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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91, Apr 2014

이수진
Lee sujin

PUBLIC ART NEW HERO
2014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감싸고 드러내는 공간의 정치학
이수진은 특정한 사회 시스템, 미디어, 정치적 상황들에 의해 암묵적으로 컨트롤되는 개인과 공동체의 문제에 관심을 둔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특정한 시스템에 주도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미술적 노력들을 고민하며, 장소특정성을 활용한 공간 설치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다. 일상 속에 무수한 우연의 순간들에 찾아오는 추상적 경험을 시각 언어로 빚어내는 그의 작업은 특정 장소와 맞물려 관객에게 새로운 공간적 서사를 선사한다.
● 안대웅 기자 ● 사진 서지연

'The Deep Stay' 2014 무대 사견막, 천, 나무, 혼합재료 가변설치. 소마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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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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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의 때 아닌 활황과 신진작가 지원 붐의 열기를 타고 ‘신진작가’가 해마다 그물에 걸린 물고기떼처럼 쏟아져나오던 시절, 이수진은 신진작가의 대열에 이름을 올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작가 중 한 명이었다. 성신여대 회화과 졸업(2004) 후 서울청년미술제(2005)와 소마드로잉센터 아카이브(2006) 등 각종 굵직한 공모/기획전에 선정되었으니 꽤 괜찮은 미술계 신고식을 치룬 셈이다. 하지만 곧 미술시장의 버블이 빠져나가자, 자신만의 미적 방법론을 고안하지 못한 채 신진작가라는 이름으로 소비됐던 작가는, 이 상황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지도 못한 채 급격히 도태되기 시작했다. 운 나쁘게도 이수진은 짧은 시기에 미술계의 천국과 지옥을 경험한 작가 중 한 명이 됐다. 하지만 언제나 위기는 기회로 작용하는 법. 이 상황을 작업을 다시 벼려내는 기회로 사용해 재기에 성공한 작가도 존재하는데, 이수진이 바로 그런 케이스다. 




<유연한 벽(Flexible Wall)> 

2011 자동밴드 가변설치. 보안여관

 



2011년 보안여관의 전시 <유연한 벽(Flexible Wall)>은 미술계에 이수진의 존재감을 알린 기념비적인 전시다. 보안여관은 60-70년대 지어진 통의동의 낡아빠진 건물 중 하나였지만 당시 새로운 예술 공간으로 주목을 이끌어내고 있던 참이었는데, 그 곳의 내/외부를 자동 폴리프로필렌(P.P)밴드(대량포장에 사용 되는 얇은 자동 포장기용 밴드)라는 의외의 재료를 가지고 싸그리 덮어버렸으니, 그 공간의 기괴함이란 크리스토 부부의 여느 작품이 주는 감흥에 뒤쳐지지 않았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앞 다퉈 묻기 시작했다. 이수진이 누구인가? 다시 시계를 되돌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수진의 데뷔는 2005년이 맞다. 이수진은 2005년 데뷔 후 얼마간 도시 풍경(urban landscape)의 내면화된 심리학적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을 작업의 목표로 삼았다. 아마도 2000년대 전후로 해서 한국 미술계에서 유행한 도시/지역 담론의 자장이 영향을 미쳤을 터다. (정확히는 포스트모던 문화비평 방법론이 유입된 90년대 중후반 이후일 것이다. 


인간의 고립과 소외, 공동체의 붕괴, 전통적 규범의 소멸, 아이덴티티의 위기 등이 종종 문제로 등장한 가운데, 후기산업사회 이후 생겨난 새로운 소비/주거 문화를 비판적으로 읽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이후 이수진은 특정 공간을 낯설게 하는 건축적 공간 작업을 부분적으로 시도했는데 수원미술전시관 신진작가 기획전 <통과의례: 소소한 일상의 기록>에 출품했던 작업 <Lighting House in Sponge>(2009)과 안국갤러리에서 개최됐던 개인전 <The Strange Place>(2010)은 바로 그 문제의식의 성과다. 만들다 만 벽돌집을 연상시키는, 폐스폰지를 이어 붙여 만든 이 작업은 하얀 종이로 이뤄진 숲, 날카로운 바늘로 이뤄진 들판, 발광하는 전구 등 다양한 감각을 유발시키는 장치와 함께 제시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방법론을 구축한 2010년. 청계창작스튜디오에서의 <Tied Up>(2010)전에서 이수진은 도시와 건축에 대한 관심과 경험을 작업을 통해 한결 정제시킨다. 이때부터 이수진의 작업에서 건축 공간과 작업은 분리될 수 없는 상태로 제시된다. 




<지표 측정법(Luminizing Sequence)> 2013 

세라믹타일, 전구, 유리구슬, 윈도우필름 

가변설치. 아트스페이스 플라즈마  

 



그러니까 이전 작업은 공간 없이도 작업이 존재할 수 있었지만, 지금부터는 공간이 없으면 작업도 없는 것이다. 청계천/을지로 시장 일대에서 자주 쓰이는, 물건을 단단하게 지탱시키는 고무밴드를 발견한 이수진은 그것을 가지고 이미 있는 벽을 감싸거나 공간과 공간사이를 가로막아 ‘유연한 벽’을 세웠다. 이런 작업 스타일은 다음해 보안여관에서의 전시 <유연한 벽>(2011)에서 온전히 제 모습을 찾게 된다. 돌이켜 보면, 보안여관의 <유연한 벽>은 얇고 반투명한 P.P 밴드만을 가지고 보안여관 내/외부를 감싸는 단순한 노동행위의 반복에 불과했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 이 작업이 회자될까? 단순히 노동의 강도와 스펙타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기억하기로 당시 보안여관은 그대로 두어도 멜랑콜리한 폐허-예술임에 분명했지만, 한편으로 그런 분위기 자체가 이미 (대안적) 미술 공간이란 제도로 재-약호화(re-coding)된 상황이었다. 즉, 보안여관은 더 이상 폐허가 아니라 미술 힙스터들이 찾는 ‘뉴’한 공간이었단 소리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해석을 감행해보면, 이수진의 반투명한 P.P 밴드는 폐허를 감추는(둘러싸는) 예술 작업으로써 그 자체가 전시공간임을 드러내는 역할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투명한 밴드들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폐허를 통해, 다시 폐허가 있음을 주지시킬 수 있었다. 




<삼각테라스에서 생긴 일(Triangle Story)> 2013 

LED 삼각 전구, 혼합재료 가변설치. 

아트스페이스 플라즈마  




이런 이중의 감춤과 드러냄의 전략을 통해 폭로되는 것은 보안여관이라는 60-70년대 건물에 감추어진 역사의 진실일 것이다. 60년대의 미래가 역으로 되돌아오는 느낌이 당연히 언캐니(uncanny)하지 않았을까? 아무튼, 유망한 작가가 자신의 수작을 발판 삼아 여러 번 반복/변주하며 완성도를 끌어 올리고 명성을 쌓아가듯, 이수진의 <유연한 벽>도 짧은 시간동안 비슷한 길을 걸었다. 2012년 서로 다른 장소에서 벌어진 ‘Deep Stay’ 연작 시리즈는 폐허(서울 독산동 441-6 번지)와 갤러리 전시 공간(가인갤러리)을 자동밴드를 사용해 공간의 감각을 재배치한 작업이다. 보안여관의 경우만큼 장소와 작업이 미적인 구조 안에서 적절하게 맞아 떨어지진 못한 채 형식만 차용한 인상이 강했지만, 다른 요소, 마치 매너리즘의 과장된 형태처럼, 조형의 기술만은 발전하는 모습이었다. 최근에 소마미술관의 기획전 <Space Craft 건축적인 조각, 경계면과 잠재적 사이> (2014)에 선보인 작업 또한 이런 맥락에서, 마치 공간에 그린 추상화인듯 조형적이다. 이쯤에서 이수진의 공간 작업이 어떻게 변할지 점쳐볼까. 쉽사리 답을 할 수 없겠지만 몇몇 작업을 통해 예측해볼 수 있다. 




<Project Part One> 

2013 더서브스테이션 갤러리

(The Substation Gallery), Singapore 설치뷰




2013년 이수진은 <Luminizing Sequence : 빛이 되어주는 사건들>이라는 전시를 가졌다. 여기서 이수진은 4개의 독립된 층에 서로 다른 공간 작업을 설치하고 이들을 묶어주는 연극적 서사를 만들었다. 여러가지 ‘감각의 수수께끼’가 전시장 도처에 배치됨에 따라, 관객은 수동적인 수용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감각의 탐험자로서 분하게 된다. 이때 관객이 받아들이는 감각, 충격효과의 연쇄는 벤야민적인 의미에서 관객의 비평적 감각을 의식화시킨다고 볼 수 있는데, 이수진의 앞으로의 작업에서 관객의 역할이 점점 주요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예상해 볼만하다. 마침 이수진은 같은 공간에서 올해 9월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라니 사뭇 기대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퍼블릭아트 선정작가 당선이 그의 올해 청신호였을까. 듣자하니, 앞으로 예정된 스케줄이 빽빽하게 많다. 더욱 흥미로운 ‘공간 스토리’를 못지 않게 기대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이수진




작가 이수진은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였다. 동시대 사회구조 내부에서, 개인 및 공동체가 미술에게 기대할 수 있는 상호작용적 역할과 그 가치에 대해 탐구하고 잇는 작가는, 장소 특정성을 활용한 설치 및 오브제 작업을 통해, 관객의 삶에 유기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공간 스토리’를 생산하고 있다. <유연한 벽>(통의동 보안여관, 2011), <The Deep Stay>(독산동 441-6 도하부대, 2012), <빛이 되어주는 사건들>(아트 스페이스 플라즈마, 2013) 등의 주요 개인전을 가졌으며, 2011년과 2012년 서울문화재단 정기공모지원사업 시각예술 기획프로젝트 지원금을 수혜하였고, 2013년에는 문래예술공장 국제 교류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문래예술공장 - 싱가포르 The Substation’의 ‘국제 공동 창작 프로젝트’에 참여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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