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2013 청동 316×92×62cm
조각가 정현의 열일곱 번째 개인전이 학고재에서 열린다. 가공하지 않은 것, 날 것, 과장되지 않은 것. 정현이 그동안 걸어온 길을 보면 떠오르는 감성들이다. 이는 그의 조각이 억지로 꾸며낸 표현보다는 재료가 주는 성질 자체를 보여주는 것에 뿌리를 두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청동, 철 등의 재료 자체가 가진 물성을 보존한 조각을 선보이는데, 전시 작품의 제목은 전부 <무제>로 제목이 없다. 그의 모든 작품이 그렇듯이, 재료와 크기, 연도만이 있을 뿐이어서, 재료가 곧 제목의 역할을 한다.
<무제> 2012 청동 250×75×60cm
물에 닿아 녹슬고 벗겨진 철물, 용접 땜질 자국이 남아 폐기물로 전락해버린 철근 덩어리들. 정현은 아스팔트와 철도 침목, 버려진 돌덩이, 석탄 등을 주로 이용해왔는데, 이런 폐철근에 어떠한 후가공이나 후처리를 하지 않고, 물질이 가진 있는 그대로의 질감을 살린다. 이번 전시엔 조각 이외에 주목해야 할 작품들이 있다. 바로 콜타르(coal tar)와 오일바(oil bar)로 그려내는 드로잉. 정현은 작업실 2층에 드로잉실을 따로 마련했을 정도로 방대한 양의 드로잉을 하는 작가이다. 작업을 할 때마다 드로잉들을 꺼내보며 당시 순간의 느낌을 떠올려 영감을 얻는다고. 드로잉은 물질이 가진 고유의 특성을 지닌 채 한국화에서 볼 수 있는 역동적인 필치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현의 조각 10여점과 입체의 조형적 근간이 되는 드로잉 작품 100여점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 10월 15일부터 11월 9일까지.
<무제> 2013 철 140×140×140cm
· 문의 학고재 02-720-1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