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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73, Feb 2021

로랑 그라소
Laurent Grasso

미래엔 과거인 지금

“내 작업은 대부분 모든 종류의 권력, 프로토콜, 상황과 관련한 미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것은 안전에 대한 것 뿐 아니라, 권력이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출신 로랑 그라소는 예술의 상대적이며 모순적인 개념을 전달하는 장본인으로, 우리에게 삼성미술관 리움(Leeum)의 Museum 2 외벽에 설치된 '미래의 기억들(Memories of the Future)'(2010)로 잘 알려진 작가다. 아마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전복된 상식과 비논리적 문장으로 관람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모호한 맥락과 시점으로 사고를 집중시키는 전시 타이틀이 봇물처럼 쏟아진 것은 말이다. 주로 비디오 영상작품을 제작하면서 빛, 전기 에너지, 전파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을 시각화하는데 관심을 둔 그는 작업들을 통해 시간의 개념을 다룬다.
● 정일주 편집장 ● 이미지 Laurent Grasso Studio 제공

'Solar Wind' 2020 Video animation, software translating solar activity in real-time, based on data provided by four scientific laboratories About 10m and 'Future Herbarium' 2020 White bronze 135×20×20cm Exhibition view of 'Future Herbarium' Perrotin, Shanghai © Laurent Grasso / ADAGP Paris, 2021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Photo: Mengqi B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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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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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오랜 시리즈인 ‘Studies into the past’를 비롯해 가장 최근 한국에서 선보인 <Élysée>를 통해 황금색에 대한 관심과 표현을 드러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그에게도 황금색은 여러 의미를 갖는데 그것은 부유함을 나타내기도 하고, 취향을 반영이기도 하며, 어떤 면에서 19세기 역사의 그 자체이기도 하다. <Élysée>에서 그는 절대적 권력과 현재적 시점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골드를 사용했다. 프랑스 대통령 집무실 살롱 도레(Salon Doré (or Golden Room))는 국가의 미래가 결정되는 곳이며 초대 받은 각국의 정상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다. 그는 이 역사적이고 수수께끼 같은 내부에서 영화를 찍을 수 있도록 특별히 승인을 받은 최초의 예술가로서 카메라를 통해 그 방의 많은 레이어를 시각화했다. 




<OttO> 2018 HD film 21min 26sec Sydney Biennale, 

Sydney, Australia, 2018 © Laurent Grasso / ADAGP 

Paris, 2021 Courtesy of the artist, Sean Kelly, 

New York and Perrotin Photo: Silversalt photography




그것은 과거와 역사, 좋았던 혹은 나빴던 결정 등 모든 기억의 총체인 셈이다. 화려한 표면을 천천히 둘러보는 영상은 최면적이며 매혹적이다. 서류 더미, 전화, 볼펜 등 일상적 사무용품이 더러 화려함을 단절시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초월적이고 아름다운 시각 향연은 과거와 현재, 환상과 현실을 병치시킨다. 그러한 영상을 완성한 그는 그 안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의 면면을 발견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저널리스트와 달리 관점과 감정에 관한 부분을 통찰하는 것에 초점 맞췄으며 특히 시각적으로 예스러운 공간 안에서 현대인(현 프랑스대통령)이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주는 이질감, 대통령과 역사 사이의 비연결성(disconnection)이 야기하는 흥미로움을 화면에 담고자 노력했다고 강조한다. 오래 전부터 자신의 관심을 자극해온, 권력을 여러 형태로 흩트려보거나 분산을 위한 시도를 반영한 것이다. 




<Solar Wind> 2016 Permanent light installation,

 software translating solar activity in real-time, 

based on data provided by four scientific laboratories 

On the outskirts of the 13th arrondissement in Paris,

 placed on the walls of the Calcia silos © Laurent Grasso 

/ ADAGP Paris, 2021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Photo: Romain Darnaud




앞서 언급한 <Memories of the Future>에는 <Élysée>의 선연한 금색과는 다른 매너가 적용됐다. 첫 글자 ‘M’부터 마지막 ‘E’까지의 다크 블루에서 점차 옅은 색으로 사라지듯 변하는 것이다. 마치 ‘미래의 기억들’이란 글귀와 같이 우리가 아는 지식이 실은 명확한 논리로 구분될 수 없음을 피력하는 이 네온 설치작업은 빛을 매체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물질적이다. 전기가 흐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빛 조각은 물리적 볼륨이 없이 사라지는 존재의 조각을 만들고자 한 그라소의 의도를 드러낸다. 한편 2016년 1월 그라소는 파리 남동부 지역 고층 건물 벽에 빛을 투사해 우주의 흐름을 기록한 스펙터클 작업 <Solar Wind>로 세계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9세기 이후 프랑스 도시 재생 프로그램 진원지로 큰 변화를 겪은 구역을 선택한 작가는 원주민을 비롯해 그 외곽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의 매일 백만 명 이상의 운전자들이 볼 수 있도록 어마어마한 크기의 작품을 고안했다. 


시멘트 제조업체 Calcia 유통 센터의 콘크리트 사일로 2개를 작품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작가는 각각 높이 40m, 너비 2×20m에 달하는 강력한 조명 설치 작업을 만들었는데 이는 과학, 신념, 환상 및 허구의 개념을 명확하게 표현한 것이었다. 작품을 위해 우선 그라소는 National Center for Space Studies 예술 과학 연구소인 Space Observatory와 협력해 자신이 보낸 데이터에 실시간으로 반응할 수 있을 만큼 정확한 알고리즘을 구성했다. 또 광학 엔지니어 등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감각할 수 있는 미세하면서도 강력한 빛을 설계했다.





<Memories of the future> 2010 Neon 

140×4500cm Leeum, Seoul Photo: Shin Kyung Sub





태양 폭풍과 우주 기상학에 일찌감치 관심을 갖고 기후 현상을 데이터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매핑(mapping) 작업을 기획했던 그는 비로소 그것을 작품으로 재현했다. 이 작품이 완성되기 불과 몇 개월 전 미국 당국이 발표한 국가 우주 기상 행동 계획으로 인해 국제적 관심은 더 증폭됐다. 그라소에 따르면 <Solar Wind>는 모든 전기 장치가 고장나면서 1989년 캐나다에서 정전을 일으킨 지자기 폭풍을 회상하게 하는데, 이 작업은 태양풍에 의해 구체화된 미지의 것과 여기 지구에 미칠 수 있는 영향 사이의 긴밀한 연결을 확립함으로써 두려움을 해결하는 역할을 한단다. 또 그는 이 작품이야말로 우리의 상상력을 무한히 확장하는 시적이고 철학적인 프로젝트라고 단언한다. 어떤 특정한 장소, 그리고 유난히 뮤지엄이라는 공간에 관심이 많은 그는 몇 년 전 주드 폼(Jeu de Paume) 전시에서 아주 특별한 공간을 만들었다. 모서리가 아주 얇은 굉장히 특이한 창문들이 있었는데, 어두운 복도에서 그 좁은 창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보이는 건 작품이 아니라, 복도의 이름표였고 관람자는 그 뒤에 숨은 뜻을 인식하려고 애쓰거나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 보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건축을 인간의 심리적인 면이나 의식의 상태를 바꾸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가 곧 우리나라 새로 문을 여는 미술관에서 신작을 선보인다. 3월 개관하는 전남도립미술관 초대기획전을 통해 그라소는 한국의 수묵화나 전통화법을 학습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들을 4개의 전시실에서 미니 개인전 급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국내 미술관에서 그라소 작품을 대규모로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Élysée> 2016 35mm film transferred 

16min 29sec looped © Laurent Grasso / 

ADAGP Paris, 2021 Courtesy of the artist, 

Sean Kelly, New York and Perrotin





영화와 예술사에서 추출한 이미지를 통합한 그라소는 비디오, 조각, 회화 및 드로잉 작업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초현실적이고 모호한 병치를 설정하는 인간 및 자연 현상을 재현한다. 특정 주제에 특이한 관점을 부여하고 의도적으로 이미지를 조작해보는 사람의 본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건 그의 가장 큰 무기다. “아이디어는 부동적 관점을 구성하여 현실과의 관계에 불일치를 생성하는 것이다. 우리는 한 관점에서 다른 관점으로 이동하며 우리가 제조하는 방법이기도 하다”라고 말하는 그라소는 논리와 이성 뒤에 비가시적 세계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다. 우리 또한 어느 정도 그러하다고 믿는 까닭일까, 역설적 논리와 시적인 메시지로 점철된 그라소의 작품이 신비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말이다. 인간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보이지 않는 것을 구현하려, 다층적 시공간을 넘나드는 영상과 사진, 수세기 전 기법으로 재현한 회화를 통한 낯설고 모호한 세계에 대한 그라소의 숙고는 네버 엔딩 스토리이다. PA




로랑 그라소

Laurent Grasso in front of the <OLOM> sculpture 

© Laurent Grasso / ADAGP Paris, 2021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Photo: Claire Dorn




미술사나 역사, 과학에서 소재를 차용해 회화부터 설치, 비디오 등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작가 로랑 그라소는 1972년생으로 National School of Fine Arts를 졸업했다. 전자기 에너지, 전파 및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의 과학과 관련된 시각적 가능성에 매료돼 작품에 매진한 그라소는 프랑스 Musée des Beaux-Arts(2016), 일본 Fondation Hermés(2015), 스위스 Kunsthaus Baselland(2013), 미국 Hirshhorn Museum and Sculpture Garden(2011) 등에서 개인전을 선보였으며 ‘광주비엔날레’(2012)를 비롯 ‘모스크바 비엔날레’(2009), 아랍 에미리트 연합의 ‘샤르자 비엔날레’(2009), ‘시드니 비엔날레’(2018) 등 수많은 국제 비엔날레에 참여했다. 2008년 ‘마르셀뒤샹 프라이즈’를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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