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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53, Jun 2019

이영림_개인적 구조, Personal Structure

2019.5.8 - 2019.6.2 가나아트 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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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이민영 벨기에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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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구조



이영림의 최신작, 나무 조각으로 만든집적시리즈가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였다. 큰 눈을 끔뻑이며 차분하고 맑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자신의 작업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와 그의 작품은 참 많이 닮았다. 특별히 다듬지 않은 투박한 나무를 집적해 그 사이사이의 틈새 공간을 표현하고 있으나, 그것이 투박하기보단 속삭이듯 수줍은 느낌으로 부드럽게 다가온다. 아무래도 나무 위에 살포시 깔린 은은한 빛 덕분이리라. 가구를 좋아해 그것을 만드는 일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친해진 나무는 그에게 창조와 공간이라는 두 사잇길의 연결목이 되었다. 자른 나무 조각들을 구조적으로 배치한 후 연결해, 그 위에 색을 입혀 완성한다. 사실 삶의 흔적을 나이테로 표면에 고스란히 담고 있는 나무는, 기억과 흔적들을 온전히 제거한 후 남는, 본질의 순수한 공간만을 표현하고자 하는 기존의 기하학적 추상과 공간이라는 공통분모를 품고 있으나, 그의 작업 세계를 구분시키는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그의 작품엔 나무라는 재료의 물질성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감정을 차단하여 실체 하는 것들만을 쫓고자 하는 금욕적이기까지 한 차가운 추상과는 달리 나무가 주는 실재 이상의 자연스러움 안에서 서정적이며 따뜻하게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수성 물감으로 겹겹이 칠한 색을, 나무는 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진 시간의 농도로 각각 다르게 반응하며 그대로 덧입히는 대신 자신의 내부로 깊게 흡수하여 빛과 하나 된 고유하고 은은한 색을 띄운다. 이 색은 작가와 닮았다.심리학을 전공한 작가에게 공간이라는 시각의 구조는 그것을 인지하는 감각으로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여졌다. “어느 순간 공간이 회화적으로 다가왔다고 작가는 조심스레 이야기한다입체적 혹은 물질적 작업이 실제 공간 속에서 어떻게 회화로 보는 이들에게 경험되는지 관찰해보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이 흥미롭다. “우리는 늘 입체 안에 있지만, 종종 이를 회화로 느끼고 지각하는 것 같다. 반대로 그림이 평면이지만 그 안에서 입체를 상상하고 경험하도록 하는 것처럼.”



<Spiked Yellow> 2019 혼합매체 102×102cm





예전 개인전에서 작가는 전시실 한구석에 나무 막대를 무심한 듯 쌓아 놓으며, 전시장 공간을 하나의 캔버스로, 그 안에 세워진 설치작품을 캔버스 안에 그려진 구조물로 인식하고자 하는 작업을 제시한 바 있다. 사실 이것은 설치물의 부피와 작업이 지니고 있는 자체의 빛과 그림자가 공간과 완벽히 조화를 이루는 그 시점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끊임없는 시도이다. 평면의 캔버스를 벗어나 보다 직접적으로 삼차원의 공간을 드러내고 있으나, 작가는 그 공간을 벽에 거는 입체 부조 방식으로 제한해 다시 한번 시각 공간의 규모를 억제하고 있다. 그리고 입체를 또다시 평면 회화로 변환시켜 삼차원의 공간을 회화로 바라보고자 하는 의도를 실천했다. 그의 작업을 보는 방향에 따라 여러 얼굴을 조심스레 드러내며 바라보는 사람의 신체 움직임에 따라 모든 감각을 자극하고 있는 공간 속의 입체 회화다.  


나무토막들이 집적되어 서로 얽히어 만든 구조인 이영림 작가의 최신작집적시리즈는, 하나의 토막이 다른 토막과 만나 그사이에 벌어지는 틈과 다른 토막들이 더해져 역동적이고 리듬감 있는 틈들을 만들어낸다. 이 토막들의 연결이 개인과 사회의 관계처럼 느껴진다. 각기 다른 농도의 색과 빛을 띠고 각자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으나, 함께 모여 조화롭게 하나의 공간 구조의 일원으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만 같다. 이 공간은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만 같은 다양한 상상을 가능케 하는 열린 공간이다. 평면 회화와 입체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섬세한 감각의 자극을 마음껏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 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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