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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94, Jul 2014

The Zoetrope-Repetition & Difference─데이비드 오케인

2014.6.3 – 2014.7.12 갤러리바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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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두성 대안공간루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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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 삶



나는 아주 어렸을 적, 그러니까 한 대여섯 살 때 즈음(?) 텅 빈 집안에서 혼자 놀기를 좋아했었다. 내가 그때 거실에서 곧잘 하던 놀이가 있었는데, 소파에서 테이블로, 테이블에서 책 더미 위로, 그리고 다시 소파 위로, 마치 인디애나 존스 마냥 날아다니는 놀이였다. 아, 그리고 당연하게도 바닥에 깔린 붉은 카펫은 끓어오르는 용암이거나 활화산의 분화구였다. 나는 그 뜨거운 곳에 빠지지 않게 안간힘을 쓰며 아슬아슬하게 여기저기 매달리곤 했었다. 다섯 살 눈에는 거실은 거의 우주였으며 그 안에서 펼쳐지는 끝없는 ‘나 홀로 거실 모험’은 정말로 진지했었다.


데이비드 오케인의 회화에 등장하는 소년은 누구보다도 진지해 보인다. 전시장 한쪽 벽면을 채운 <Stage>(2014) 연작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그림들에 등장하는 소년은 테이블 위에 무언가를 떠올리며 그려낸다. 테이블 위에는 당사자가 아니면 알아챌 수 없는 형상들이 생겨난다. 그리고는 다시 텅 비어버린다. 작가는 소년의 도무지 알 수 없는 마음속을 자신의 마음인 양 그려냈다. 나 역시 그 소년이 상상하는 것을 볼 수 없고, 작가 역시 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 모르는 것을 모르는 그대로 그려냄으로써 나에게 자신이 상상하는 그것을 보여주는 데 성공한다. 작가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어린아이의 생각’이라는 하나의 순수성을 택하여 자신을 대변하게 하는 듯하다.




<Stage 2> 2014 캔버스에 유체 120×150cm




 

이번 전시의 메인 작품인 <The Zoetrope>(2014)는 이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그림에도 그 소년이 등장한다. 소년은 커튼으로 출입구가 가려진 미로 한가운데 뒤 돌아 서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그리고 투명한 24개의 작은 패널이 원을 그리며 소년을 둘러싸고 있다. 조이트로프는 19세기에 발명된 애니메이션 기구인데, 연속적인 동작이 있는 그림을 세로 원통 안쪽 면에 그려 넣고 회전시킨 다음 통에 난 구멍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구현한다. 조이트로프가 회전하기 시작하면 원통 안쪽 면에 그려진 그림들은 살아 움직이며 원통 한가운데 부유하게 된다. 하지만 회전을 멈추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원 안에 선 소년 역시 끝없는 회전세계 안의 환영인 것 일까? 아니면 조이트로프 한가운데 선 실체일까?


그 옆에는 24개의 작은 패널에 그려진 소년이 있다. 이것은 마치 <The Zoetrope>(2014) 속 24개의 투명한 패널을 통해 들여다 본 소년의 모습 같다. <Repetition & Difference>(2014)는 이렇게 소년을 향한 24개의 시선을 그린 24개의 유화와 이것들을 이용해 제작한 스톱 모션(Stop Motion) 영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길게 늘어선 그림들을 지나면 실제로 회전하는 소년을 볼 수가 있다. 이 영상에서는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와 함께, 텅 빈 운동장 한 가운데서 무한히 회전하는 소년이 등장한다. 이 영상 속 소년은 하루를 꼬박 회전한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면 잠시 커졌다가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다시 나타나 회전을 반복한다.




<Stage 3> 2014 캔버스에 유체 120×150cm




작가는 조이트로프, 회전하는 영상을 우리의 삶에 비유한다. 조이트로프가 회전함으로써 그림들이 살아 움직이듯, 매번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삶은 생동한다. 똑같은 하루하루를 겪어 보내면서도 다시 또 새롭고 똑같은 하루를 맞는다. 하지만 그 와중에 분명히 우리는 다름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다름’이라는 지점들 에서 무언가를 얻는다. 작가는 이 작업들을 통해 반복되는 현실에 살면서 동시에 이상에 가까워지는 과정을 보여주려던 것이 아닐까? 무한히 반복되는 매일을 살면서 이 매일이라는 커다란 무대 위에 무언가를 세우고 그려보는 일, 나를 포함한 누구나가 상상은 하는 일이다. 어떻게 이상에 가까워지는지 알면서 말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오늘 저녁 집에 가거든 ‘나 홀로 거실 모험’을 한번 해 봐야 할지도.                                             




* <The Flickering Room> 2014 캔버스에 유체 100×15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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