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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59, Dec 2019

푸른 창 너머의 미국 예술가

U.S.A.

My Blue Window
2019.10.6-2020.2.16 뉴욕, 퀸즈 미술관

이름만으로도 시사적인 아메리칸 아티스트(American Artist)의 개인전이 뉴욕 퀸즈 미술관(Queens Museum)에 선보이고 있다.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 같던 예측 순찰(predictive policing) 기술이 실제로 미국에 도입된 상황에서, 작가는 그것이 과연 모든 이들에게 공정하게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인지 질문을 던진다. 아티스트가 제시하는 푸른 창 너머로 보게 되는 도시의 풍경은 숨겨져 있는 통제의 시스템을 어떤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을까.
● 김나희 미국통신원 ● 사진 Queens Museum 제공

'1956/2054' 2019 iOS and Android App and single-channel HD video animation, TK minu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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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희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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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즈 미술관 2018-2019년 입주 작가 아메리칸 아티스트(American Artist)의 개인전 <나의 푸른 창>이 진행 중이다. 아메리칸 아티스트는 뉴욕을 기반으로 백인 남성들이 주도적으로 개발해온 현대 기술이 특정 사회 계층을 소외하는 현상을 드러내고 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제공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검은 암막 천과 짙은 푸른색 벽으로 둘러싸여 마치 전시 준비 중인 듯한 그의 전시장에 들어서면 맨 먼저 스마트폰을 확대해 옮겨 놓은 듯 세로로 긴 스크린이 눈에 띈다. 스크린에는 누군가가 차 안에서 스마트폰을 전면 유리를 향해 들고 내비게이션처럼 촬영하고 있는 장면이 재생되고 있다. 영상의 정중앙에 위치하여 시야를 가리고 있는 숫자 ‘1954/2056’는 스크린에 상영되고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이름이면서 공상과학 소설가 필립 딕(Philip K. Dick)의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가 쓰인 해(1954)와 소설 내에서 예측 순찰(predictive policing)이 시작된 해(2056)의 조합이다





Installation view <My Blue Window> Queens Museum 

(10.6.19 - 2.16.20) Image courtesy Queens museum

 



이내 화면 위로 어떤 뉴스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의 알림이 전달된다. 스마트폰 스크린을 가득 채운 기사들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순찰 과정에 도입되어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바로 옆 공간에 둘린 짙은 푸른색 커튼 너머로는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뉴욕의 거리 풍경에 HUD 인터페이스(Heads-Up Display Interface)가 얹혀 프로젝션 되고 있다. 1인칭으로 촬영된 영상이 커다란 프로젝션으로 감상하도록 설치되어 있어 마치 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희미하게 빛나는 HUD 인터페이스 내의 문자들은 창 너머의 지역에서 일어날 법한 범죄명을 과거 데이터에 기반해 나열하고 있다. 이 작업의 제목은 <2015>, 캡션 내에서 제작연도인 2019년과 병기되어 굳이 과거를 가리키고 있는 숫자에 다시 한번 눈이 가도록 만든다. 2015년은 뉴욕 경찰이 예측 순찰 시스템을 도입한 해이기도 하다.





<2015> 2019 Still image, single-channel HD video, 21:38 minutes 




그의 이번 작업은 최근 뉴욕 경찰이 알고리즘 기반의 범죄 예측 시스템을 순찰 과정에 도입한 사실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로부터 출발했다. 뉴욕 경찰은 이 시스템이중립적인알고리즘에 기반해 범죄 발생을 예측하기 때문에 차별의 우려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알고리즘의 계산 자체는 중립적일 수 있어도 그 결과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해당 알고리즘을 제작하는 개발자의 대부분이 백인 남성이며, 아티스트에 의하면1) 그들의 사고방식에 자리 잡고 있는 편견과 차별의 의식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제작과정에 녹아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우려가 시뮬레이션 영상을 감상하는 과정의 불편함으로 치환된다. HUD 인터페이스는 계속해서 뉴욕 내의 특정 동네 -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 를 붉은 아이콘으로 가리키며 그곳에서 무엇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듯한 암시를 던진다. 하지만 막상 시뮬레이션 내 경찰이 그곳으로 출동해보면 동네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다만 주민들이(대부분 아프리카계 미국인)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경찰차의 창 너머의 풍경은 오히려 출동할 때 울렸던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민망하게 만든다. 그러한 출동이 지속해서 반복되며 21분가량의 영상은 계속된다. 알림-출동-해산으로 구성된 영상의 패턴은 단순하지만 그만큼 감상자에게 왜 그런 수확 없는 출동이 계속되는지 쉽게 의문이 들게 만든다.





<2015> 2019 Still image, single-channel HD video, 21:38 minutes 

 




아티스트는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자신의 시각을 그대로 전달하기보다는 감상자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할 것을 바란다. 그의 전시 타이틀에 포함된 블루는 미국 경찰들이 전유하고자 하는 색(Blue Lives Matter)2)이며 동시에 컴퓨터에 무엇인가 치명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등장하는 스크린의 이름(blue screen)이기도 하다. 이 전시를 통해 사람들이 경찰과 그들이 사용하는 알고리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문제의식을 느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어떤 프로그램에 치명적인 제동을 걸어주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녹아 있다.

놀랍게도 아메리칸 아티스트는 그의 본명이다. 그의 개명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백인 추상화가들이 점유하고 있는 미국 미술계에 도전장을 내미는 행동이었다. 또한 이름의 특성상 아무리 인터넷에 검색해보아도 작가인 그 하나로 특정되지 않는 결과가 돌아온다는 점에서 아메리칸 아티스트라는 이름은 그의 작업의 또 다른 큰 축인 기술과 프라이버시라는 주제로 연결된다. 아티스트는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석사과정을 위해 뉴욕으로 옮겨왔으며, 휘트니 미술관의 자율연구 프로그램(Whitney Museum Independent Study Program)을 수료했다. 이후 예술과 기술의 융합, 그리고 그것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가들이 거쳐 가는 아이빔(Eyebeam)에서 레지던트로 활동했으며, 현재 케이닉 앤드 클린턴 갤러리(Koenig & Clinton gallery) 전속 작가이다. 그는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출판과 교육을 겸하며 지나친 복잡계 속에 가려져 있는 현대 기술의 맹점을 드러내는 담론을 순환시키고 있다.





<2015> 2019 Single-channel HD video, 21:38 minutes


 



그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퀸즈 미술관은 뉴욕 퀸즈의 플러싱 메도우-코로나 공원(Flushing Meadow-Corona Park) 한가운데 있다.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는 건물은 본래 1939년 세계 박람회의 뉴욕시 전시관을 위해 지어졌던 곳으로, 1972년부터 본격적으로 미술관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 제롬 재단(Jerome Foundation)의 후원을 받아 아직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하지 않은 신진 작가들을 대상으로 펠로우쉽을 운영하고 있다. 아메리칸 아티스트는 2018-2019년의 펠로우로 선발되어 활동했으며, 이번 전시는 그의 펠로우쉽을 마무리하는 전시로 진행되었다. 펠로우로 선발되었던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살펴보면, 클래식한 회화에서부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활용한 퍼포먼스까지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수많은 문화가 충돌하며 사회 이슈가 발생하는 뉴욕의 작가로서 개인과 커뮤니티의 정체성에 질문을 던지고 있어 재기 넘치게 사회 현상을 진단하는 작가에 관심이 있다면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   

 

[각주]

1) 아메리칸 아티스트의 2018년 에세이 『블랙 구이 유니버스(Black GUI Universe)』에서 참조하였다.

2) 블루 라이브스 매터(Blue Lives Matter) :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 대한 공권력의 차별적인 대우에 대한 반발로 일어난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운동에 대한 반발로 미국 경찰들이 시작한 운동. 미국 내 경찰에 대한 혐오 범죄를 막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글쓴이 김나희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의 시적연산학교(School for Poetic Computation)를 수료하였으며, 헌터 대학(Hunter College)에서 미디어아트를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네트워크 프로토콜을 연구하고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며 현재는 웹을 기반으로 가상의 인격체를 연기하는 퍼포먼스를 진행 중이다. 아티스트 콜렉티브업체eobchae’의 일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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