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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59, Dec 2019

포킹룸: 데이터와 연산장치

2019.11.7 – 2019.11.10 탈영역 우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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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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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불가능함에 대한 가능성



문명 이후부터 2003년까지 인류가 쌓아온 크기의 데이터( 5 Exabyte)가 이틀 동안에 생산되고 있다. 2011, 구글의 CEO였던 에릭 슈미트(Eric Schmidt)가 남긴 말이다. 그리고 한 달 전 구글 양자컴퓨터 연구팀은 슈퍼컴퓨터로 1만 년 동안 계산해야 하는 연산을 200초 만에 해결 할 수 있는 연산 장치를 발표했다. 인간 개인을 넘어설 뿐만 아니라, 인류라는 종을 넘어서는 데이터의 양과 연산의 속도를, 이제 한 기업이 확보한다. 따라서 모두에게 적용되었던 시간이라는 견고한 기준은 사라진다. 오늘이 쌓여 오는 내일이 아닌, 계산되어 예측된 미래가 앞에 놓인다.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다. 유튜브(Youtube)의 추천 시스템이, 페이스북(Facebook)의 광고 시스템이 예측한, 즉 연산된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기억이라는 데이터를 축적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개인의 행위가 잉여가 된 오늘날, 우리의 연산은 어디에, 어떻게 개입하며 또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가?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한 <포킹룸(Forking Room)>이 던진 질문이다.


<포킹룸>은 전시, 토크, 워크숍이 함께 벌어지는 일종의 일시적인 플랫폼으로,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언메이크랩(최빛나, 송수연)이 이끌어오고 있다. 올해는데이터와 연산장치(Data & Framer)’를 주제로 단순히 정보로서 데이터와 기계로서 연산 장치라는 의미를 넘어서 기술, 사회, 예술이 공유한 현상을 폭 넓게 다룬다. <포킹룸>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전시는 리서치 과정 중에 있는 작품을 선정하여, 큰 주제를 공유하면서도 각 작가의 문제의식이 뚜렷하게 드러난 9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PDF 파일의 오류를 추상적으로 보여준 백종관의 <개별적 쾌의 경험과 관대함의 획득>, 한국의 주거 형태를 분석하고 이를 물리학의 붕괴 파동함수를 통해 시각화한 연구를 선보인 박서인의    <자기만의 정원>, 목표를 의심하는 유전 알고리즘의 진화 과정을 보여준 안티-안티 에일리어싱(Anti-anti-aliasing) <리버를 리팩토링하기>는 데이터를 감각화하는 일반적인 방법론에서 벗어난 실험적이고 예리한 통찰을 드러낸 작품이다. 특히 양숙현의 <만날 수 있는 데이터>는 완벽한 데이터가 아닌 글리치(glitch)가 내포된 데이터를 생산하는 알고리즘을, 김승범의 <WYTIWYG-What You Type Is [not] What You Get>은 작가가 설정한 질문에 무지, 의도 또는 오해로 답하며 메시지의 에러를 만들어내는 개인을 통해, 알고리즘과 인간을 모두데이터를 조작하고 선택하는 연산장치로 묶으며 전시의 주제를 확고히 했다.


네 차례의 토크는 기술이 야기한 삶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다루었다. 유튜브 추천 시스템, 플랫폼으로서 게임엔진, 미세먼지와 데이터 정치, 분산기술과 실천적 예술을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각 주제에 대해 깊게 연구하고 있는 젊은 연구자가 진행했다. 여기에 <포킹룸>을 기획한 언메이크랩의 워크숍은 데이터를 조작하고 해킹하는 아티스트의 실질적인 방법을 나누며 실천적인 행동을 더했다. 숨 가쁘게 지나간 4일이었다. 앞단에서 제기한 질문, 거대 알고리즘 앞에서우리의 연산은 어디에, 어떻게 개입하며 또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포킹룸>은 나름의 답을 내리고 있다. 하나의 단서로 이번 <포킹룸>의 영문 제목에서연산 장치는 일반적으로 이를 뜻하는 컴퓨터(Computer)가 아닌 프레이머(Framer)이다. 이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계산하는 수동적인 객체로서 연산 장치가 아니라 광대한 데이터를 잘라내고 얼마만큼 볼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는 주체로 설정한다는 의미이다. 그리하여 우리는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거대 데이터를 계산하는 컴퓨팅 기계와는 다른데이터를 틀 짓는 연산장치로서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그럼에도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와 예측된 미래의 안락함을 외면할 수 없지만, <포킹룸>에서 마주한 참여 작가, 젊은 연구자, 그리고 기획자와 나누었던 대화는 일시적이나 인위적이지 않은 집단과의 매개였으며, 나를 배제한 채 흐르는 시간을 잠시 멈춰 두었다.                                                                  

 


*김승범@PROTOROOM <WYTIWYG-What You Type Is [not] What You Get> 2019 변형된 키보드, 라즈베리파이, 열전사 프린터, 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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