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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9, Feb 2019

아크로바틱 코스모스_ b-o-o-k

2018.12.21 - 2019.2.2 챕터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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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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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적 항등원을 구하기 위한 감각의 연산 과정




회화, 입체, 혹은 영상. 현대미술에서 그 무엇으로 분류되더라 도, 오늘날 작가들은 자신이 다루는 매체의 ‘근본적 속성’에 대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언제나 자기 규정적이고 자기 회귀적인 상태일지라도 말이다. 손현선, 윤지영, 장서영 세 명의 작가들이 함께하는 프로젝트 팀 아크로바틱 코스모스의 두 번째 전시 <비-오-오-케이(b-o-o-k)>를 다루기에 앞서, 지난해 3월 프로젝트명과 동일한 타이 틀로 원앤제이갤러리에서 열린 그들의 첫 번째 전시 <아크로바 틱 코스모스(ACROBATIC COSMOS)>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회화하는 손현선, 조각을 주로 다루는 윤지영과 영상을 하는 장 서영은 이 전시에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광범위하고 집요한 고찰”이 첫 번째 탐구 주제라고 말하며, 작가들은 그것을 바로 ‘신 체성’과 결부시켜 이야기한다. 언뜻 보기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 이게 만드는 것, 혹은 그 반대의 과정 모두 비가시성과 가시성에 관한 문제로, 미술의 근본적 문제를 고찰한다는 것과 다름없다.


세 명의 작가들이 호기롭게 미술의 테제를 탐구 과제로 선언 하며 그것을 신체성과 연결하는 과정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각 자 매진하는 매체에 대한 메타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 다. 게다가 가장 회화, 조각, 영상적이지 않은 매체적 속성을 내 세워서 각자 다루는 매체를 탐구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윤지영 이 조각의 가장 기본적 속성인 ‘입체’와 대립 항을 이루는 ‘표면- 껍질’을 제시하며 ‘조각’을 사유한다는 점, 손현선이 회화에서 2 차원 평면 위의 재현 과정에서 소실되는 ‘3차원의 감각’을 다루 며 ‘회화’를 고찰한다는 것, 장서영이 영상에서 ‘시간’이라는 연속 성에 저항하는 일종의 정지점을 ‘구멍’이라는 기표를 통해 신체 성과 결부시켜 ‘영상’을 경험하게 한다는 것, 이는 마치 수학에서 집합 내의 어떤 원소와 연산을 취해도 자기 자신이 되게 하는 원 소인 항등원(恒等元)을 만들기 위한 역원(逆元)의 값을 도출해내 는 것과 유사하다. 매체 내의 부조리함, 즉 회화, 조각, 영상의 역 원이라는 매체의 내재적 모순을 포함하여 사유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단순하지 않게 만드는 요소는 바로 ‘신체’이다. 일종의 변 수로 작용하는 신체성은 자칫 관념적으로만 흐를 수 있는 형식 과 매체에 대한 논의를 매체의 물질성과 그것에 반응하는 주체 의 실재적인 신체적 감각을 출발점으로 삼으며 작가가 작업을 통해 구현한 감각의 세계를 강조한다.


챕터투에서 열린 그들의 두 번째 전시<비-오-오-케이>는 ‘book’의 알파벳을 펼쳐 놓은 제목에서 암시하듯, 앞 전시에 대 한 일종의 프리퀄이자 풀이과정을 담은 도해(圖解)로 작동한다. 전시장에는 낮은 높이의 하얀 정사각형 좌대 위에 세 작가가 자 신의 작업을 구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온 생각들이 펼쳐져 있 다. 이는 단지 작업 방식을 나열하거나 작가 노트를 늘어놓은 것 이 아니라, 각자 다루는 매체적 속성을 가지고 포물선을 그려가 며 서로 포개고 가로지르며 접점의 좌표를 구하는 연산 과정을 보여준다. 손현선은 ‘물컵’ 하나를 그리는 과정을 단지 ‘보고 옮 기는’ 것이 아닌 3D 그래픽 환경에서 매핑(mapping)으로 얻어 진 수치를 2차원의 평면으로 전환하는 실험 과정을 세세하게 보 여준다. 윤지영은 인체를 스캔하여 구해진 3D 도면을 만드는 과 정에서 탈락한 ‘면’과 신체가 개입되지 않고는 도저히 볼 수 없 는 ‘면’을 다루며 조각이라는 매체의 속성을 탐구한다. 장서영은 360°의 원판 종이를 시간의 총량으로 설정한 후 점점 줄어드는 시간을 원뿔로 형상화하며 원뿔의 소실점이자 정지점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마주한다.


이렇듯 회화에서 3차원을, 조각에서 표면을, 영상에서 정지 된 시간이라는 각 매체의 역원을 가지고 작가들이 자신이 다루 는 매체의 근본적 속성을 살펴보며 ‘전시에 대한 전시’를 기획한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세 작가는 ‘보이지 않는 것’을 탐구하되 그 출발점을 신체에 두고 작업의 형식과 매체가 지닌 감각적 역 량들이 어떻게 번역되는지 주목한다. 이는 작가가 작업을 통해 직조한 감각의 세계를 읽어냄에 있어 언어적인 것에 포획되지 않는 감각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것이다. 이처럼 <비-오-오- 케이>전은 작가의 작업이 주제와 내용 중심으로 분석되는 것에 앞서, 책-문자-언어로는 설명되지 않을 감각과 형식에 대한 작 가들의 생각을 풀어놓는다. 어쩌면 ‘보이지 않는 것’의 대립항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말할 수 있는 것’으로 놓고 그 간극에 대 해 질문하며 ‘번역가/비평가의 과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번역/ 비평 너머의 무엇이 있는지 ‘작가들’이 묻는 전시 아니었을까?



*윤지영 <끝에는 없을 것> 2016 단채널 영상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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