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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57, Oct 2019

Inside Out

2019.7.3 - 2019.9.29 수창청춘맨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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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신경애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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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그리 생소하오. 인간 내면에 감춰진 본질이여



대구 도심에 위치한 수창청춘맨숀은 KT&G 연초제조창 직원 관사로 쓰인 아파트를 도심 재생사업으로 개발하여 복합예술공간으로 탄생한 곳이다. 과거가 현재에 혼재하는 이 공간은 축적된 시간의 결이 생활공간 속에 들어온 예술성과 어우러져 익숙하면서도 낯선 정취를 풍긴다. 수창청춘맨숀에서 열리는 <Inside Out>전은 인간 내면에 감춰진 부분을 젊은 작가들이 어떻게 드러내는가를 보여주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공모에서 선정된 15명의 청년작가는 인간의 심리, , 기억, 감각, 생의 의미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나름의 방식으로 감상자와 소통을 시도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지 간에 나는 1층 전시실에서 3층 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점점 깊은 내면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듯 하는 인상을 받았다.


기록물을 태워 석고, 밀랍으로 밀봉하고 그것을 깨뜨려 파편화한 것, 동물의 가죽으로 유기적인 추상형상을 만들어 놓은 것, 폐건축자재를 천장에서 바닥으로 돌출시켜 동굴을 연상시키는 것, 물과 기름이 그려내는 우연적 형상을 천에 담아낸 것, 작가 개인의 트라우마를 바느질을 매개로 풀어내거나 모자이크 처리된 영상으로 녹여낸 것, 자개경대와 땋은 머리를 통해 오감의 기억을 현재에 소환하는 것, 라인만 살아 있는 속이 빈 옷의 형상으로 외면의 화려함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것, 쿠션감 있는 비닐소재로 사물을 포장하여 정체성에 의문을 던지는 것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일일이 작품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만약 이들 작품이 일반적인 갤러리 공간(white cube)에 놓였다면 그저 다양하거나 기괴하고 독특한 표현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벽돌이 거칠게 노출된 짙은 회색 벽이 특징적인 수창청춘맨숀의 전시실에 놓이니 겉과 속을 뒤집어 노출하는 작가들의 방법이 더욱 실감이 났다. 그런 나의 감정은 들여다보기 싫은 것, 무시하거나 외면해 온 것과 맞닥뜨린 생소함(낯섦)에 가깝다. 각 작품을 마주하면 눈은 앞을 주시하고 있는데, 정신은 내 뒤에서 나를 주시하는 것 같다. 작품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을 들여다보는 듯 하는 감정이 50년 묵은 수창청춘맨숀과 나란히 서 있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개인의 경험을 실험하여 추상화하는 방식이 표면적이라는 점, 압도적 전위성이 날 것의 상태로 제시되어 답답한 느낌을 주는 점, 몇몇의 천장에 늘어뜨린 설치는 매달린 상태가 만들어낸 긴장감을 바닥으로 흡수시켜버리고 만 점, 전체적으로 어두운 공간연출로 각 전시실별 구성이 치밀하지 못한 점. 작품 하나하나의 재미와 매력을 만끽하기에는 무언가 빈약하게 보인다. 하지만 나의 이런 아쉬움이 어쩌면 젊은 예술 감각을 더 잘 대변하는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론 젊음의 멋은 설익음과 같은 것일 테니까. 예술가의 활동은 시대를 막론하고 안과 밖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이루어져 왔다. 오직 자신의 주관성에 입각하여 내면으로 침잠하는 작업조차 결국에는 어떤 외면에, 어떤 특정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좋은 작가는 그의 개인적·내적 상처를 반성 및 분석하여 그것에 보편적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나는 전시에 참여한 젊은 작가들이 자기의 감정적 상처를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그것을 억지로 감추는 데 급급하지 않기를 바란다<Inside Out>전은 미진처럼 손에 잡히지도 않고 까발리기에는 불편한 그런 인간의내면외면의 육체를 통해 관계를 맺게 한다. 전시 관람 이후에는 작가들의 진력에 힘입어 밖으로 투사되어 나온 것들이 불현듯 본질에 닿는 순간을 경험을 하게 된다. 내가 받은 생소한 충격과 긴 여운을 다른 이들은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우수 <소실.> 2018 , 자재화장대 프로젝션 매핑 설치 5800×7500×38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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