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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76, May 2021

알렉스 다 코트
Alex Da Corte

What Had Happened

알렉스 다 코트가 지난해 3월 필라델피아에서 신작을 공개했다. 아마도 바이러스가 전 지구를 뒤덮은 지금은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여러 사람이 모여 떠들고 침 튀기며 환호하는 축제 같은 작품이었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그것은, 이미지와 메시지, 방법론 면에서 어쩐지 예기치 못한 앞날을 내다보며 전혀 새로운 노멀에 대한 풍자 같은 것이었다. 이 작품의 기원은 자그마치 196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옛날 조안 크론(Joan Kron)이라는 젊은 필라델피아 예술 후원자는 아티스트 알란 카프로(Allan Kaprow)에게 자신을 대표하는 악명 높은 사건을 무대에 올려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카프로는 YWHA(Young Women’s Hebrew Association) 강당에서 살아있는 닭과 밧줄로 목을 매달아 죽인 닭 그리고 엄청난 달걀을 휘두르는 공연자들로 구성된 'Chicken'을 선보였다. 카프로가 만든 4페이지 분량의 대본에는 나무, 철망, 신문으로 만든 9피트 높이의 ‘괴물 닭’이 언급돼 있었으며, 실제로 누군가 “이봐요! 갓 구운 치킨을 사주세요!”라고 소리 지를 때쯤 경찰이 강당에 들어와 거대한 닭에게 소화기를 뿌리는 엄청난 해프닝이었다.
● 정일주 편집장 ● 이미지 Alex Da Corte Studio 제공

'Rubber Pencil Devil' 2018 Video (color, sound) 159min 22sec © the artist and Matthew Marks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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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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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코트는 카프로처럼 닭을 비유하고 다양하게 각색하되 전혀 다른 뉘앙스로 작품을 완성했다. 그도 그럴 것이 1962년 작품은 단두대가 있는 즉석 도축장과 나무우리 안에 닭들이 놓여 있는 상황에서 실제 닭 깃털을 뽑는 ‘투수’가 존재하고 살아있는 닭을 진공청소기로 청소하는 등 원시적 동물학대가 골자인, 지금 시대와는 전혀 맞지 않는 행위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으로 작가가 전한 메시지는 단호했다. 이 해프닝을 통해 인간이 자행하는 비극을 돌아보게 한 것이다. 다 코트의 2020년형 <Chicken>은 이렇듯 자극적인 어휘는 덜어내고 아방가르드만 남긴 채 진보적이고 동물친화적인 카니발로 구성됐다. 그는 카프로의 작품이 공연됐던 곳과 같은 위치에 있는 필라델피아 예술대학(University of the Arts)의 Gershman Hall을 빌려 신작을 소개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현실을 직시하는 동시에 카프로를 재해석하게 만들었다.    





<Chicken> 2020 Reenactment of the Allan Kaprow 

<Happening Chicken> 1962 Words by Rosalyn Drexler

 Choreography by Kate Watson-Wallace. 

Featuring Kristel Baldoz, Melanie Cotton, 

Danielle Currica, Julia Eichten, Jessica Emmanuel, 

Ya-ya Failey, Ann-Marie Gover, Imma, Andrew Smith, 

and Kim Thompson, with Da Corte and Watson-Wallace. 

Music composed by Marco Buccelli and Xenia Rubinos, 

performed with Sunny Ali and Karna Ray Performance view, 

University of the Arts, Philadelphia, 2020 

© the artist and Matthew Marks Gallery





다 코트가 전 세계 미술인의 관심을 확실하게 잡아 끈 건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에서였다. 총 감독을 맡은 랄프 루고프(Ralph Rugoff)는 다 코트의 작품을 아르센날레(Arsenale)와 지아르디니(Giardini) 모두에 블링블링하게 펼쳐놨었다. 그의 작품들은 시선을 두지 않으려 해도 그럴 수 없었는데, 비비드한 팬톤 컬러가 망막을 자극하고 친숙한 캐릭터가 정신을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57개의 비디오로 구성된 총 2시간 40분짜리 <Rubber Pencil Devil>은 그야말로 복고와 새로움이 조합된 뉴트로 자체였다. 빈티지 스타일의 대중문화들로 꽉 찬 비디오를 만들기 위해 다 코트는 주말 명작 만화와 유튜브를 참고했다는데, 명시적이고 암시적인 아이콘과 도상들을 서슴지 않은 덕분에 <Rubber Pencil Devil>은 걸작으로만 구성된 비엔날레에서도 단연 빛났다. 


스타일리시한 동영상 스트림에서 작가는 핑크 팬더, 고양이 실베스터, 로저스 미스터, 악마 같은 상징적 캐릭터로 변신한다. <Rubber Pencil Devil>을 바그너가 말한 음악·연극·시 등을 하나로 한 종합 예술 작품 ‘Gesamtkunstwerk’로 상정한 작가는 단편적이고 생생한 색상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만화적이고 꿈같은 여정으로 극대화시켰다. 마치 “이미지를 뛰어넘거나 화면을 뚫고 실제로 화면에 있는 것을 만지는 것”을 성취시킬 것처럼 말이다. 이 두 작품보다 조금 일찍 만들어진 <Slow Graffiti>(2017) 역시 다 코트의 미의식과 방법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느린 낙서’ 정도로 번역되는 ‘Slow Graffiti’는 영국 소설가 어빈 웰시(Irvine Welsh)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The Acid House>의 사운드 트랙 제목이기도 하다. 다 코트의 비디오는 ‘앤디 워홀의 버거킹 식사’ 필름으로 잘 알려진 덴마크 감독 요르겐 레스(Jorgen Leth)가 1967년 만든 단편 영화 <The Perfect Human>을 다소간 리메이크 했다.




<Slow Graffiti> 2017 

Video (color, sound) 12min 34sec 

© the artist and Matthew Marks Gallery




 <The Perfect Human>은 과학 실험을 특징적으로 보여주는데, 카메라는 마치 자연 다큐멘터리처럼 주제를 다루는 음성 해설과 함께 비어 있고 특징 없는 흰색 방에서 손톱을 자르고 저녁을 먹는 것 같은 평범한 작업을 수행하는 남녀를 따라간다. 그리고 “완벽한 인간이 여기 있습니다. 우리는 완벽한 인간 기능을 보게 될 것입니다”라는 내레이션이 덧붙는다. 레스가 만든 하얗고 냉담한 실험실을 다 코트는 다르게 구현했다. 그는 벨벳 벽, 여러 가지 빛깔의 카펫과 더불어 노랑과 보라 그리고 핑크 파이프로 구성된 공간에 아기자기 네온사인까지 더해 현실과 동떨어진 카니발풍 세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어떤 남자가 서서히 프랑켄슈타인으로 변모하는 장면을 선보인다. 남자는 글램 록 플랫폼 부츠를 신고 얼굴에 치즈나 밀가루 조각을 붙여 점점 괴물스러워지는 그로테스크 한 행동을 한다. 사실 이 남자의 움직임 부분 부분은 레스 영화의 남자 주인공을 따라한 것인데, 이를테면 레스 영화에서 남자 배우가 목 뒤를 긁는다면 다 코트는 이 장면을 복제하지만 사뭇 다르게, 가령 단순히 피부를 문지르는 대신 고기 한 조각과 스위스 치즈 한 조각을 목 뒤쪽으로 갖다 붙이는 식이다. 레스의 영화가 인간의 기본 기능에 대한 일종의 임상적 탐구처럼 느껴진다면 다 코트는 특히 예술가로서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두 영화 모두 같은 방식으로 끝난다. 한 남자가 테이블에 앉아 깊은 우울감을 드러내며 카메라를 향해 말한다. “오늘도 경험했다. 며칠 후에 이해하고 싶다.”




<Rubber Pencil Devil> 2018 Aluminum, neon, rubber,

 automotive paint, velvet, glass, vinyl, foam, hardware, 

Plexiglas, plywood, speakers, monitors, folding chairs, video 

(color, sound, 159min 22sec) 549×1377×1285cm

 Installation view, Carnegie Museum of Art, Pittsburgh,

 2018 © the artist and Matthew Marks Gallery




2012년, 다 코트의 작품 <Chelsea Hotel No. 2>도 살펴보자. 그는 <I'm your man> 등 히트 곡을 남긴 캐나다 출신 싱어송라이터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의 1974년 노래 <Chelsea Hotel # 2>에서 영감을 얻어 이 비디오를 만들었다. 휴대폰으로 촬영된 영상은 흰 배경을 바탕으로 생생한 색상의 어떤 물체와 식료품을 클로즈업 한다. 밀가루, 빻은 커피, 장식 조각, 포장테이프 또는 알루미늄 호일로 덮인 그의 손은 프레임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일련의 기괴한 작업을 섬세하게 수행하는데, 그것은 흰 빵 조각을 쌓은 후 누르거나 보라색 비누를 네온 컬러의 바구니에 짜 넣는 등 아무짝에 쓸모없는 일들이다. 한쪽 끝에 금색 고리가 달린 바나나 껍질을 벗기거나 크고 녹슨 가위로 소시지 조각을 자르기도 하고 설익은 체리에 빨간 매니큐어를 칠하는 그의 영상은 사뭇 진지하다. 


실재 세계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현실을 상상할 수 있게 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얼마나 기이한가를 깨닫게 만드는 다 코트는 ‘사변 소설’ 장르의 형식적 특징을 등용하듯 여러 레퍼토리들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는, 오늘날 파편화된 미디어 경험에 따라 점점 더 분절되어 가고 있는 존재와 삶의 조건들 속에서 이러한 색다른 이야기 구조가 유발하는 상이한 생각들이 서로 공존하고 충돌하여 보다 날카롭고 분명한 현실 인식을 가능케 한다고 말한다. 





<TH∃SUP∃RMAN> 2018 VCT tile, 

carpet, theater gels, plywood, projection fabric, projectors,

 paint, video 4084×1529×340cm Installation view, 

Kölnischer Kunstverein, Cologne, 2018

 © the artist and Matthew Marks Gallery





“우주가 무한한 거 같아도 실은 유한해요. 150억 년 전에 그 어떤 무언가가 폭발하면서 태어난 거, 그게 우주잖아요. 그렇게 태어난 우주가 아직도 어리다고. 계속 커야 해. 그렇게 자꾸 팽창하다가 결국 한 점으로 돌아가는데 그 주기가 얼마냐. 그게 150억 년이에요. 그러니까 150억 년만 기다리면, 모든 헤어졌던 만물이 결국 다시 만난다. 이건 CNN에도 뉴스로 나왔어요. 그런 희망이 있어요, 나는. 그래서 아무 걱정이 없어요.” 윤성호 감독이 2010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던 인디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에서 주인공의 단골 카페 아트바이트생은 이렇게 말한다. 이달 여러 편의 다 코트 영상들을 보자니 잊고 있던 150억 년이라는 터무니없는 위로가 떠올랐다. 무슨 일이 있어났든, 앞으로 더 무슨 사건이 생기든, 다 코트는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고. PA





알렉스 다 코트

Portrait of Alex Da Corte 

Photo: Matthew Leifheit




1980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난 알렉스 다 코트는 필라델피아 예술대학(The University of the Arts)에서 미술 학사 학위를 예일 대학교(Yale University) 예술대학에서 미술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9 베니스 비엔날레(La Biennale di Venezia 2019)’ 주제전 <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에 참여한 그는 2018년 독일 쾰른의 Klnischer Kunstverein과 미국 뉴욕의 Karma에서의 전시를 비롯하여 수차례 개인전을 선보였다. 분홍 토끼로도 점잖은 노인으로도 모습을 바꾸는 다 코트, 소비와 대중과 문화로 탐구하는 그의 신화와 문학은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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