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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3, Aug 2018

권용주_Casting

2018.7.4 - 2018.8.11 두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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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규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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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여가의 덩어리



현재에 대한 인식은 관망이 아닌 개입을 통해 이루어진다. 권용주의 작업에는 작가가 관여한 현재가 흔적처럼 수장되어 있다. 두산갤러리에서 열린 이번 개인전<Casting>에서 작가는 주로 노동 현장에서   있는 재료들을 천막으로 덮어 임시적 구조를 만들고 이를 캐스팅하는 방식으로 본인이 마주한 현재의 장면을 작품으로전환한다. 이전 작업들과 마찬가지로, 노동과 예술의   사이를 오가는 이번 전시는 마치 노동과 예술이 모두 일처럼 느껴지는 어떤 세상에서 수행한 개인의 고된 여가-그것의 결과물을 공유하는 조용한 의식처럼 다가온다. 그럼 작가가 지속하는 고된 여가와  결과물의 공유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 


전시의  장면은 갤러리 윈도 공간에 마치 섬처럼, 산처럼, 구름처럼 앉아 있는 작고 하얀 조각들이 차지한다. 가까이 다가가 하얀 덩어리들의 정체를 파악해보면 그것들이 양철판이나  패널과 같은 산업 자재들과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얀 덩어리들을 감지, 재발견하는 경험은 전시장 안에서도 계속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크고 작은 하얀 덩어리들이 만든 정허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여러 사물을 천막으로 덮어 캐스팅  것이라는걸, 그리고 천막 안에는 과거 작업처럼 여러 폐기물이, 노동 현장의 재료와 도구들이 놓여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순간 전시장의 정허함은 다소 무거운 현실로 엄습해온다. 그리고 여기서 작가의 몇몇 과거작들이 함께스쳐 간다. 각종 도구와 폐자재들을 쌓고 천으로 덮은   위에 묽게 희석한 석고를 뿌리는 작업 과정은 버려진 오브제와 수중 펌프를 조합해 인공 폭포를 만들어 버려진사물로 생존의 구조를 증축한 <폭포> 겹쳐진다.  각종 도구와 재료를 조합하고 다시 그것에 딱딱하게 굳는 재료를 올리는 행위, 그리고 딱딱하게 굳은 재료의 질감과모양이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인지되는 지점은 시멘트로 만든 소풍경의 기암절벽 <석부작> 오버랩된다. 이처럼 작가의 과거 작업을 계속해서 호출하는 전시의 경험은그동안 작가가 지속해온 작업과 노동의 중첩 그리고 그를 통한 현실의 새로운 인지를 재확인시킨다. 


전시는 과거 작업과 포개져 있지만 분명 다르게 다가오는 지점도 있다. 다양한 재료를 천막으로 덮고 캐스팅해  하나의 물성-석고로 포괄한다는 것이다. 과거 <폭포><석부작> 대부분의 경우 개별 사물의 성질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그와 관련한 현실의 장면을 연결 지으려 했다면 이번 개인전은 여러 재료를 하나의 통일된 덩어리처럼 감지하게 한다. 서두에 언급한 대로, 그렇게 덮이고 통일된 물성은 여러 발견의 층위를 드러낸다. 다양한 재료를 하나의 물성으로 총괄하는 전시는 결국 가리더라도 가려지지 않는, 자연스럽게 발견되고 체감되는 현실의 장면을 덩어리 짓는 것이다. 그렇게 덮였지만 불쑥 삐져나온 현실의 모서리와 표면은 작가의 이전 작업이 노출한 그것보다 오히려  강한 정서적 공감을 불러오기도 한다. 개인이 경험한 현실의 장면이 공동의 맥락에서 이야기될  억지와 봉합을 설정할  있음을 인지하는  전시는 이전보다  자유롭게 혹은 편안하게 내재된 현실과 그것의 정서를 체감하게 한다. 이는 결국 덮고 포괄하는 행위가 갖는 역능 때문일 것이다. 


작가가 공유한 고된 여가의 흔적은 다양한 현실의 층위를 드러낸다. 전시가 만든 풍경의 실체가 현재의  부분임이 드러나는 순간  풍경은 일종의 몽상처럼 느껴지기도한다. 그리고 다시, 미술은 결국 몽상의 세계에 근거한 것인가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다가간 풍경의 표면에서 거친 현재의 감정들이 출몰하듯 권용주의 전시는 예술의 몽상과 현실의 날카로움 사이를 부지런히 왕래한다. 이처럼 미술의 몽상이 현재의 유의미한 독해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사회와의 연결을 끊임없이 재발견하며 새로운 사고의 틀을 발현해야  것이다. 그동안 실험해온 작업과 현재의 접점들을 보다  경로로 변환하는 듯한 권용주의 이번 개인전은 그렇게 노동과 예술, 일과 여가, 현장과 자연 같은안티테제의 교차를 경험하는 일종의 매개공간을 제시한다.  지점이 앞으로 그의 작업이 인간의 노동마저 가소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어떠한 이행을 만들지  예술과 현실의 어떤 접점을 새로이 활성화할지 기대하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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