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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51, Apr 2019

도시가 시작하고 시민이 완성하다

The Cities Start and The Citizens CoMplete

3월 초, 스웨덴 정부의 파격적 발표에 전 세계 네티즌이 술렁였다. 스웨덴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출퇴근만으로 월급 1,753파운드(한화 약 262만 원)를 받을 수 있는 직업이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기 때문이다. 이 소문은 사실로 드러났고, 다름 아닌 공공예술 프로젝트라는 점 또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프로젝트는 스웨덴 출신 사이먼 골딘(Simon Goldin)과 제이콥 세네비(Jakob Senneby)로 이뤄진 예술가 듀오 골딘+세네비의 ‘영원한 고용(Eternal Employment)’이다. 사정은 이렇다. ‘예테보리 국제 현대미술 비엔날레(Göteborg International Biennial for Contemporary Art)’로 잘 알려진 도시 예테보리에 새로 생기는 코르슈배갠(Korsvägen) 기차역 오픈을 앞두고, 스웨덴 교통청과 공공예술청이 새로운 공공미술 아이디어를 찾는 공모를 냈고, 2004년부터 협업해온 두 아티스트가 당선됐다.
● 기획 정일주 편집장 ● 글 백아영 미술사

The King’s Cross Tunnel, King’s Cross, London, UK. The tunnel was designed by Allies & Morrison Architects (one of the firms behind the masterplan of the entire King’s Cross redevelopment) and Speirs + Maj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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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영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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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슈배갠 역에 근무할 근로자는 어떠한 책임도, 의무도 없이 매일 출퇴근만 착실히 하면 된다. 출근해서 기차역 플랫폼의 형광등을 켜고 끄는 유일한 업무만 충실히 이행한다면, 근무 시간에 무슨 일을 하든 상관없고, 근무지 외 장소를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된다. 2025년부터 본격적인 채용 절차가 시작되며 합격하면 기차역이 완공되는 2026년부터 일을 시작한다. 세간의 궁금증을 샀던 근로자의 월급은 공모대회 상금 63만 3,000달러(한화 약 7억 1,529만 원)를 장기 투자해 충당할 예정이다. 

과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직업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현시대에, “이번 실험을 통해 ‘노동의 역할’을 찾겠다”는 두 아티스트의 유머러스하지만 신랄한 발상만큼이나, 이를 수락한 스웨덴 교통청과 공공예술청 또한 예술을 향한 열린 태도로 좋은 평가를 얻었다. 스웨덴부터 살폈지만 지금, 서울 곳곳에도 굵직한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개장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대대적으로 계획한 공공미술 사업 ‘서울은 미술관 프로젝트’가 드디어 하나둘씩 성과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녹사평역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완성된 <댄스 오브 라이트> 




“서울의 도시 전체가 미술관이 된다”라는 취지로 일상에서 예술을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도록 계획된 갖가지 프로젝트가 이미 오픈하거나 개장을 앞두고 있다. 물론 서울 바깥도 마찬가지다. 「퍼블릭아트」가 전 세계에서 국가, 시, 공공기관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주도로 복잡다단한 도시인의 일상을 예술로 수놓는 세계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훑고자 한 것은 기관이 공신력과 자본으로 프로젝트를 완성하면, 그다음은 시민의 몫이며 일상에서 자유롭게 작품을 관람하고 시설물을 이용하는 것이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진짜’ 완결임을 시사하기 위해서다.


 

지난 3 14,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이 완전히 새로 태어났다. 녹사평역의 변화는도시 서울의 공공 공간에서 예술작품과 예술행위, 시민의 참여와 공유를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공공미술 사업서울은 미술관 프로젝트의 하나다. 서울을 예술적 활기로 가득 찬 생동하는 삶의 터전으로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프로젝트 미션을 밝힌 서울시장의 말처럼, ‘녹사평역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예술작품을 걸고 식물 정원을 조성하는 등 지하철, 자연, 공공미술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으로 재탄생해 시민과 한층 가까워졌다. 




녹사평역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변화한 녹사평역 지하 4층 정원




2000년대 초에 완공된 녹사평역은 이태원, 경리단길, 해방촌 등 녹사평역 주변 상권이 크게 발달하고 유동인구가 수없이 많은데도, 정작 역 이용자 수가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역 내부는 그동안 일부 공간을 제외하고는 비어있었다. 하지만 역 천장 중앙에 반지름 21m 규모의 유리 돔이 있고, 지하 4층까지 역 가운데가 뚫려 지하 깊숙이 자연광이 쏟아지는 등 역 내부엔 충분히 방문객을 끌 수 있는 매력이 숨어 있었다. 역은 4층이라고 해도 실제 깊이가 35m로 다른 건물의 지하 11층에 달하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파르게 내려가는 구조 또한 독특하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지하철 이용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녹사평역을 문화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하 2층에 있던 개찰구를 지하 4층으로 옮겼다. 개찰구에 들어가기 전 공간은 전적으로 시민에게 개방하며, ‘녹사평역 지하 예술 정원으로의 초대라는 주제로 예술가 7명이 작품을 내걸었다. 녹사평역의 시그니처인 유리 돔 아래 벽 전체에 얇은 메탈 커튼을 달아 빛을 반사하는 환상적 광경을 선사했고, 지하 4층 원형 홀은 무려 600여 개 식물이 자라는 지하 정원을 만들었다


또한, 숲을 주제로 한 작품도 설치했다. 그동안 방치되다시피 비어 있던 공간은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로 바꾸고, 발표나 강연을 열 수 있는 세미나실도 마련했다. 역부터 용산공원 갤러리까지 도보로 투어 할 수 있는녹사평 산책프로그램을 기획해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다.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홈페이지(yeyak.seoul.go.kr)에서 손쉽게 신청할 수 있다.





London Tube Map of ‘Art on the Underground (TfL)’


 



한편 시의 주관으로 선보인 공공미술 프로젝트 중에서, 영국 런던 교통청과 런던 교통 박물관이 주관하는아트 온 더 언더그라운드가 빠질 수 없다. 1863년 세계 최초로 지하철도가 건설된 런던 지하철 튜브(Tube)는 역사적 산물로 인정받는 동시에, 더럽고 고장이 잦다는 오명을 뒤집어써야만 했다. 하지만 감각적이면서도 통일성을 추구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다양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수행함에 따라 오히려 누구나 찾아가고 싶은 장소가 됐다. 이 프로젝트는 세계를 주름잡는 거장뿐 아니라, 아트 신에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디는 신진작가를 아우르는 인물의 현대미술 작품을 커미션해 대중이 새로운 방식으로 도시를 경험하고 예술을 접하게끔 유도했다. 


특히 지하철 노선안내도인튜브 맵이 압권이다. 런던 지하철의 11개 노선과 270개 역을 포켓 사이즈 지도로, 일반 낮 시간대와 주말 밤 시간대에 다르게 운행되는 열차를 안내하기 위해 일반 버전과 나이트 버전 두 가지로 나뉘어 배포된다. 노선도로서 기능적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매번 바뀌는 튜브 맵을 수집하기 위해 런던으로 여행을 오는 예술 애호가가 존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리암 길릭(Liam Gillick),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 등 걸출한 예술가가 과거 튜브 맵을 디자인 했다


현재 55번째 나이트 튜브 맵 커미션은 영국인 아티스트 제이드 몬세라(Jade Montserrat) <Hand this piece to one Jacob Aston West (b. approx. 1941-43, Montserrat)>가 당선돼, 지난해 12월부터 오는 5월까지 런던 지하철역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몬세라의 이번 튜브 맵은 <“My anger became my motivation”: Baroness Lawrence on Grenfell>이라는 포스터 작업과 이어진다.





Exhibition view of Laure Prouvost <Ring, Sing and Drink for Trespassing>(22 June-9 September 2018, Palais de Tokyo, Paris)





이제 아티스트가 예술실험을 펼치고 소개하는 장으로 완전히 자리 잡은 런던 튜브에선 올해 ‘On Edge’라는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예고돼 있다. 런던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래리 아키암퐁(Larry Achiampong)은 런던 지하철의 상징적인 로고에 관한 작업을 선보이고,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태어나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화가 덴질 포레스터(Denzil Forrester) 30여 년 전 제작한 공공 커미션 작업 ‘Three Wicked Men’(1982)을 재해석한다. 영국에서 처음으로 커미션 워크를 수행하는 알리자 니센바움(Aliza Nisenbaum)은 브릭스톤 역에서 두 달간 거주하며 런던 교통청 직원을 그린다


로레 프로보스트(Laure Prouvost) 또한 영국에서 첫 공공 커미션 작업으로 런던 지하철의 사인과 슬로건을 만들고, 니나 웨이크포드(Nina Wakeford)는 약 2년에 걸쳐 준비한 리서치의 결과물을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가장 궁금한 튜브 맵 디자인은 웨일스 출신 아티스트 베드위어 윌리엄스(Bedwyr Williams)가 맡는다. 


다시 한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지난 1, 대전시와 대덕구가 손을 잡고 대전 대청댐 근처에 있는 대청공원에 세운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3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알렸다. ‘2019년 대전 방문의 해를 맞아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자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휴보 모양의 대형 공기막 조형물, 미로 어드벤처, 아트 체험 부스, 좀비덤 캐릭터 포토존 등으로 구성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대청공원 다목적 운동장 일원에서 오는 12월까지 약 9개월 동안 운영되며, 매주 월요일과 기상 악화 시엔 휴관한다. 


그동안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 독일 하노버의 버스정류장 디자인, 일본 다치카와 시의파레 다치카와’, 영국 런던네 번째 좌대 프로젝트’, ‘시카고 공공미술 프로젝트같은 성공적 사례처럼, 도시와 기관 등이 발 벗고 나선 공공미술 이벤트는 대부분 도심 재생의 한 축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들은 이미 명소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앞서 소개한 새 프로젝트 또한 앞으로 삶의 현장에서 시민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도시의 한 축을 담당하기를 바란다.  

 


글쓴이 백아영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런던 소더비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Sotheby's Institute of Art)에서 현대미술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현재 문화예술 전반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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