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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80, Sep 2021

시인과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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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영 아트북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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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범모 지음

다할미디어

274쪽 · 18,000원



시인과 화가. ‘화가와 시인’이 아니다. 글의 무게가 화가에게 실려 있음에도 제목에 시인을 앞세웠다. 아마 글을 연재했던 잡지(『인간과 문학』)가 문예지여서 그랬던 모양이다. 책은 미술과 문학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화가와 시인이 교유했던 우리 근대기 예술가들의 초상이다. 등장인물은 다양하다. 화가와 시인이 한 몸인 이상과 이상화가 있는가 하면, 시(詩)정신으로 작업한 김환기와 김병기가 있고, 화가와 시인의 우정이 돋보이는 백석과 정현웅, 공초 오상순과 하인두, 김지하와 판화가 오윤 그리고 같은 고향으로 통하는 아동문학가 이원수와 조각가 김종영 등이 있다. 


가장 극적인 경우는 화가로 출발하여 시인으로 생을 마친 이상이다. 화가 구본웅과의 우정, 변동림(후에 ‘김향안’으로 개명)과의 연애와 결혼 그리고 죽음, 부인(김향안)을 통한 김환기와의 기이한 인연이 한편의 드라마처럼 피었다 진다. 특이한 경우도 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인 이상화 가문을 통해 본 대구미술계 이야기는 화가로서 이상화의 존재를 재인식하게 만든다. 시인 공초 오상순과 화가 하인두의 뜻밖의 인연도 놀랍지만 “불교사상을 기저에 깔면서, 시공을 초월하고자 한 인생관과 맥락을 함께”한 예술세계는 더 구미를 돋운다. 







월북으로까지 이어진 시인 백석과 정현웅의 기구한 운명, 많은 잡지와 작가들의 저서 표지를 장정한 김환기의 시정신과 국내 최고령 생존 화가인 김병기 예술의 바탕인 시정신, 이중섭과 구상의 오랜 인연, 창원 소답동 김종영의 생가와 이원수의 「고향의 봄」, 조각가 김세중과 시인 김남조 부부, 오윤과 소설가인 부친 오영수, 오윤과 시인 김지하의 인연도 가슴에 파고든다. 카프(KAPF)의 주역인 문예운동가 김복진, 소설가 박완서의 『나목』과 박수근, 월북한 시인 정지용과 화가 정종여, 시인 윤동주와 화가 한낙연 등 문학과 미술의 동행이 하나같이 드라마틱하다. 


참고로, 본문에는 이중섭을 소재로 한 시 출판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적었지만 1987년에 『시집 이중섭』(탑출판사)이 출간된 바 있다. 시인 26인이 이중섭의 삶과 작품을 대상으로 쓴 시 59편이, ‘시인의 말’ 17편과 함께 실려 있다. 권두에 수록한 관계자들의 흑백의 인물사진과 컬러풀한 이중섭의 작품사진이 책의 완성도를 더한다. 우리 근대미술사와 근대문학사의 별이 된 작가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한편의 평전이다. 화가와 시인의 이야기이다 보니, 흥미로운 일화들이 ‘페이지 터너(page-turner)’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전문적인 내용임에도 비전문가들도 이해할 수 있게 썼다. 저자의 체취가 느껴지는 문장이 시원시원하고도 묵직하다. 우리 근대미술과 화가에 대한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다. 


적임자의 솜씨다. 저자는 미술사가·평론가이자 시인이다. 미술과 문학에 밝은, 양수겸장이다. 글마다 내공이 오롯하다. 직접 발품을 팔아서 수집한 사실까지 녹였다. 이야기의 밀도가 높다. 우리 근대미술의 동향과 작가의 작품세계, 시인과 시에 관한 정보가 풍성하다. 파란 많은 시대를 산 작가들의 삶은 그 자체로도 서사적이지만 저자가 깊은 맛을 제대로 냈다. 전문성과 대중성,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미술인뿐만 아니라 일반인까지 즐길 수 있다. 17권의 평전으로 눌러쓴 한 권의 평전이다. 우리는 지금 그들이 만든 세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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