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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50, Mar 2019

포에틱 딕션

2019.1.29 - 2019.4.14 포항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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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아 문화연구·독립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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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적으로 미디어 아트 경험하기



최근의 미디어 아트와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대부분의 전시가 매체 중심적이라는 생각을 떨치기가 어렵다. 기술 미디어에 기대어 작품을 제작해야 하는 경우, 기술 발전 속도가 과거에 비해 빠르기 때문에 예술가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그램과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또한 수많은 시각적 이미지들, 다양한 영상문화의 발현으로 인해 더는 첨단 미디어에 기반하여 작업을 제작하는 예술가들이 대중들에게 예술의 결과물로 어떠한 임팩트를 준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최근 미디어 아트 작업을 볼 때마다 기술력에 치중한 작품들 앞에서 점점 길게 머무르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기획자 이보경이 제안하고 있는 포항시립미술관의 <포에틱 딕션>은 이런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6()의 참여 작가들이 제안하는 작품들 역시 현재의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예술의 한정적인 카테고리 안에서 단정지어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포에틱 딕션>전이 열리고 있는 포항시립미술관은 바다와 산을 바라보는 환호공원 내에 있는데,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내부의 각 층을 올라갈 때마다 보이는 다른 각도의 절경들이 이 전시와 함께 호흡하는 기분을 만들어낸다. 이 조화로움은 전시의 제목과도 연결 지어볼 수 있는데시를 쓸 때 일상어와는 달리 우회적이고 우아한 어휘나 어절을 택하는 일이라는 의미의 전시 제목포에틱 딕션은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낸 기술적 산물로서의 예술작품들이 범람하는 요즘의 전시문화에 새로운 자극으로서 낭만주의적 태도를 언급한다. 사유적이며 감각적인 작가들의 자유로운 표현들은 개인의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낭만주의적 태도와 그 맥락을 같이 하고, 더 나아가 실제 낭만주의 운동에서 개입했던 사회적·정치적인 문제와의 연관성도 함께 드러내 보인다.


1 1전시실을 들어서자마자 벽 전면을 채우는 3대의 스크리닝을 통해 김기라×김형규의 협업작품인 <장님_서로 다른 길>을 만날 수 있다. 영상에는 7명이 한 남자에 엉켜서 매달려있는 아슬한 장면이 천천히 슬로우 모션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 이전의 작품들에서도 작가가 고민해왔던 개인과 국가, 그리고 공동체의 의미를 다른 형태의 퍼포먼스로 재해석해내고 있다. 비슷한 관점에서 안쪽에 위치한 셔먼 옹(Sherman Ong)조국(Motherland)’ 시리즈는 조금 더 관람객들에게 사회적·문화적인 공감의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각각 하나의 화면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 형식의 인터뷰 영상 4개는 관람객에게 궁금증으로 내용에 더 몰입하게 만든다. 페라나칸(Peranakan)계인 작가가 겪어온 이주의 경험, 동남아의 지배와 피지배 세력이 만들어낸 역사적 고찰 아래 빚어낸 실제와 허구 사이의 독백은 과거 일제 강점기 이후, 사할린, 상하이 등지에 비슷한 이주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그 공감의 깊이에 감정을 이입하게 만든다.


1층의 서로 마주 보는 3, 4전시실에는 또 다른 풍경의 연속으로 오민과 천경우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오민과 사운드 디자이너 홍초선이 협업한 <소나타>는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슬라이드 같은 이미지가 3면의 스크린에 서로 연동되는 듯 투사된다. 간결하지만 시차를 둔 날카로운 사운드들의 중첩은 예민하고, 그 불안함을 고조시켜 화면의 오브제들마저 날카롭게 만들고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각각의 이미지들은 사운드와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작가의 의도대로 음악의 시각적 변환 혹은 사운드를 입힌 이미지 간의 전복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방식의 연주처럼 느껴진다. 맞은편에는 천경우의 사진 <브리팅스(BreaThings)> <식스 데이즈(Six Days)>와 퍼포먼스 영상 <17개의 순간들(Seventeen Moments)>이 이어진다. 노출을 의도적으로 길게 늘여 만든 흐릿하고, 윤곽선이 불분명한 그의 사진은 시간 내에서 변화하는 미세한 움직임의 순간을 기록하고, 촬영대상과의 관계마저 작업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마지막 2층의 2전시장은 조금 더 테크놀로지 측면이 부각된 두 작업을 볼 수 있다. 입구 변지훈 작가의 <비말>은 관람객의 직접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아주 작은 입자들이 화면에 나타났다 사라짐을 반복하며 움직임을 만든다. 사운드가 제거된 수백만 개의 입자들이 형성하는 거대한 화면은 순간적인 압도감을 연출한다. 컴퓨터 시각기술에 집중해온 신승백·김용훈의 <플라워>는 인공지능에 기반한 간접적인 결과물이다. 어두운 공간에서 발화하듯 인공지능이진짜라고 판별한 이미지들을 지속해서 자동재생하며 7개의 대형스크린에 쏘아 올린다. 점차 기술 문명, 정보과다로 인해 시각적 판단능력이 약화하여가고, 기술에 기반한 예술작품이 주는 감동의 지속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인 지금, 기획자 이보경의 <포에틱 딕션>은 기술 매체가 가지고 있는 본질과 함께 낭만주의가 그러했던 것처럼 작가들에게는 감성과 표현의 자유를, 관람객들에게 충분히 관조하고 감상할 수 있는 사유의 시간을 제안하고 있다.                                                



*김기라×김형규 <장님-서로 다른 길> 2018 3채널 영상 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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