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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82, Nov 2021

시니어 예술

Art for Seniors

● 기획 · 진행 김미혜 기자

Happy Older People MDI Networking Event Photo: Pete Ca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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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용 예술경영지원센터 시각예술기반팀장,김미혜 기자,이은미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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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지난 8월 발표한 「저출산·고령화 대책 성과분석 및 인구구조 변화 대응실태」는 우리나라에 곧 엄습할 에이지 퀘이크(Age-quake)*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장래 인구추계를 바탕으로 예측한 결과 전국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17년 707만 명(13.8%)에서 50년 후인 2067년 1,827만 명(49.5%)으로 증가하고, 2117년에는 79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52.8%)을 넘어선다. 현재 60만 명(1.2%)인 85세 이상 초고령 인구는 100년 후 19.3%p 증가한 309만 명을 기록, 5명의 1명꼴이 될 전망이다. 인생 후반기 삶에 관한 고민은 이제 예외 없이 모두의 화두이며,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의 삶’을 위한 예술의 필요성 역시 점차 대두되고 있다. 이번 특집은 먼저 시니어 예술의 역할과 의의를 개괄적으로 톺고, 인터뷰를 통한 해외 미술관의 프로그램 현황을 살핀 뒤, 국내 시니어 문화예술 제도와 발전 방향을 모색하며 마무리된다. 예술과 함께 나이 드는 삶을 꿈꾸는 당신, 그 밑그림을 그려보자.



[각주]
* 영국 인구학자이자 작가인 폴 월리스(Paul Wallace)가 만든 ‘연령(age)’과 ‘지진(earthquake)’의 합성어로,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발생하는 사회 문제를 일컫는다.



SPECIAL FEATURE  No. 1
웰에이징 시대와 문화예술_권은용  

SPECIAL FEATURE No. 2
해외 시니어 아트 프로그램:
액티브 시니어 예술_김미혜  

SPECIAL FEATURE No. 3
국내 시니어 아트 프로그램:
국립현대미술관 사례를 중심으로_이은미






Meet Me at MoMA





Special Feature No. 1

웰에이징 시대와 문화예술

● 권은용 예술경영지원센터 시각예술기반팀장



대한민국의 평균 연령은 몇 살일까?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연령별 인구통계 발표에 따르면 2021년 6월 말 기준, 대한민국의 평균 나이는 43세다. 이는 2008년의 평균 나이인 37세보다 6세 증가한 숫자다. 같은 조사에서 인구비중은 50대(16.6%), 40대(15.9%), 60대(13.5%), 30대(13.1%), 20대(13.1%), 70대 이상(11.1%), 10대 (9.2%), 10대 미만(7.5%)으로 분석하는데, 그 말인즉슨 인구 중 40대 이상의 비율이 70%에 달한다는 것이다. 10대와 그 미만의 비율을 보았을 때 이 추세는 훨씬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며, 고령화와 인구절벽 등 막연하게 느껴지는 단어들을 구체적으로 실감하게 해준다. 이러한 수치는 우리 사회가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객관적 지표를 통해 볼 수 있도록 해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고령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숫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노인의 기준은 65세이며, 사회의 고령화를 측정할 때 역시 65세가 기준이 된다. UN은 65세를 기준으로 고령화를 구분하는데,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를 넘게 되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되고, 2060년이 되면 인구의 44%가 65세 이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연장자인 나라가 될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노인(老人)은 사전적으로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다’와 ‘늙다’의 개념이 추상적인 만큼 그 기준과 대상 역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보건복지부는 UN의 기준과 동일하게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정의하지만, 고용노동부의 고령자 기준은 55세 이상이다. 지칭하는 용어 역시 노인, 어르신, 고령자, 시니어 등 다양하다. 이는 노인이라는 단어에 입혀진 인식의 변화에서 비롯하는데, 과거의 노인이 섬기고 존중해야 하는 공동체의 ‘구루’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현재의 노인은 해결해야 하는 ‘(노인)문제’이자 사회적 비용을 들여 돌보아야 하는 존재이며 사회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통과 논의가 불가능한 대상이다. ‘연령차별(ageism)’은 1969년 노인의학 전문의인 로버트 버틀러(Robert Butrer)가 사용한 용어로 연령에 따른 차별을 의미하지만 주로 노인에 대한 차별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고령화가 전 지구적인 상황인 것을 반영하듯이 연령차별은 대부분의 국가가 겪고 있는 사회문제다. 다만 고령화 속도가 그러하듯 우리의 연령차별은 빠르고 극단적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한국의 노인차별은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고 노인들은 장애인, 여성만큼 본인들이 차별받고 있다고 느낀다.


노화는 전 인류가 겪게 되는 보편적인 변화지만 정서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매우 성숙하고 잘 준비된 소수를 제외하고, 자신의 노화를 장밋빛으로 그리면서 고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는 이 시기 건강과 체력의 변화, 은퇴와 경제활동의 축소, 배우자나 다른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을 경험하고 이것은 때로 1인가구화,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전의 생애주기를 관통하는 공통된 경험이 입학과 졸업, 결혼과 출산, 경제활동 등 생산성과 성취, 성장과 확산이라면 노년기 생애주기의 경험은 이전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상실감, 자존감의 하락, 역할의 변화에 따른 정체성의 혼란, 신체적 기능 저하에 따른 무기력감과 좌절감이 노년기의 공통적인 경험이 된다. 생명연장의 꿈이 이뤄지자 마자 인류는 ‘행복한 노후를 위한 삶의 질 향상’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맞이하게 되었다.




Van Gogh Meets Program
at the Van Gogh Museum in Amsterdam



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로 진입했던 다른 나라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자 했을까? 의식주에 대한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게 되자 자연스럽게 행복지수가 중요한 지표로 부상하게 되었고 일상에서 문화예술이 제공하는 행복감과 만족감이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논의로 확정된 것처럼, 같은 맥락에서 문화예술의 중요성과 역할이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막연한 만족감의 상승보다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문화예술향유가 시니어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초기에는 치매 환자, 요양병원 내 있는 제한적인 대상으로 문화예술의 치료적 효과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었으나 점차 일상에서의 기여로 연구 주제들이 확장된다. 대부분의 보고서는 생산적인 여가활동에 대한 참여가 시니어의 삶의 만족도와 자아 존중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우울감과 고독감, 자살 위협의 감소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유사하게 창의성은 보다 능동적이고 행복한 인생을 영위하기 위한 노년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연구되기 시작했으며, 창의성 증진과 창의적 활동이 건강하고 주체적인 노년기를 보내기 위한 의미 있는 개념으로 발전되고 있다.


구체적인 연구를 통해 문화예술이 발생시키는 실제적인 효과를 측정하고자 했던 시도들을 살펴보자. 2015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 연구팀은 예술인문회(Art and Humanity Research Council)의 후원을 받아 영국 내 32개 미술관과 협력해 미술관 복지 측정 방법(Museum Well Being Toolkit)을 개발했다. 문화예술이 발생시키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 정서적 쾌락과 행복의 측정을 주요 지표로 행복감, 소속감, 편안함, 안정감, 다른 사람과의 어울림과 그에 대한 만족도를 측정하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발표된 이래 영국은 물론 유럽 지역의 미술관 그리고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대한 성과측정을 위해 이용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고흐 미술관(Van Gogh Museum)은 이 지표를 활용해 자신들의 시니어 프로그램의 결과를 측정했다. 프로젝트 추진 배경에는 네덜란드의 고령화 문제가 있다. 네덜란드는 2041년 고령 인구가 인구의 26%에 해당할 것으로 예측하며 그 중 30% 이상이 80세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에 따라 문화예술 기관은 연령대가 높아지는 관람객과 소통하고, 재사회화 경험을 제공하면서 지역사회에 기여할 것을 요구받고 있으며 반 고흐 미술관 역시 2014-2017년 중장기 계획에 고령화 사회에 대한 준비를 포함시키고 그 일환으로 ‘노인 반고흐를 만나다(Elderly meet Van Gogh, Art Makes Man)’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프로그램은 미술관 내외에서 70세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교육, 투어, 워크숍 등으로 구성되었고 총 466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복지측정 지표를 위한 항목인 행복감, 참여도, 편안함, 타인과의 어울림의 항목에 매우 긍정적인 답변을 제출했다. 특히 편안함과 타인과의 어울림의 항목에 대해 응답자의 다수가 최고점을 표시했으며. 이는 노인에 대한 문화예술 교육이 감정적인 만족감을 제공하면서 복지향상에 기여하고, 미술관에서의 노인 교육이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는 수단이 되는 심리적 복지를 제공한다는 이전의 연구들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응답자들은 91%가 본인이 참가한 프로그램이 가치 경험이었다고 응답했는데,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것 그리고 그것을 본인의 경험과 연결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창의적인 활동이 될 수 있다고 인지했으며, 이 경험을 같이 참여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즐거움이 인상적이었다고 답했다.


창작활동이 주는 표현의 즐거움 역시 높은 비율을 차지했는데 전문적인 능력의 배양, 새로운 여가활동 습득, 평가를 나누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그룹 내에서의 소통이 중요한 경험으로 측정되었다. 보고서는 교육과정이 또한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하면서 프로그램 참가자의 미술관이 편하게 느껴졌고(응답자의 88%), 후속 프로그램에 참여하겠으며(85%), 시니어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전시관람 및 기타활동을 위해 미술관을 방문하겠다(63%)로 답했다. 반고흐 미술관의 사례는 시니어의 문화예술향유가 발전에 대한 욕구, 새로운 자극에 대한 호기심, 사회적 만족감의 증대에 기여하면서 참가자의 심리적 복지와 관련된 행복과 쾌락에 해당하는 지표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타인과 관계 맺는 즐거움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해 시니어의 사회화에도 의미 있는 작용을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Seniors’ Program “What Does ‘Senior’ Mean?

Who Are Seniors?”related to the exhibitions

<N. S. Harsha: Charming Journey>  &

<MAM Project 023: Agatha Gothe-Snape>, Mori Art Museum,

Tokyo Courtesy of Mori Art Museum, Tokyo

Photo: Mikuriya Shinichiro




국내에서 시니어의 문화예술 향유에 대한 논의는 2003년 예술복지의 개념과 함께 시작됐다.『노인 문화복지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안 연구』(문화예술관광연구원, 2005), 『노인 문화예술교육 모델 발굴 연구』(한국문화예슬교육진흥원, 2010) 등 정책과 지원을 위한 연구들이 선행되었다. 초기에 주로 복지관이나 노인대학, 요양병원 등에서의 여가활동으로 진행되던 시니어 프로그램은 노년의 삶과 문화예술에 대한 논의와 지원을 통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어르신 문화학교, 문화로 청춘’(한국문화원연합회), ‘노인 복지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꿈꾸는 청춘예술대학’(서울문화재단), ‘인생나눔교실’(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대표적인 프로그램들이 자리 잡았고 미술관, 극장 등 문화예술 기관들도 자체적인 시니어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점차 늘려나가는 추세를 보인다.


2018년 한국문화예술교육원은 문화예술교육 효과연구를 통해 생애주기별 문화예술 향유의 효과를 측정했는데, 이 연구는 연령대별로 문화예술이 향유자에게 다른 효과를 제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과를 거칠게 요약하면, 유아(7세 이하)는 문화수용력과 공감능력, 아동(8-13세)은 자기표현력과 행복감이, 청소년(14-19세)은 행복감과 자아존중감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는데 성인과 노인의 경우 공통적으로 행복감이 두드러지게 상승했으며, 성인(20-64세)은 자기표현력에서, 노인(65세 이상)은 자아존중감에서 큰 변화를 보였다. 노인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때 행복감과 자아존중감을 느낀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결과지만, 이것이 청소년기 응답자와 같은 항목들이라는 것은 생각해야 하는 여지를 준다. 인생의 질풍노도시기를 보내는 청소년기를 이야기할 때 정체성의 확립, 또래집단에 대한 욕구, 스스로 정의하는 자아와 사회가 규정하는 존재의 불일치 등을 말하는데, 노년기에 겪게 되는 전환이나 변화들이 사춘기 청소년이 겪고 있는 변화만큼 다양하고 복합적이라는 것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소년들이 그 시기를 잘 지날 수 있도록 문화예술이 기여하는 것처럼, 노인들에게 역시 문화예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인이라는 단어는 느슨한 개념이다. 신체적 성장과 정규교육이 종료된 시점부터 개인의 삶과 경험은 무한대의 경우의 수로 확장한다. 행정적 기준이 되는 나이를 제외하면 노년기에 속하는 사람들은 교육 정도, 사회적 지위, 경제적 안정성에 따라 다른 노년을 경험하며 문화예술에 대한 기대와 수요 역시 각양각색이다. 다양한 논의와 지원을 통해 문화예술이 가지는 사회적 기능이 확장될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 모두가 은퇴 이후에도 새로운 자극에 노출되고 미적이고 창의적인 작품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받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PA  




글쓴이 권은용은 예술경영을 공부하고 시니어와 시각예술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시각예술 국제교류와 문화예술향유 확산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Happy Older People,

National Museums Liverpool Photo: Pete Carr




Special Feature No. 2

해외 시니어 아트 프로그램: 액티브 시니어 예술

● 김미혜 기자



생물학적으로 노화(ageing)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분자와 세포가 손상되고 그것이 누적되는 현상에서 비롯한다. 신체적·정신적 능력은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질병 노출 위험도는 높아지는 이 변화의 양상은 선형적이지도, 일관적이지도 않다. 그중 대뇌 신경 세포 손상에 말미암아 지능, 의지, 기억이 지속적·본질적으로 감소하는 치매는 노화로 인한 대표적 질병이기도 하다. 이에 관한 논의의 필요성이 정치·사회계를 넘어 예술계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본격 담의에 앞서 우리보다 먼저 산업혁명을 겪고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나라들이 현재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하여 미국 프라이 미술관(Frye Art Museum)의 조셉 로사(Joseph Rosa) 관장을 비롯 영국 리버풀 국립 뮤지엄(National Museums Liverpool) 던 캐롤(Dawn Carroll)과 호주 시드니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 야엘 필리포빅(Yael Filipovic) 프로그램 매니저에게 인터뷰를 청했고, 이들로부터 각 기관의 시니어 문화예술 인식에 관한 실질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An Art-Making Activity in the Artful Art and

Dementia Program, 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 2018 Photo: Jacquie Manning




미국: 세상을 바라보는 창을 내다

프라이 미술관은 1952년, 저명한 사업가이자 미술품 수집가였던 찰스 & 엠마 프라이(Charles and Emma Frye) 부부의 유산으로 설립됐다. 시애틀 내 유일한 무료 뮤지엄으로 매년 1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이곳은 시니어 문화예술 프로그램 ‘창의적 노화(Creative Aging)’를 선구적으로 개발해 선보인 기관이기도 하다. 시작은 2009년 미술관이 주최한 알츠하이머 서적 『잊는 것을 넘어: 알츠하이머에 관한 시와 산문(Beyond Forgetting: Poetry and Prose about Alzheimer’s Disease)』 낭독회로부터였다. 행사는 당시 알츠하이머의 가파른 증가세와 유행을 지역사회에 알리며 큰 호응을 얻었고, 미술관은 이듬해 비영리 단체 엘더와이즈(Elderwise)와 협업해 파일럿프로그램 ‘지금:여기(here:now)’를 실시했다. 알츠하이머 환자 5명과 돌봄 파트너들이 참여한 가운데 특별 훈련된 미술관 에듀케이터와 티칭 아티스트들의 주도로 갤러리와 스튜디오에서 작품에 관해 대화를 나누거나 예술작품을 직접 만들고 토론을 이어가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때 중요한 것은 미술관의 접근 방식이었는데, 정답과 오답이 없는 상황을 기조로 참여자들이 미술사적 정보나 단기 기억, 회상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느끼는 감정과 기억을 인식하고 공유해 자기표현과 실험을 하도록 장려했다.


파일럿프로그램 성료 후 ‘창의적 노화’는 치매를 앓고 있는 성인과 보호자들을 위한 ‘지금:여기’, 중증 치매 환자 대상의 집에서 만드는 창작예술 체험 ‘브리짓스(Bridges)’, 클래식 영화와 현대 영화의 짧은 클립을 상영하고 관객들의 토론과 경험을 공유하는 ‘밋 미 앳 더 무비(Meet Me at the Movie)’, 전문가 초청 창의·치매·건강노화 컨퍼런스 등 다양한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창의적 노화’ 오프라인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원은 8,700명,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5월 출시한 디지털 컨텐츠 방문자 수는 2만 4,000명을 넘어섰다. 또한 미술관은 지난해 ‘창의적 노화’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아트 온 더 마인드: 창의적 노화의 10년(Art on the Mind: Ten Years of Creative Aging)>을 개최해 이달 14일까지 선보인다. 프로그램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도 고무적이다. 치매 환자를 돌보고 있는 메리베스 블랙번(Marybeth Blackburn)은 다음과 같은 피드백을 남겼다. “언니는 루이소체치매(Lewy Body Dementia)를 앓고 있다. 이 병을 진단받은 사람들은 다양한 인지 상태를 보이는데, 크게 좋은 시간(Good Times), 나쁜 시간(Bad Times), 쇼타임(Showtimes)으로 나뉜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 통해 새로운 상태, ‘프라이 타임(Frye Time)’이 발견됐다. 우리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마다 서로가 공유하는 기억을 떠올리고 종종 이에 관해 깊은 대화를 나눈다. 프라이 타임은 치매 여정의 필수적인 부분이었고, 때론 어둡고 어려웠던 길을 밝게 비춰줬다.”


로사 관장에게 끝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느낀 시니어의 삶과 가치 그리고 예술이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역할에 관해 물었고,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노인의 생명과 가치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그들의 풍부한 삶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고 반대로 그들이 공동체의 일원임을 느낄 수 있는 새롭고 의미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참여 기회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노인들이 예술을 통해 기쁨과 존엄성을 느끼고 우정을 길러 삶이 풍부해지는 경험은 그 자체로 시니어 프로그램의 성공을 증명하는 것이다. 예술은 그렇게 인간의 존엄성을 높일 뿐 아니라 개인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창을 제공한다.”




Alzheimers Cafe of Creative Aging Programs,

Frye Art Museum Photo: Olli Tumelius




영국: 객체가 아닌 주체로 서다

잉글랜드 북서부에 위치한 리버풀은 인구 약 50만 명의 도시로 이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15% 정도다. 리버풀 국립 뮤지엄이 2014년 고안한 ‘행복한 노인들(Happy Older People, 이하 HOP)’은 시니어 예술참여 촉진을 위한 전문 네트워크로, 지역사회의 예술·문화·웰빙 활동과 노인을 연결해 궁극적으로 시민과 문화 단체 모두에 이익이 되는 ‘고령 친화(age-friendly)’ 도시 구축을 목표로 한다. HOP는 특히 교통 접근성이 좋지 않거나 소셜 네트워크로의 연결이 어려워 여가 및 문화 기회를 접하기 힘들고 사회적으로 고립돼 외로움을 느끼는 노인들에 주목한다. 노스웨스트 지역 유일한 네트워크인 HOP에는 656명 이상이 가입돼 있고 주변 도시들과 파트너십으로 연결돼 타도시 노인뿐 아니라 돌봄 파트너, 전문가까지 누구나 그 어떤 제약이나 조건 없이 가입 가능하다. 다만 한 가지, 아래의 가치관을 서로 반드시 공유해야 한다. ‘예술과 창조적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노인들의 건강과 복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노인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관점, 관심사, 기술 및 요구를 가진 개인임을 인식한다’, ‘서비스를 개발하고 모든 수준에서 필요한 교육을 제공해 노인들과 더 잘 소통하고 이해하도록 노력한다’, ‘사회에 대한 노인들의 긍정적 공헌을 기린다’, ‘예술문화 단체와 노인들의 의사소통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한다’, ‘노년층이 도시의 문화 제공과 시설 개발에 발언권을 갖도록 한다’.


HOP의 대표적 활동인 ‘HOP Pot’ 소액 보조금 제도는 매년 새로운 주제로 시니어 문화예술 참여 활동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조직에 약 300파운드를 지원하는 것이다. 범위는 미술품, 영화 제작, 작곡, 합창단, 춤, 직물 워크샵, 시, 사진 등 다양하지만, 중요 고려 사항은 바로 노인이 참여자뿐 아니라 창작자로 활동할 수 있는 ‘주체성’이다. 캐롤에 따르면 직접 전시회를 열거나, 공연을 기획해 선보이고, 작품 창작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고령자들에게 믿을 수 없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실제로 참여자들이 느낀 효과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접촉 수준 및 외부 활동 참여로 인한 사회적 고립 감소’, ‘즐거움과 새로운 형태의 활동을 통한 정신적 자극’, ‘춤, 걷기 등 신체활동 수준 증가’, ‘‘나에게 예술이 맞지 않는다’는 장벽 무너뜨리기’, ‘창작 및 문화 활동의 지속적인 참여 진행’.


HOP를 진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는지 묻자 캐롤은 2019년 10월 세계 노인의 날 행사를 꼽으며 “모두가 #AgeProud를 외치며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모습이 큰 감동을 줬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을 함께 자랑스러워하며 예술을 통해 ‘잘 살 수 있다’고 느끼는 일, 과연 이보다 더 좋은 영향이 있을까? 캐롤은 이야기한다.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관처럼, 예술에 대한 참여와 창조적 활동이 노인들의 건강과 복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 소극적인 소비자나 관람객이 아닌, 제작자와 예술가로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Participants in the Artful Art and Dementia Program,

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 2018  

Photo: Jacquie Manning




호주: 현재를 기념하는 사람들

시드니 현대미술관(MCA)의 ‘아트풀(Artful)’은 시드니대학 두뇌 정신 센터(Brain and Mind Centre, University of Sydney), 호주 치매학회(Dementia Australia)와 3년간의 협업 연구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한다. 이들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지속적이고 창의적인 예술 활동이 치매 환자의 뇌에 미치는 영향,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지표 변화 등에 관한 정량적 연구를 수행했고, 이를 토대로 한 프로그램을 2019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아트풀’의 핵심 접근법은 ‘현재’다. MCA는 연구에 앞서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 세계 프로그램들을 살폈고, 이들 중 대부분이 참여자들의 과거나 추억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을 발견했다. MCA는 그들이 동시대의 순간을 느끼고 기록하여 오늘의 삶을 잘 살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안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심리적 요인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만 했다. 정체성 혹은 인간성은 심리적 복지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치매에 걸린 사람은 그 즉시 ‘치매환자’ 혹은 ‘혼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기 일쑤고, 이런 낙인은 개인의 선택과 자율성, 존엄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정체성과 삶의 근본적 본질을 흔들리게 만든다. 이와 관련한 예로 필리포빅은 단어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는 언어 사용 방식을 개선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는 개인(individuals), 치매환자(person living with dementia), 돌봄 파트너(care partner) 등인데 이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개인의 위력을 떨어뜨리고 권한을 빼앗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래서 질병을 지칭하는 용어의 수를 줄이고 개인에 초점을 맞춰 모든 사람을 그들의 이름으로 부르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 참가자들에게 이 프로그램이 병에 대해 잊게 하고, 병에 의해서만 보여지거나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가치로 여겨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아트풀’은 매주 2시간씩 6번, 6주간 미술관을 방문해 현대 미술을 관람하거나 다과와 함께 창작미술을 제작하는 체험형 시간으로 구성되는데, 참가자들이 미술관을 방문하지 않는 날에도 사이사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집에서 아트풀(Artful at home)’ 팩이 함께 배포된다. 단기적 경험이 아닌 참가자들의 일상생활에서 관계와 의미를 형성한 6주간의 프로그램이 끝나면 분기별로 ‘아트풀 커뮤니티 데이(Artful Community Days)’를 개최해 작품을 전시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지금까지 3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아트풀’에 참여했고 참가자들은 참여 기간 서로 유기적 관계를 형성했는데, 특기할만한 점은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그 우정과 유대가 지속된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MCA는 최근 노령화된 원주민들과 토레스 해협 섬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 ‘방가와라 아트 야른스(bangawarra Art Yarns)’를 시작했다. 호주 원주민들(First Nations Austrailians)의 치매 발병률이 일반인들보다 약 5배 더 높고, 그 연령 역시 낮다는 점에 주목한 MCA는 전적으로 원주민이 설계·구현·제공하는 현대미술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현재의 예술을 공유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필리포빅은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는 ‘놀이’를 자연스레 어린아이들과 연관 짓는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잊어버리게 된다. 우리는 노인들이 재미를 느끼고 새로운 경험과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놀이의 틀을 제공했고, 즐거움과 웃음, 동지애와 같은 많은 긍정적인 순간을 목격했다. 목적을 가지고 하는 놀이가 그들에게 자신감과 개방감을 북돋아 줬고, 언어적 피드백 외에도 개인의 수많은 기쁨의 감정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미술관의 경계 없는 모습은 궁극적으로 모든 인간의 가치를 존중케 할 것이다.” “나이가 드는 것은 산에 오르는 것과 같다. 숨이 조금 차지만 전망은 훨씬 좋다(Getting old is like climbing a mountain; you get a little out of breath, but the view is much better).” 스웨덴 영화배우 잉그리드 버그만(Ingrid Bergman)의 말처럼 평균수명 연장은 좋은 삶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 가까이에 도래한 시니어 사회. 시니어 예술에 관한 인식의 연원을 살피며 문화예술 정책도 전체적 맥락 안에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PA



Happy Older People

Tate Networking Event Photo: Pete Carr




Special Feature No. 3

국내 시니어 아트 프로그램:

국립현대미술관 사례를 중심으로

● 이은미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과 학예연구사



2025년,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든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속도로 빠르게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것이다. 고령사회가 진행되면서 ‘어떻게 건강하고 의미 있는 노후를 보낼 것인가’가 전 세계적인 과제가 되었고, 미술관, 박물관 등 문화기관도 고령사회에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가 새로운 과제로 안겨졌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전시를 위한 공간을 넘어 관람자들의 의미 있는 경험을 위한 공간이자 평생교육기관 그리고 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문화기관으로 변모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미국박물관협회(American Alliance of Museums)가 발간한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박물관계에 다가올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창의적 노년기’다. 이는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더 오래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예술은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 2017년 영국에서 발행된 「창의적 건강: 건강을 위한 예술(Creative Health: The Arts for Health and Wellbeing)」 정책 보고서는 2년간의 연구 결과를 통해 ‘예술은 우리를 건강하게 해주고 회복을 도우며 더 오래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지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문화예술 활동에의 참여가 치매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삶의 질 향상 그리고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한다는 이야기하고 있다.


고령사회를 경험하면서 물질적 복지뿐만 아니라 문화 차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거나 검토 중이다. 노년층에게 문화 참여 및 여가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문화 프로그램의 개발, 노년층 대상 문화 정책의 인프라 구축,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고령 친화적 문화환경 조성, 노년층 대상의 일자리 사업 등이 그것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다양한 시니어 문화예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사회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노인복지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전국의 복지관 이용 노인들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무용, 미술, 사진, 연극, 음악 등 분야에 전문 예술강사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2018년부터는 신중년을 대상으로 한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신중년 세대에게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삶에 대한 새로운 의미와 가능성을 찾아주는 데 목적을 두고 전국의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 문화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치매예방을 위한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지원사업’ 또한 2018년부터 이어오고 있는데, 경도인지장애 또는 치매 위험이 있는 어르신 및 가족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미술관, 도서관, 문화회관 등 지역의 문화시설과 치매안심센터가 협력해 운영한다. 2020년에는 전국 30개 시설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일상예찬-집에서 만나는 미술관’

교구재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박물관과 미술관 또한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매주 수요일 진행하고 있는 ‘박물관역사문화교실’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지만, 2019년 참가자 중 82%가 60대 이상 연령층이며, 50대까지를 포함하면 96%까지 늘어나서 실질적인 참여대상은 시니어라고 할 수 있다. 1987년 시작한 박물관 노인학교가 노인문화강좌, 은하문화학교 등 프로그램 이름을 바꿔가며 지속되다 2013년 ‘박물관역사문화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통합 운영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역사가 오래되고 참여도가 높은 노년층 대상 프로그램들이 존재하고 최근 들어서는 그 대상이나 운영 방법, 참여 방식도 다양화되고 활발해지고 있다. 그렇지만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은 이제 뮤지엄 교육에 본격적으로 던져진 새로운 도전과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내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시니어 대상 프로그램 중 주목할 만한 사례로 국립현대미술관 프로그램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표적인 시니어 대상 프로그램으로는 ‘일상예찬’과 ‘시니어 라운지’를 꼽을 수 있다. ‘일상예찬’은 2015년부터 대한치매학회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치매 환자 및 보호자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외출이 어려운 치매 환자와 가족들에게 함께 시간을 보낼 기회를 제공하고 예술체험 및 미술 활동을 통해 치매 예방 및 조기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상생활 수행능력(Activities of Daily Living, ADL)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기획됐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의 야외조각공원을 거닐며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치매 환자와 보호자가 소통하며 문화예술을 향유한다. 2015년 3회 시범운영으로 시작했고, 해를 거듭할수록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아 점차 횟수와 인원을 확대해 2019년에는 과천, 서울, 덕수궁 각 관의 특성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2019년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덕수궁의 ‘시니어 드로잉 산책’은 미술관 건물에 담긴 역사와 시대의 흔적을 바라보며 건물과 나 자신과의 정서적 교감에 중점을 두었고, 과천의 ‘시니어 조각공원 소풍’은 자연 속에서 작품들을 감상하며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보는 교육을, 서울의 ‘시니어 생생활활’은 현대미술 전시와 연계해 가족의 기억을 회상하고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일상예찬-집에서 만나는 미술관’

교구재 오지호 <남향집>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2020년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이전에 시행해 온 미술관 소풍 형식에서 벗어나 ‘일상예찬-집에서 만나는 미술관’이라는 다양한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전환했다. 미술관의 콘텐츠를 활용해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 향상을 위한 교구재를 제작하고 이를 치매안심센터에 배포했다. 치매안심센터 매개 인력을 대상으로 교구재 활용에 관한 온라인 교육 또한 실시하였다. 김환기의 <달 두 개>(1961), 구본웅의 <친구의 초상>(1935), 두 소장품을 매개로 가족 간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표현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올해 ‘일상예찬-집에서 만나는 미술관’은 온라인 프로그램의 장점을 활용해 더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혜택을 받고 경험할 수 있도록 전국 단위로 모집을 확대했다. 환자들의 다양한 상태를 고려해 유영국의 <작품>(1957), 오지호의 <남향집>(1939)을 가지고 교구재를 추가 개발했으며, 환자들의 오랜 기억을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중점을 두었다. 더불어 제공된 교구재와 튜토리얼 영상이 현장에서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치매안심센터 작업치료사를 비롯한 담당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교육 또한 실시한다. 이러한 행복한 추억을 바탕으로 하는 창작활동은 환자의 인지능력과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우울, 불안 등을 극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시니어 라운지’는 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사회 변화를 반영해 2018년 시작한 프로그램으로 50세 이상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다. 조기 은퇴자, 베이비붐 세대 등 사회 참여와 생산 활동에 관심이 많은 고령층(준고령층)과 새로운 계층을 위한 교육으로 사회적 경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2018년 시범운영에는 예술을 통해 시니어 각자의 인생을 사유하기 위한 미술 순례의 의미를 담은 콘텐츠로 구성된 일련의 강의를 진행했다. 2019년 상반기에는 ‘식물과 나, 그리고(drawing) 덕수궁’을 주제로 전시와 연계한 강연, 토크, 산책, 워크숍 형식 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했다. 근대 미술가를 재조명하는 전시 <근대 미술가의 재발견>에서 식물의 세밀화를 그린 정찬영의 작품들과 식물학자 도봉섭의 아카이브 자료를 중심으로 ‘식물’이라는 주제를 확장해 인문, 사회, 예술, 여가, 삶을 통합적으로 살펴보는 내용이었다. 하반기에는 개관 50주년 기념 전시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와 연계해 덕수궁-과천-서울을 3주 동안 오가며 전시 및 건축 투어, 서울관 마당에 설치된 작품 속 온실 안에서의 강연과 워크숍 등 다채로운 세부활동을 진행했다.




‘일상예찬-시니어 생생활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19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2020년에는 앞선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시와 연계해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상시 워크숍 방식으로 전환됐다. <미술관에 書>와 연계해 물로 쓰는 서예를 체험하고 시서화와 전각을 간단하게 체험할 수 있는 워크숍을 진행했고 세대 간 소통을 도모하는 의미있는 감상 경험을 제공했다. 2021년에는 ‘시니어 라운지 - 큰 글자 교육자료’ 개발과 배포를 통해 시니어와 가족이 함께 소통하는 열린 미술관 교육의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DNA: 한국미술의 어제와 오늘>, <MMCA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등과 연계해 간결한 지문과 큰 글자로 구성된 교육자료 개발로 시니어 관람객의 전시 및 작품 이해를 돕고, 나아가 능동적이고 심층적인 사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이러한 시니어 대상 활동에는 장기적 관점에서 미술관 교육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연구 활동이 기반이 되고 있다. 2017년부터 3년간 주한영국문화원과 공동으로 시니어들의 문화 접근성 향상을 위한 공동연구 협력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왔는데, 2017년 ‘창의적 나이듦’, 2018년 ‘모두를 위한 미술관-시니어와 소통하는 미술관 교육’에 이어 2019년에는 ‘모두를 위한 미술관-예술과 건강, 치매’를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2017년 12월에 개최한 워크숍이 뮤지엄에서의 창의적 예술교육 프로그램 사례를 공유하고 논의하는 자리였다면, 2018년에는 고령자들의 미술관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양국의 아이디어를 논했다. 2019년에는 한국과 영국의 신경학, 치매 전문가들의 발표를 통해 치매 환자들의 예술 경험과 교육이 그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효과를 분석한 사례들을 공유함으로써 미술관의 공공성과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찰했다. 올해는 시니어를 위한 미술관 교육 개념 구축과 확장 방향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기 위한 ‘시니어 대상 미술관 교육 확장 방향성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시니어 주요 정책과 담론, 사회 동향 등을 다층적으로 검토하고, 시니어 미술관 교육의 이론적 배경을 검토해 시니어 세대별(50+, 65, 고령 등) 적용 방향과 전략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미술관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한 시니어 문화예술교육,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PA




‘일상예찬, 시니어 조각공원 소풍’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글쓴이 이은미는 연세대학교에서 교육학을 전공했고, 같은 대학에서 박물관교육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어린이박물관 전시, 다문화꾸러미와 한국문화상자,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였으며,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로 일하고 있다. 2015년과 2016년 덴마크국립박물관 객원연구원으로 체류하는 동안 ‘기억의 집’ 등 박물관 시니어 프로그램을 인상깊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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