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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97, Oct 2014

유영호
Yoo, Youngho

특정한 사물

시작을 말하자면, 2011년 서울 한 복판의 갤러리로 거슬러간다. 무려 1,000개의 ‘인사하는 사람(Greetingman)’으로 구성된 이 공간설치작업은 비주얼만으로 압도적이었는데 그 줄거리는 보다 파격이었다.
● 정일주 편집장 ● 사진 작가 제공

'Square M - communicstion' 2013 스테인리스 스틸, 우레탄 도장, LED 조명, 폴리카보네이트 7.2×6×6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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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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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유영호는 세계 각 지역, 분쟁 중이거나 문화적 갈등이 팽배해 있거나 혹은 자연 유산의 최후 보루지역인 장소에 높이 6m에 이르는 ‘Greetingman’ 1,000점을 세우려는 글로벌프로젝트를 세우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포문을 연 것이다. 그는 일종의 에디션을 판매해 그것으로 제 크기의 ‘Greetingman’ 제작비를 만들고 직접 지정한 나라에 영구 기부한다는 프로세스를 구성했다. 우루과이가 그 첫 목표였다. 1,000개의 ‘Greetingman’은 각 수요자에게 양도됐고 그들에겐 각각의 고유 넘버와 작가의 사인이 선사됐다. 동시에 작가는 에디션을 구입한 이들의 이름을 수집했다. 이후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 프로젝트 첫 주인공인 ‘Greetingman’을 세우며 유영호는 수집한 이름들을 작품(설명판)에 새겨 넣었다. 결국 이 모든 사람이 프로젝트에 동참한 공유자가 된 셈이다.  


지극히 정중한 자세, 상체와 머리를 기울이고 두 발과 두 손을 예의 가지런히 모은 이 조각은 여러 메타포를 지닌다. 작품을 단순히 읽는 이에겐 단지 구상조각에 지나지 않지만 그것에서 의미를 찾으려면 의식은 한없이 파생된다. 왜 인사인가?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인사를 한다. 감사하거나 또는 반대로 용서를 구할 때도 인사를 한다. ‘Greetingman’이 과연 어떤 의도로 인사를 하는 것인지 명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이 모든 것이 ‘소통’의 과정임은 분명하다. 비록 한국적인 소통의 방식임에도 이 태도는 문화와 인종적 배경 그리고 시간을 초월해 평화와 화해의 의미를 전한다. 그런 까닭으로 작품을 세우려는 분쟁, 갈등 지역에 ‘Greetingman’은 사절로서의 역할을 한다. 강원도 양구에 설치된 이 프로젝트의 두 번째 주인공은 북한과 최대한 맞붙은 곳에 선 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작가가 실현하고자 하는 프로젝트 중엔 자연의 보고인 갈라파고스에 인사하는 사람을 놓음으로써 대자연 앞에 머리를 조아리거나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점차 물에 잠기고 있는 몰디브에 작품을 놓음으로써 기꺼이 자연파괴를 경고하는 자(ruler)가 되고자 한다.    




<Greetingman in Uruguay> 2012 

알루미늄주물, 우레탄도장 6×2×2.4m




한편 사람의 형태를 지녔으되 얼굴과 근육이 최소화된 유영호의 조각은 대단히 미니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비관계성과 의미를 외부화 하는 미니멀아트와는 전혀 성질이 다르다. 의미를 가능한 내장한 채 상대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그의 작품은 경험하는 방식에서 시간성을 함유하며, 시간 안에서 이 조각과 관계를 가지면서 우리는 연극적 성질을 체득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모두가 참여자이자 수요자가 되는 대안적 공공미술의 방식을 제안코자 하는데, 앞서 설명한 에디션을 판매해 큰 작품을 만들고 그것을 기부하는 과정에 수반되는 사람과 관계, 협력과 이해가 다름 아닌 작품인 것이다. 실제로 작가는 독일, 브라질, 일본 등 향후 작품을 세우고자 하는 지역의 기관장과 전문가, 기업 관계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만나고 있다. 프로젝트의 기획안을 각 나라 언어로 완성해 내용을 전달하며  스스로 의지를 견고하게 만드는데, 바로 이 행위 자체도 작품이다. 




<lover> 2012 스테인리스스틸, 

폴리카보네이트, LED조명, 우레탄도장 5×2×6m 


    


유영호는 의도한대로 각 나라에 1,000개의 ‘Greetingman’이 설치되면, 세계지도에 지표처럼 표시될 인사하는 사람들을 꿈꾼다. 결코 쉽지 않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Greetingman’ 프로젝트가 현재 작가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골자이나 그는 단지 한 프로젝트에 매여 있지는 않다. 최근 서울 상암동에 설치한 조형물 <Square M-communicstion> 뿐 아니라 지난해 선보인 개인전에서도 그는 분명한 메시지와 다양한 형식을 갖춘 작품들을 펼쳐 보였다. 개인전 전시장에 그는 선, 면, 입방체를 활용한 추상적 조각들이 패턴처럼 놓았는데 그것들은 스테인리스, 나무와 같은 전형적 재료뿐 아니라 골판지, 군복 등으로 만들어진 대안적 혹은 암시적 조형들이었다. 이 의미를 알 수 없는 추상조각들은 작가의 아이디어를 대변하는 것으로, 분단과 평화, 과거와 미래 등을 상징하는 장치였다. 작가는 공간을 크게 두 편으로 나누고 서로 마주보게 대칭 구조로 오브제를 배치했다. 각각의 요소들은 거울에 비춘 듯 같은 위치에 놓여 형태는 보다 분명하게, 주제는 더욱 심도 있게 부각시켰다. 그리고 이 구성은 마주 선 인물 조각에서 극대화된다. 정확히 대치한 상황,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은 누가 딱히 말하지 않더라도 특정한 상황을 떠오르게 한다. 하나의 민족이나 둘로 나뉜, 우리의 역사 말이다. 여기에 전시 타이틀을 확인하고 나면, 주제는 정확하게 맥락화 된다. 




 <사람, 곰, 까치> 2009 

스테인리스 스틸, 브론즈 10×2×13m




그는 이 전시를 <반성>이라 명명했다. 의미심장한 이 제목은 기하학적인 추상 조각들에 형태가 분명한 인물 조각이 더해져 조형에 대한 작가의 사고를 극대화 했다. 이에 대해 전시의 서문을 쓴 심소미는 “그간 작품의 형식과 스타일에 개의치 않고 개념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설치 작업과 프로젝트를 선보였던 그라, 본 전시에서 등장하는 기하학적 추상 조각들은 그 조형적 의미보다는 시각적 장치로서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누구나 기념비적인 업적에 로망이 있다. 곡을 만드는 이는 누구에게나 기억될 음악을 만들고 싶고 글을 쓰는 이는 지금껏 없었던 문장을 창조하고 싶어 한다. 미술 또한 마찬가지다. 작가와 작품의 사회적 역할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Greetingman’ 프로젝트는 그런 의미에서 유효하다. 




<Greetingman shop> 

2011 26cm 소형 그리팅맨 1000개, 

공간설치, 알루미늄 주물, 우레탄도장





프로젝트의 비용을 작가가 마련하고 일반 시민, 기업이나 단체들은 참여를 통해 프로젝트의 의미를 공유하는 방식은 이제껏 없었던 현대미술이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작품 제작비를 조성하는 과정에는 작품을 나누어 소유하는 방식까지 더해진다. 누군가는 소유한 에디션을 통해 작품이 지구의 어딘가에 세워져 있음을 항상 상기하게 되고 자신이 공동의 참여자임을 확인한다. 6미터 크기의 ‘Greetingman’이 세워진 장소에서 작품을 만나게 되는 지역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사람들은 작품을 통해 서로가 연결되어 있는 관계임을 깨닫고 정서적, 물리적 교류를 경험한다. 공공 미술이 다양한 사람들을 연결해 주고 이질적인 문화, 종교, 인종과 정치적 차이를 극복, 지구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하는 도구임을 이 프로젝트는 실천적으로 보여준다.  




유영호




작가 유영호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마이스터 쉴러-링케 클라스, 아카데미 브리프를 차례로 공부했다. 2007년 아르코미술관에서 The Exchaging Shop-프로젝트 <Museu M>을 비롯해 2011년 갤러리스케이프에서 <Greetingman project>, 2013년 갤러리로얄에서 개인전 <반성>을 선보인 바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Con-Terminal>(2007), 구 기무사 국립현대미술관 <신호탄>(2009), 제주도립미술관 <이코노텍스트 : 미술과 언어 사이>(2010), 환기미술관 <부암동 프로젝트>(2012), 문화역 284 <환대>(2013), 소마미술관 <건축 면의 경계>(2014),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2014> 등 기획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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