자 주제인 런던 이스트엔드에 위치할 재단의 아트센터에는 전시 공간도 포함될 예정으로 정확하지 않지만 올 하반기 오픈을 앞두고 있다. 우리는 안다. 스스로의 작품에 대해 애매모호하고 종종 모순적인 발언을 하며 차분하고 냉정한 태도를 드러내왔지만 그들의 총천연색 미래는 여전히 뜨거운 논란을 품고 있다는 것을.PA



Portrait of Gilbert & George 2021 Courtesy 
the artists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 Gilbert & George



작가 길버트 앤 조지는 독일 뮌헨 예술학교와 영국 옥스포드 예술학교를 각각 졸업한 후 1967년 영국 런던의 세인트 마틴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스웨덴 스톡홀름 모더나뮤제,  프랑스 루마 아를, 헝가리 부다페스트 루드비히 현대미술관, 호주 태즈매니아의 모나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모나코 국립현대미술관, 독일 함부르크의 다이치토르할렌, 네덜란드 크뢸러 뮐러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드 영 미술관 그리고 영국의 테이트 모던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1986년 ‘터너상(Turner Prize)’을 비롯해 1989년에는 ‘로스앤젤레스 특별 국제상’, 2007년 ‘사우스 뱅크 상(South Bank Award)’과 ‘로렌초 일 마니피코(Lorenzo il Magnifico)’ 평생 공로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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