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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56, Sep 2019

낫띵 NOTHING

20219.7.19 - 2019.8.25 교보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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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이정민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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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회로 안에서



<낫띵 NOTHING>은 심래정과 이은새의 2인 전으로 전시장에는 두 개의 출입구가 있지만 굳이 따라야 할 동선이나 입구와 출구의 구분이 없어, 이은새의 드로잉이나 혹은 심래정의 영상에서 관람을 시작할 수 있다. 전시는미술가의 사고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때로는 최종적인 산물보다도 더 흥미로울 수 있다라는 솔 르윗(Sol LeWitt)의 말을 빌려, 완성작이라 불리는 회화, 영상 작업과 함께 두 작가의 드로잉을 전면적으로 펼쳐두고 있다. 두 작가가 각각 근래의 개인전(심래정 <간호실 B 301>, 이은새 <밤의 괴물들>)을 통해 선보인 작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전시장에 들어서면 이미 낯익은 이미지(패턴)들이 눈에 들어온다. 다른 색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처럼, 새카맣게 채워진 면, 끊임없이 이어질 것 같은 선, 강박적인 격자무늬 속 인간의 형상, 그리고 회오리 속으로 휘감겨 버릴 것처럼 반복해서 나타나는 장기와 신체의 절단과 같은 잔혹의 양상…? 심래정은 자신(혹은 우리)의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폭력적인 사건들에 대해 반응하고 드로잉을 이런 감정들에 대한 직접적인 분출, 배설과 같은 행위로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런 작가에게 드로잉은 서로서로 연결해 이야기를 구성하거나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민을 수행할 계기로 기능하고, 또 그 결과로 나타난다.


이은새는순종이라는 고질적인 타자화된 이분법 사이에 위치 지어지지 못했던 여성의 자리를술 취한 여성’, ‘괴물로 명명해 비틀어 돌출시키고 그렇게 존재했던 이분법을 전복한다. 자신이나 주변의 친구들이 경험한 사건이나, 상상한 이미지를 중심으로 이은새의 드로잉은 일종의 기록이나, 캔버스 작업을 위한 다양한 시도이자 과정이 된다. <밤의 괴물들 - 철봉 운동>(2018)을 위한 드로잉으로 보이는 세 작품의 경우, 완성작의 구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드로잉과 함께 매달린 형태나 얼굴 표현을 중점으로 그려낸 드로잉이 함께 배치되어 완성작으로 표상되는 이미지의 세계를 분할하고, 추적하거나 단순화시켜볼 수 있도록 한다. 드로잉은 작가의 상상이 면 위에 현실화되는 상황이자, 초행길의 궤적을 표시하며 놓아둔 표석들, 나뭇가지에 묶어둔 리본들일 수 있고, 설계도이자 이정표, 즉흥적인 몸짓일 수 있다. 언제고 다시 돌아와 참조할 수 있으며, 반대로 언제고 다시 무화 시킬 수 있는 무엇으로 드로잉은 잔상(殘像)이자 잠상(潛像)일 수 있는 것이다. 작가의 작업 회로 속에서 지속해서 상기되고, 활성화되며, 이어지고 잊히고를 반복한다.


이는 감상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작은 전시장 안에서 시선은 진행하고 다시 돌아가고, 가로지른다. 드로잉들로 분할된 세계를 촘촘하게 들여다 보면 자연스럽게 참조되는 작가의 작품들을 점핑하며 연결 짓고 상상한다. 뭉툭하지만 강한 정동, 혹은 세밀한 고민의 지점들을 상기하다 어느새 다시 전시장이라는 덩어리의 세계로 되돌아온다. 누군가는 그렇게 머릿속으로(혹은 실제로) 몇 번쯤을 휘젓듯이 돌다 전시장을 나오게 될 것이다. 만일 완성작 혹은 최근의 개인전을 보지 않았다면 역순의 활동을 하지 않을까. 전시의 시작이거나 마지막이 동선이 되는 심래정의 <지옥에서 보낸 한 철>(2010) 영상은 랭보(Jean Nicolas Arthur Rimbaud)의 시구절을 가져온다. 랭보의 시구 위에 누군가는 몸을 뉘고, 누군가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그를 제거해버린다. 시구가 이어지고, 이런 폭력의 패턴은 반복된다. 그리고 전시의 다른 시작 혹은 마지막에 이은새의 <밤의 괴물들 - 비치워크(Beach Walk)>(2017)가 자리한다. 처음과 끝은 자의적이다. 언제고 다시 진행될 수 있는 열린 동선 안에서, 짧은 영상이 계속 재생되는 마지막, 내일이 없을 것처럼 불태워버린 폐허를 배경으로 바람이 일 정도로 당당한 걸음걸이를 본다. 


 

*이은새 <밤의 괴물들을 위한 드로잉> 2017 종이에 잉크 35.2×25.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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