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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69, Oct 2020

빌 폰타나
Bill Fontana

지구의 맥을 짚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우리가 듣는 것은 대부분 소음이다.
우리가 그것을 무시하면,
그것은 우리의 신경을 거슬린다.
그것에 귀 기울여야,
비로소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된다.”

(존 케이지, 미래의 음악: 크레도, 1937)

최근 자연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인간의 무자비한 자원 착취로 지구 표면의 상처는 더욱 깊어졌고, 기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폭염, 폭우, 지진, 전염병 등 늦게나마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지만 시간을 되돌리기엔 어림없다. 이제 자연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인간이 감지할 수 없는 작은 소리까지 증폭하고 집중해서 지구의 호흡과 맥박을 읽어내야 한다. 여기 지구의 소리를 누구보다도 과학적으로, 철학적으로 경청해 온 사운드 아티스트가 있다. 환경오염의 문제가 시작되었던 1970년대부터, 그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 속에서 발굴한 음파를 작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 이대형 Hzone 디렉터 ● 이미지 작가 제공

Installation view of 'Shadow Soundings' at MAAT, Lisbon, Portugal 2017-2018 © the artist and MA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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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형 Hzone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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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부터 1915년 사이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은 음악과 관련해 몇 가지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 두 개의 음악 작품을 작곡하고, 일종의 해프닝 작품을 연상케 하는 한 개의 악보를 남겼는데, 이 몇 안 되는 작품들만으로도 당시 음악과 비교해 매우 급진적인 차이를 보였다. 마치 뒤샹은 먼 미래 음악과 시각예술이 어떻게 결합될 수 있을지 예상이라도 한 듯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이 부족했던 뒤샹의 아마추어리즘이 오히려 그만의 소리를 이용한 예술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동력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그의 음악작품들은 20세기 초 음악계의 주된 흐름에서 완벽하게 독립한, 더 정확히는 반세기 이상 앞서 있었다. “소리는 지속되고 남겨진다.” 1968년 뉴욕현대미술관(MoMA) 전시 <기계 시대의 끝에서 본 기계(The Machine as Seen at the End of the Mechanical Age)>에 출품된 뒤샹의 1913년 작으로 추정되는 <음악 조각(Musical Sculpture)> 작품을 설명하는 명제다. 그리고 이는 세계적인 사운드 아티스트 빌 폰타나(Bill Fontana)의 예술세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 문장이 된다.




Installation view of <Shadow Soundings>  at MAAT. 

Lisbon, Portugal 2017-2018 © the artist and MAAT




1976 10 23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발생한 개기일식. 폰타나는 지역의 열대 우림에 녹음장비를 챙겨서 들어간다. 개기일식이 야생 동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소리를 통해 기록하기 위해서다. 그는 일식 7분 전부터 숲에서 나는 소리를 녹음하기 시작했는데, 본격적으로 개기일식이 진행되고 태양의 위치가 바뀜에 따라 새의 울음소리와 숲의 풍경이 달라졌다. 그리고 완전한 개기일식의 순간에 다다르자 숲은 완벽한 정적에 휩싸인다. 당시 호주 ABC 방송국에 근무했던 폰타나는 숲에서 채집한 소리를 라디오를 통해 호주 전역에 송출한다. <개기일식 1976 10 23(Total Eclipse, SE Australia, October 23rd 1976)>(1976)이 운명처럼 태어난 순간이다. 폰타나는 자연에서 나온 소리를 라디오를 통해 송출하고 인공 건축 공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했다. 자연과 문화 그리고 인간의 만남 사이에서 벌어지는 생태적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자연에서 인공 공간으로 소리의 탈맥락화를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진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다시 한 번 호주의 숲에서 개기일식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5,000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일식이 야기한 숲의 소리풍경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경험인지 새삼 실감이 간다. 이처럼 폰타나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귀로 다시 들을 수 없는 현상, 그리고 특정한 순간의 생태학적 특이점을 읽어내며 사운드를 재구성하는 대표적인 작가이다. 지구촌 곳곳 비밀스럽고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을 것 같은 곳까지 기어이 접근해소리 발굴을 시작한다. 특히 폰타나의 사운드 조각은 인간과 자연환경을 음악적 정보 시스템으로 이해하고 그 속에 담긴 무수한 소리를 철학적으로 재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는 어떤 주어진 순간들 속에서 의미 있는 무언가가 있을 것으로 가정하고 작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실제로 의미 있는 사운드 패턴을 발견해 낸다.





Installation view of <Primal Energies> at Kunsthaus Graz, Graz,

 Austria 2020 Photo: Universalmuseum Joanneum/N. Lackner




현대 도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변의 소리를 소음으로 생각하고 사운드 트랙이 없는 영화처럼 도시를 시각적 경험으로 가득 채우는 실수를 한다. 이 소리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무엇인지? 이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무엇인지? 물체는 특정한 소리를 낸다. 예를 들어 바다의 이미지와 파도 소리 사이에는 고유한 연결지점이 있다. 그러나 이미지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다양한 소리를 이미지와 연결시킬 수 있다. 대부분 움직이는 이미지 작업 후 사운드 트랙을 추가한다. 반면 폰타나는 먼저 사운드를 만든 다음 움직이는 이미지를 추가한다. 사운드가 주인공이고 영상이 보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순서이다. ‘CONNECT, BT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20 1월에 열린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 미술관(Martin Gropiusbau)의 퍼포먼스 전시 <치유의 의식(Rituals of Care)>에 일종의 전주곡처럼 등장한 폰타나의 작품은 텅 빈 미술관 중앙 홀을 압도했다. 시간과 공간을 분리하지 않고 일종의 연속체로 해석하는 폰타나의 사운드 조각 작품은 소리 에너지를 끊임없이 시공간에 흘러 보내며 자연과 문화 사이의 인터페이스에 미묘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베를린 장벽의 상처를 내려다보는 그로피우스 바우 미술관을 순식간에 장악한 빌 폰타나의 3,000년 된 나무의 맥박 소리, 생명의 소리를 직접 체험하며 느꼈던 전율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물리적 오브제를 통해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소리를 통해 관람객들이 3,000년의 시공간을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야말로 그의 지향점이다.




<Sound Island> 1994 

© the artist resoundings.org





소리는 시간과 함께한다. 그 순간 거기에 존재해야 경험할 수 있는 매우 한시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인간중심의 해석일 수 있다. 소리는 인간의 존재와 상관없이 계속 존재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예를 들어, 폰타나는 2009년 작품 <사일런트 에코(Silent Echoes)>를 통해 일본 교토 5개 사찰의 종소리를 담아낸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타종 시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아닌, 종이 울리지 않을 때 종 안에서 들릴 수 있는 소리를 탐색하고 발굴하는 시도라는 점이다. 이를 위해 폰타나는 바이브레이션 센서를 종 표면에 붙이고, 어쿠스틱 마이크로폰을 공명이 일어나는 종 내부에 설치해 종이 울리지 않는 동안 종이 주변 환경의 소리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측정하고 기록했다. 불교 세계관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만약 종을 쳤는데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종소리를 의식적으로 듣기 시작할 때까지 종의 울림이 절대 멈추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처럼 폰타나의 <사일런트 에코>는 고요하게 숨 죽이고 있는 종이 오랜 음향 에너지를 첨단 센서와 테크놀로지를 동원해 가청영역으로 이끌어낸 예이다. 종은 인간의 존재, 인간의 간섭에 상관없이, 항상의 주변 소리에 반응하며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그동안 우리가 듣지 못한 것이다. 종소리만 들을 줄 알았지, 주변 환경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둘러싸인 종이 어떤 소리를 듣고 있는지까지 생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Landscape Soundings> at Gropius Bau 

as part of the performance program Rituals of Care 2020





올해로 73세가 된 폰타나는모든 소리는 음악이다라는 지론 아래 지난 반세기 동안 자연을 경청하고 사운드를 채집해 자연과 문화를 재해석해왔다. 인류의 역사보다 오래된 지구의 소리를 담아내는 빌 폰타나의 관찰력과 작가적 태도를 지켜보고 있으면 한 인간으로서 겸손함 마저 느끼게 된다. 듣는 행위가 음악을 만드는 방법이다.”- 빌 폰타나 

 

 



빌 폰타나

 Photo: Robin Hill

 



1947년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난 빌 폰타나는 지난 50년 동안 흙나무공기 등 지구의 숨과 맥을 짚어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최신 마이크로폰하이드로폰바이브레이션 센서녹음 장비를 동원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대상의 깊숙한 곳에서부터 소리를 이끌어내는 작가는 사운드 아트의 아버지라고 불린다존 케이지와 마르셀 뒤샹의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그래서 플럭서스존 케이지의 확장된 음악 개념선불교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다음악과 철학을 전공하고기술적으로는 호주 방송국에서 첨단 음향 장비를 익힌 폰타나는 인간과 자연환경을 음악적 정보 시스템으로 이해하고 그 속에 담긴 무수한 소리를 철학적으로 재해석한다그는 어떤 주어진 순간들 속에서 의미 있는 무언가가 있을 것으로 가정하고 작업을 시작하는데그 과정에서 실제로 의미 있는 수많은 사운드 패턴을 발견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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