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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51, Apr 2019

박경진_색, 뒤

2019.3.1 - 2019.3.16 갤러리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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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원 씨알콜렉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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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 실천이 될 때



작가 박경진은 생계를 위해 선택한 노동의 현장을 그린다. 그는 주로 영화 혹은 뮤직비디오 제작을 위한 남양주 세트장에서 일하고, 작업실로 돌아와 현장에서 기록한 풍경들을 캔버스에 옮긴다. 세트장에서의 노동은 휴먼 스케일을 넘는 삼단 화폭에 재현되면서 반복된다. 두 노동 행위는 반복되어 동일성으로 통합되는 듯하지만 교환가치는 다르다. 또한 가치의 문제뿐만 아니라 자본의 문제, 창조성의 문제, 보상의 문제 등 여러 면에서 다름이 존재한다. 노동 일반은 나의 노동이자 우리 노동이 대상화(objecthood)되고 사건이 되면서 유의미한 예술로 변용된다. 이렇게 생계를 위한 노동은 예술적 실천을 통해 동시대 사회적 현실을 드러내는 사건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복제가 아닌, 동시대 사회적 구조 속에 지난한 생존을 논하게 하는 사건이자 시뮬라크르(simulacre)이다. 그의 작업행위는 관람객에게 세트장의 생생한 경험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것, 즉 재현 이상의, 동시대 노동 일반이자 생계 수단으로서 노동을 대하는 사회적 태도와 감정 등을 전달한다.


회색조의 시원시원한 붓놀림의 이전 작업과는 달리, 이번 갤러리 조선에서의 그의 작업에서 세트들 색이 밝고 화려해지고 터치도 더욱 과감해졌다. 한글 제목은, 로 색과 뒤를 분리하고, 영문 제목 비하인드 컬러(Behind the Color)’가 이야기하듯이 색, 즉 화려함의 이면이라는, 화려한 세트장의 역동적이고 흥미로움 그 이면의 쓸쓸함과 공허함을 긴장감 있게 드러내고 있다. 한번 쓰고 용도 폐기되어 버릴 세트장의 거대한 가벽 사이즈와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이는 노동자의 작업 환경, 그리고 야간작업임을 암시해주는 인공의 빛, 작업조명과 함께 드리워지는 어둠이 스펙타클(spectacle)과 함께 극적(dramatic) 긴장감을 더한다. 이렇게 박경진의 작업은 항상 캔버스의 사이즈부터 묘사하는 테크닉까지 현장감을 자아낸다. 





<Orange Floor> 

2018 캔버스에 유채 227.3×181.8cm





또한 이전 작업들은 규모뿐만 아니라 노동의 생생함을 담고 있어서 스펙타클한 인상과 동시에 현장감을 자아냈는데, 이번 소품에서는 대규모 세트장에서 개별적 작업자의 미비한 존재감을 조명함으로써 조금 다른 씁쓸한 정서를 전달한다. 그의 페인팅 속 인부들은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나머지 얼굴을 인식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그들은 작업마스크를 착용하여 얼굴이 가려져있거나 또는 거친 붓 터치로 인해 뭉개져 있다. 사회에서 노동 자체로 대상화된 일용직 인부들의 감정이나 인격은 배제되어 있는 것이다. 화려한 영화나 음악 산업 시장에서 쉽게 짓고 부시는 세트장처럼 사용 후 폐기되는 일용직 노동의 의미가 고스란히 배어 나온다.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삼면화(Triptychs) 시리즈처럼 그로테스크(grotesque)하거나 충격적 이미지로 존재의 불안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박경진의 현장감 넘치는 삼단회화 설치작업은 역설적이게도 동시대적 여건이 말해주는 열악한 사회적 약자의 존재적 불안을 대변하는 듯하다. 나아가 자유경쟁 시대에 내몰린 젊은 세대의 고용불안을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2017-2018년 금천예술공장과 난지창작스튜디오 오픈 스튜디오에서 보여준 작업이나, 2018년 말 인사미술공간의 <현장(Site)> 전시에 이어, 갤러리 조선의 이번 전시 <, (Behind the Color)>까지, ‘생존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사회적 맥락 속에 배치했다. 


더 이전으로 거슬러 가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그는 노동 현장이 아닌 생존이라는 화두로 세월호 참사, 구제역 사태, 후쿠시마 원전폭발 등 사회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는 참사나 사회적 인재 등을 주로 그려왔다. 결국 생존은 박경진의 작업을 관통하는 맥이다. 이러한 참담한 사건을 제삼자로서 맞닥뜨리는 것보다 그의 노동 경험이 개입된 생업 현장을 화폭에 담기 시작하면서 작업의 현장감은 증폭된다. 제 삼자로 고발하는 인재의 현장이건, 개인의 경험이 담긴 노동의 현장이건, 또는 여기 그를 작가로 존재하게 하는 작업의 현장이건, 그에게 현장은 반복을 통해 생존을 말하는 역동적이고 독립적인 사건이다. 이 사건은 생존의 현장을 예술가의 행위, 즉 예술실천으로 전환하는 의미 있는 매개로서, 우리에게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동시대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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