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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53, June 2019

예술로 공존 하는 여성 듀오

Australia

TEMPTATION TO CO-EXIST
Janet Burchill and Jennifer McCamley
2019.4.6-2019.7.14 멜버른, 하이드 현대미술관

멜버른에 위치한 하이드 현대미술관(이하 하이드 모마, Heide Museum of Modern Art)은 호주의 모던 아트를 상징하는 중요한 문화예술 기관이다. 1934년 저명한 미술상이던 존 리드(John Reed)와 선데이 리드(Sunday Reed) 부부가 이곳의 농가를 사들인 후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새롭게 문을 연 것이 하이드 모마의 시초이다. 진보적이고 새로운 예술을 발전시키고자 했던 이들은 재능 있는 예술가를 육성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이런 이유로 그들의 저택에는 자연스레 예술가들이 드나들었다.
● 김남은 호주통신원 ● 사진 Heide Museum of Modern Art 제공

Installation view 'Temptation to Co-Exist: Janet Burchill and Jennifer McCamley' Heide Museum of Modern Art, Melbourne Photograph: Christian Capur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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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은 호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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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놀란(Sidney Nolan), 알버트 터커(Albert Tucker), 조이 헤스터(Joy Hester) 등 유명한 화가들은 물론 당대의 지식인들과 작가들까지 이곳에 모여 작업을 하거나 토론을 하며 호주의 모던 아트를 꽃피웠다. 예술가들에게아지트나 다름없었던 이 공간은 종종 갤러리로 이용되기도 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식적인 기관의 필요성을 느낀 리드 부부가 1958, 친구이자 사업가였던 조지스 모라(Georges Mora)의 도움으로 저택을 개조해 현대미술관을 설립했다. 예술에 대한 리드 부부의 열정과 헌신은 멜버른의 귀중한 유산으로 남아 현재의 하이드 모마가 되었고 그 명성은 진취적이고 혁신적인 예술가들이 이어가고 있다. 모더니즘, 추상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호주 미술품 3,4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하이드 모마는 앞서 언급한 놀란, 터커, 헤스터 이외에도 다닐라 바실리에프(Danila Vasilieff), 존 퍼시벌(John Perceval) 등 소위하이드 써클(Heide circle)’에 속한 화가들의 작품을 주로 소개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공예나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전시 혹은 원주민 출신 작가들이나 동시대 작가들의 실험적인 전시를 선보이며 조금씩 변화를 꾀하고 있다.





<RIOT (3rd Version)> 2013 Moulded plywood and ashwood 

182×81cm Courtesy of the artists and Neon Parc, Melbourne

 



이러한 흐름에 따라 하이드 모마는 오늘날 호주 현대 미술의 최전선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듀오 자넷 버칠(Janet Burchill)과 제니퍼 맥캠리(Jennifer McCamley)의 방대한 레퍼토리를 조망하는 전시를 기획했다. 버칠과 맥캠리는 예술과 디자인, 영화와 문학, 페미니즘과 문화 이론의 역사를 광범위하게 다룰 뿐만 아니라 현시대의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에도 깊이 관여하면서 회화, 조각, 사진부터 네온 조명과 텍스타일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놀라운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이들은 무려 3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공동 작업을 추진해 왔는데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수 크레이머(Sue Cramer)는 버칠과 맥캠리가 동반자적 관계를 오랫동안 지속했다는 것에 주목하면서 이러한 사실이 두 사람의 예술적 실천을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라고 평가했다.





Installation view <Temptation to Co-Exist: 

Janet Burchill and Jennifer McCamley> Heide Museum of Modern Art,

 Melbourne Photograph: Christian Capurro





1955년 멜버른에서 태어난 버칠과 1957년 브리즈번에서 태어난 맥캠리의 협력 관계는 포스트 모더니즘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1980년대 초 시드니에서 시작되었다. 포스트 모더니즘은 호주 미술의 중심지였던 멜버른보다 시드니에서 훨씬 중요하게 받아들여졌고 그만큼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이러한 영향 아래 두 사람 모두 시드니 아트 신에서 전위적인 개념 미술가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버칠은 영화와 조각을 배우고 있었고 맥캠리는 영화와 철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이들은 영화에 대한 공통의 관심사를 발전시켜 1983년에 처음으로 합작을 하게 된다. 당시만 해도 두 명의여성이 공동으로 작업하는 일이 흔치 않았기 때문에 버칠과 맥캠리는 그들의 작업이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도 두 사람의 협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여성 예술가들의 활동에 물꼬를 터 준 페미니즘 운동 덕분이었다. 또한 미국 작가들의 영향도 빼놓을 수가 없는데 버칠과 맥캠리 역시 1980년대를 휩쓸었던 제프 쿤스(Jeff Koons)의 작업보다는 페미니즘, 정신 분석학, 영화요소 등을 반영한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셰리 레빈(Sherrie Levine), 신디 셔먼(Cindy Sherman) 등의 작품에서 모티프를 얻곤 했다.  한편, 호주 정부의 장학금으로 유럽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된 두 작가는 1991년부터 1997년까지 베를린에 거주하며 다양한 작업을 시도한다. 이 기간에 이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분야였던 영화, 문학, 페미니즘에 관한 실험은 더욱 견고해졌고 설치 미술에 관한 새로운 시각도 갖게 된다. 당시의 강렬했던 경험은 이후 작업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Point Blank> 2016 Neon, electric cable, fittings,

 and transformer Courtesy of the artists and Neon Parc, Melbourne 

 



이번 전시 <Temptation to co-exist>는 버칠과 맥캠리가 함께 활동을 시작했던 1983년부터 현재까지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것으로 모더니즘의 유산을 탐구하면서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그들의 작업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대표작 <Pre - Paradise Sorry Now>(2013) <Point Bank>(2013) 등을 포함해 지난 몇 년간 단독으로 전시되었던 네온 작업 총 열 점이 전시된다. 제니 홀저(Jenny Holzer), 브루스 나우만(Bruce Nauman) 등 이미 많은 예술가에 의해 현대 미술의 중심 재료로 자리 잡은 네온은 버칠과 맥캠리의 작업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매체이다


이들은 네온이깨지기 쉬운 연약한 물질이지만 매우 아름답고 때로는 시적이라고 설명하면서 라인을 따라 부드럽게 흐르는 네온 조명을 활용하여 빛으로 만든 드로잉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색상과 우아한 형태를 한 일부 작품들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으로 강한 논평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이들의 네온 작업은 20세기 초 유명했던 미국의 만화가 조지 헤리먼(George Herriman)의 젠더 밴딩(gender-bending) 만화 <크레이지 캣(Krazy Kat)>을 참조한 <Bricks and Buttercups>(2016)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품도 더러 있지만 1947년 구소련에서 개발된 이후 지금까지 가장 많이 생산된 자동 소총을 다룬 <AK47>(2003)처럼 전쟁과 폭력으로 얼룩진 불안한 시대를 상징하는 진지한 작품들이 대다수를 이룬다.





<Point Blank> 2016 Neon, electric cable, fittings and transformer

 122×180cm Courtesy of the artists and Neon Parc, Melbourne





버칠과 맥캠리는 유럽에서 호주로 돌아온 이후 조각과 설치 작업에 몰두했는데 새의 둥지를 형상화한 <Wall Unit (Origin of the World)>(2001)과 함께 군류(菌類), 선인장 등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형태를 본뜬 일련의 조각들을 지속해서 발표했다. <Eat Cake>(2013) <RIOT>(2013)처럼 엠블럼과 휘장으로 장식된 방패 같은 조각 작업도 상당 부분 차지한다. 이외에도 구체적인 시각적 요소로서 단어 혹은 텍스트를 이용한 회화 작업과 현대적인 스타일의 탁자와 의자 등 가구의 형태로 제작된 조각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한편 회고전의 성격을 띤 이번 전시를 기념하여 두 예술가의 작품에 대한 에세이와 삽화가 풍부하게 포함된 도서가 출간될 예정이다. 버칠과 맥캠리는 재료의 물성을 살린 매혹적인 작품으로 관람자의 시선을 모으지만, 그 작품의 기저에는 현시대의 복잡한 양상이 깔려있다. 시대를 반영하는 작품을 통해 근본적으로 정치적 공명을 지니면서도 어떠한 교훈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큰 특징이다. 한 세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로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듀오 버칠과 맥캠리는 동시대 이슈를 다룬 중요한 작업을 진행하면서 여전히 젊은 예술가들의 현실 참여와 창작을 고무시키고 있다.    

 

 

글쓴이 김남은은 숙명여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에서 장-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연구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9년간 신한갤러리 큐레이터로 일하며 다양한 전시를 기획했다. 현재 캔버라에 거주하면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호주 미술을 소개하는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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