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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9, Feb 2019

( ) 관둬라

2018.12.22 - 2019.1.27 백남준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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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대안공간 루프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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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에 대비하는 예술적 방법들



디스토피아(Dystopia)라는 용어는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이 1868년 영국 의회에서 정부의 아일랜드 억압정책을 비 판하면서 처음 사용했다. 이후 디스토피아는 전체주의 국가, 파 시즘, 반-생태주의, 신기술이 낳는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영향, 폭압적인 지배구조 등을 의미해 왔다. 디스토피아로 치닫는 파국 적 상황은 지금의 사회 체제나 이데올로기가 구축할 수 있는 최 악의 시나리오를 뜻하기도 한다. 『멋진 신세계』, 『1984』와 같은 문학 고전에서뿐만 아니라, 많은 예술가는 디스토피아라는 주제 를 통해 현재 사회 정치적 현실을 비판하는 작업을 제작해 왔다. <( ) 관둬라> 전시는 디스토피아적 파국을 그리스 신화와 이를 차용한 대중문화에서 발견하면서 출발한다. 이 전시가 갖 는 SF 장르에서 묘사한 디스토피아적 서사 구조는 다음과 같다. 파국 이전 전달되지 않은 메시지 또는 파국 이후 전달되어야 할 메시지는 판도라의 상자에 담겨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말 라는 금기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모든 희망적 시도마저 ‘관둬라’는 역설적 규칙이 된다. 디스토피아적 상황에 대한 공포와 불안의 구조가 전시로 구현된다.


2018년 경기문화재단의 ‘뉴콜렉티브 & 뉴체인지’ 공모에 선정된 이 전시는 큐레이터와 예술가의 협업을 기반으로 한다. 큐 레이토리얼 콜렉티브 불량선인의 곽노원과 조현대가 기획을 맡 았고, 김정모와 이정우가 예술가로 참여했다. 2016년 10월 결 성된 불량선인은 당시 예술학과 대학원생인 허남주, 곽노원, 조 현대로 구성된다. 콜렉티브의 이름은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 불 온하고 불량한 조선 사람이라는 뜻의 ‘불령선인(不逞鮮人)’에서 가져왔다.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조선인을 일컫는 이름처럼, ‘제 도화된 미술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해보자’라고 콜렉티브의 설립 취지를 말한다.


김정모와 이정우는 경기도에 있는 한 조각가의 작업실을 전 시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 공간에서는 한국 근대사에 등장하 는 인물들의 동상을 제작했다. 현재 인물들의 우상화의 효용이 더는 닿지 않게 됨에 따라, 동상의 제작 주문이 줄었다. 영상을 기반으로 작업을 진행해 온 이정우는 버려진 듯 보이는 이 작업 공간을 영상 촬영용 드론으로 기록한다. <Die Resistenz>에서 드론의 오작동으로 인해 인간의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기계 의 저항을 보는 듯한 상황이 반복 제시된다. 이와 함께 5채널 비 디오 설치 작업인 <기록된 미래>에서는 SF 대중 영화에 등장하 는 디스토피아의 이미지를 편집하여 보여준다.


김정모는 이 작업실에서 발견한 동상의 거푸집을 사용하여, 두상과 손, 팔 부분을 재제작하여 설치 작업의 소재로 삼는다. 전시는 아트센터의 내부에 위치한 메자닌 스페이스과 아트센터 의 외부에 위치한 컨테이너 두 공간에서 진행되는데, 김정모는 <감시(Surveillance)> 영상 작업으로 두 공간을 연결 짓는다. 컨 테이너의 외부가 메자닌 스페이스에서 실시간으로 상영되는 방 식이다. 작가는 컨테이너 내부를 미래로부터 보내진 봉인된 판 도라의 상자로 재현했다고 밝힌다. 질병, 슬픔, 가난, 전쟁, 증오 등의 모든 악이 쏟아져 나온 후, 판도라 상자 속 마지막으로 남 겨진 ‘희망하기 마저 관둬라’라고 덧붙인다.


우리는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의 삶이 디스토피아적 파 국으로 치닫고 있다는 예견들이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지구 온 난화나 자원 고갈과 같은 자연적 근거들, 후기 글로벌 자본주의의 몰락이라는 경제적 근거들, 가치의 붕괴나 허무의 만연과 같은 철 학적 근거들이 그것이다. 기존의 질서가 갑자기 전복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 역설적으로 이 시스템으로부터 탈출에 대한 기대감 이 팽배하다. 4명의 참여자는 제 세대가 겪는 공포와 불안을 대중 영화나 신화와 같이 전유된 매체에서 찾는다. 직접적이거나 현실 적 재난이 아니라, 문화 산업에 의해 구현된 또 하나의 가상으로 서의 디스토피아다. 전시는 관람객들이 가상의 내러티브 안으로 들어와 자신만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볼 것을 권한다. 이는 문명 의 끝을 상상해 보는 디스토피아에 대한 사유를 공유함으로써, 이 를 함께 대비할 것을 요청하는 예술적 행위가 된다.


 

*이정우 <기록된 미래> 2018 5 채널 비디오 설치, HD, , 소리 2.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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