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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50, Mar 2019

확장된 매뉴얼

2018.12.11 - 2019.2.17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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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곤 서울시 공공미술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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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품전의 새로운 기획, 편견의 전환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의 기획전시인 <확장된 매뉴얼>은 기존의 미술관 소장품을 재구성하고 기획으로 재탄생시켰다. 특히 이 전시는 작가가 새로운 예술적 창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성품이나 비()예술적 산업재료들을 활용하여 인식의 전환을 하게 하는 현대미술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확장된 매뉴얼이라는 전시 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작품을 제작하고 설치하는 매뉴얼을 가진(실제로 가지고 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작가 4, 강서경, 김민애, 이은우, 정소영의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를 기획한 한희진 큐레이터는작업의 새로운 전개, 변화, 발전을 위해서 내용 또는 형식에 있어 비결정성, 미완결성, 개방성 등을 가진 작품에 주목하였다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전시는 특정한 장소에서 다양한 매뉴얼로 변환할 수 있고 그 의미가 확장될 수 있는 네 가지 색깔을 가진 작품들을 선보였으며, 이들의 작품은 모두 조형의 형상적 틀에서 벗어나 작품이 위치한 공간과 감상자인 나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였다.


우선 미술관 앞마당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김민애의 철판 작품인 <자립조각>은 자립할 수 있다는 말과는 대조적으로 알파벳 철판들이 서로 면을 기대어 지탱할 수밖에 없는 역설을 잘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는 ‘Free Standing’이라는 단어의 의의를 상정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작가는 철저히 단어의 개념적 선이해(선입견)를 전복하고자 하였다. <바퀴로 움직이는 조각> <화이트큐브를 위한 구조물> 또한 조각과 구조물의 기본적 의미를 무용화시켜 단지 그것이 이미지이자 기표로만 존재하게 만든다. 바퀴가 달린 90도 각도의 구조물이 모서리를 바르게 유지하기 위한 용도이나 <자립조각>과 마찬가지로 그것 스스로 서 있지 못하고, 네 바퀴가 모여 십자 구조가 되었으나 여전히 거치대 위에 올려 있거나, 또한 그것 스스로 서 있더라도 실체 없는 투명한 오브제임을 드러낸다.


두 번째 전시장에 설치된 정소영의 작품은 공간과 시간, 물질에 대한 인식전환에 관해 이야기한다. <잉크 드롭>은 종이에 떨어진 잉크 자국을 확장하여 3차원 공간 아래로 떨어트린 작품으로 마치 종유석과 같은 형상을 가지고 있다. <잉크 드롭>은 생성과 소멸, 또는 차원을 넘나드는 개념을 병치시킨다. 마찬가지로 <물질 Ⅰ-Ⅷ>은 현대 인스턴트 혹은 페스트 건축의 장을 연 시멘트 재료와 자연을 퇴적층을 연결하였고, <라이트 콜렉터>는 모텔 창문틀을 막아버린 벽돌 벽면을 유리판 슬럼핑 작업을 통해 다시 창문의 기능을 되돌려주었다. 그의 작품은 사물들의 관계를 통한 순환성을 드러낸다. 2층 강서경의 작품은 한편의 유랑극단이나 서커스를 공연하듯 공간 전체에 관람객들의 동선을 고려하여 작품을 설치하였다. 또한 서커스의 식순이나 목차처럼 각각의 다양한 사물들이 배치된 매뉴얼 북을 비치함으로써 관람객들이 공연의 과정을 하나씩 감상하게 했다


그의 작품은 <검은 유랑>의 작품명처럼 유랑하는 개별주체를 의미하는 원형 철망과 유랑 악보인 정간보를 상징하는 사각의 구조물을 통해 관람객들로 하여금 작품의 향유이자 참여를 통한 창조라는 인간 행위가 내재한 예술을 통한 장소 경험을 유도하였다. 이은우는 산업사회의 오브제인 물건을 통해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자 하였다. <3,5/WRBYGNYNONRNG>은 각각의 크기의 동그란 스티커를 활용하여하양, 빨강, 파랑, 노랑, 초록, 형광-노주빨분초의 색상을 가진 추상 평면 작품으로 변환하였다. 그런가 하면 소파의 필수요소와 규격들을 이미지화한 후 입체로 형상화한 추상 조각 <붉은 줄무늬>와 과녁 형태의 원형구조물 <오뚝이Roly-poly>를 통해 대리석 무늬의 가짜 대리석을 선보였다. 그는 소비사회 이미지화된 본상과 허상의 구조적 관계에 관심이 있으며 관람객들에게 상품과 작품의 차이와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확장된 매뉴얼>전은 이 네 작가의 조형 설치작품이 전시된 장소에서 감상자와의 관계를 통해 또 다른 새로운 의미들을 생성하며, 예술의 매뉴얼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매뉴얼로 변환되고 확장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주는 다양한 오브제 작품들을 통해 단순하게 보여주었다.                                              



*정소영 <잉크 드롭> 2007 FRP, , 우레탄 도장 115.5×182×160cm, 193×83×69cm, 49×86×1,0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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