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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9, Feb 2019

블록버스터 & 미디어 전시

BLOCKBUSTER & MEDIA ART EXHIBITION

기해년이 밝은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미술관 곳곳에서 올 한해 전시 라인업을 발표하며, 몇몇 전시는 벌써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한해 샤갈(Marc Chagall),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 알렉스 카츠(Alex Katz), 키스 해링(Keith Haring) 등의 대형 전시들이 대중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올해도 역시 다르지 않을 듯하다. 일명 ‘블록버스터’란 타이틀이 붙은 유명 작가들의 전시는 늘 성행한다. 그리고 21세기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이들에 대한 미디어 전시들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이러한 전시들이 많으며, 늘 듣던 이름, 보던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또 성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열광해 마지않는 소위 고전 명화의 블록버스터 & 미디어 전시의 전반을 톺아 나가며 살펴본다.
● 기획·진행 편집부

프로젝트-레벨나인(Project-Rebel9) '인터랙티브아트다큐멘터리 보쉬 에디션' 2018 다중프로젝션, 소프트웨어, 모바일디바이스, 책, 디지털 리소스(프라도뮤지엄) 4,000×7,000×1,500mm 사진: 김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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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Pablo Picaso), 르누아르(Pierre-August Renoir),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모네(Claude Monet), 클림트(Gustav Klimt), 샤갈(Marc Chagall), 앤디 워홀(Andy Warhol)……. 이 이름들은 모두 미술사에 진하게 새겨져 매 순간 전 세계 어디에선가 곱씹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이들의 이름을 들어봤으며, 작품 역시 책이나, 영화, 광고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한 번씩은 본 적 있을 것이다. 이들에 관련된 전시가 열릴 때면 늘 전시장은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러한 대형 미술 전시에 우리는블록버스터란 호칭을 붙여 소개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영화계에서 주로 사용되는 이 단어가 미술 전시에도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대규모의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작품들이 소개되는, 사람들이 줄 서서 관람하는 전시에 주로 이런 타이틀이 주어진다. 우리나라에서 대형 전시 사례로블록버스터라는 칭호가 붙기 시작한 대표적인 전시는 바로 2000년 한-러 수교 100주년 기념전시 <러시아 1000년 삶과 예술>이었다


이후에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등에서 수많은 관람객( 60만 명)을 동원한 전시들이 줄지어 열리기 시작하며 더욱 자주 기획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도 학교 방학기간에 맞춰 대규모의 서양 유명 작가들의 전시가 앞 다투어 열리고 있다. 이들의 작품을 직접 감상할 기회가 국외 유수 기관 방문하는 일 아니면 무척 적기 때문에, 국내에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리면 너도나도 전시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실망스러운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먼저 전시에 전면으로 내세우는 주요 작품은 막상 몇 되지 않는다는 점이 있다. 이는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라고 불리는데, 이외에는 소품이나, 판화, 드로잉, 혹은 그 전시를 위해 직접 제작한 콘텐츠들이 전시장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 말 그대로 전시는 킬러 콘텐츠를 제외하고는 다른 흥미로운 요소들은 적다는 얘기다.





콰욜라 <Iconogrphies> 2014

 Series of ink-jet prints 120×180cm each 

<콰욜라_어시메트릭 아키올로지> 

2018.12.14-2.24 파라다이스아트스페이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형 미술 전시의 주제들이 비슷비슷할까? 그 이유 중의 하나로 많은 전문가가 우리나라의 미술 교육을 언급한다. 우리 미술 교육은 초등, 중등, 고등학교에서 끝이 난다. 이마저도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 이론과 실습을 한꺼번에 배우는 것이 다다. 따라서 미술 교과서에는 역사적으로 꼭 알아야 하는 사건, 작가, 작품이 주로 실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미술 교육을 받은 후에 전시장을 주기적으로 찾는 비()미술 전공자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많은 예산과 시간을 들여 기획하는 블록버스터 급의 미술 전시가 성공하기 위해선 대중들의 관심이 필수이기 때문에 관람객 유치를 위해서는 친숙한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일반 대중들도 자신이 근현대미술에 대해 알고 있는상식선에서 이를 확인하는 기회로 전시를 찾아 작품을 감상한다. 또한, 이러한 전시가 학교 방학 기간에 집중적으로 열린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전시장을 찾은 부모들에게는 이러한 전시 역시 또 다른 교육의 장이다. 아직 예술을 이해하긴 어려운 나이인 아이들에게도 유명 작가들의 작품과 더불어 각종 체험 공간은 이들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일반대중들에게는 이러한 전시가 하나의 고상한문화생활의 방법이기도, ‘교육 현장이기도 하므로 그 수요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빛의 벙커: 클림트> 전시 전경 2018.11.16-10.27 

빛의벙커아미엑스(Bunker de Lumières AMIEX) 

이미지제공: 빛의벙커아미엑스





보통 이러한 블록버스터 대형전시의 기획부터 완성 후 오픈까지는 최소 2년 정도 걸린다. 일 년 동안은 사전조사와 비롯해 전시 기획에 힘 쏟는다면 다음 일여 년은 구현해내기 위해 해외 기관 혹은 작가 재단과의 작품 대여 및 저작권 협의, 작품 운송과 설치 등에 소요된다. 이렇게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도 늘 전시가 성공적으로 열리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8년 에드거 드가(Edgar Degas)의 전시가 국내에 열린다는 소식이 발표됐을 때 무려 아시아 첫 단독 전시라며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와 관련해 몇 개월 동안 미술관은 티켓바터부터 굿즈까지 다양하게 준비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전시 오픈 이틀을 앞두고 돌연 취소가 되어버렸다. 전시를 열기 바로 직전까지 작품이 국내에 들어오지 못한 것이다. 홍보팀은 전시 기획사인 이타, 미국 휴스턴 미술관, 그리고 세종문화회관이 MOU를 체결하고 추진한 것이었는데, 미주 유럽 컬렉터와 커미셔너 등에게 작품 섭외와 수급에 차질이 생기며 전면 취소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기다렸을 대중에게도, 전시를 소개하고 다뤘던 여러 언론 매체에도 이 사건은 꽤 오랫동안 회자하며 비판받았다. 이렇게 전시 바로 직전에 취소된 경우가 흔치는 않지만, 예술품의 안전 문제와 더불어 운송, 설치, 저작권 협의 등 여러 문제점을 안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여전히 이러한 전시는 뜨거운 이슈를 불러일으킨다. 과거 미술관의 엘리트주의적 역할과 더불어교육적장소로서 기능했다면, 현재에는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양성해 대중과의 소통을 꾀하는문화적인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블록버스터 전시에 대한 역할 역시 일반 시민의 문화생활 독려와 더불어 미술(특히 현대미술)다가가기 어려운 분야라는 인식 역시 타파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점을 극대화하며 현대적으로 전시를 재해석하고 재구성하는 데 블록버스터급 미디어 전시들 역시 하나의 전시 장르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오늘날이다.





빈센트 반 고흐 <론강 위로 별이 빛나는 밤

(Starry Night over the Rhone)> 1888 

<그대, 나의 뮤즈-반 고흐 to 마티스> 

2017.12.28-2018.3.11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1세기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예술의 장르 또한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고전 명화를 물리적으로 더욱 심도 있게 연구하기도 하고, 이러한 연구 결과물을 미디어 아트 형식으로 선보이는 것을 넘어 이제는 공간 전체를 이러한 고전 명화로 에워싸고 관람객이 온몸으로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작품을 갖고 오지 않아도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 혹은 사조에 속한 작품을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는 장이 생긴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미디어 전시에 주력하는 기획사와 전문 전시 공간이 생기면서 더욱 본격적으로 성행하는 추세다. 여기에 오늘날 전시 관람 형태 역시 시대가 바뀌고 기술의 진보가 이뤄지면서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미디어 전시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소통’, ‘공유’, ‘자기 PR’ 등과 같은 요소들이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시스템을 활용해 자신의 일상을 나누는 경우들이 많아졌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SNS를 통해방문 인증을 한 전시들은 그야말로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에게 퍼진다. 따라서 사람들이 작품과 직접 인터랙션 할 수 있는 전시도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모든 요소가 합해져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바로 고전 명화를 미디어화 한 전시들이다. 이 블록버스터 미디어 전시에 출품된 작가의 진짜 작품의 수는 매우 적지만, 대형 스크린에 투영되는 작품들, 움직이는 영상 및 기타 체험 존들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작가의 작품 전반을 감각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역시 주로 빈센트 반 고흐와 모네, 클림트와 같이 빛의 마술사라 불리는 인상주의 작가들을 비롯하여 작품 자체를 화려하게 재구성할 수 있는 작가들의 전시가 주로 미디어화 된다. 블록버스터 전시에 활용되는 기술 역시 다양해졌다. 건물 외벽 등에 LED 조명을 설치해 미디어 기능을 구현하는 미디어 파사드는 물론 인테리어 공간, 오브제 등 프로젝터에 의해 영사시킬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프로젝션 맵핑은 이러한 미디어 전시의 핵심 기술이다. 여기에 모션그래픽스를 활용해 회화에 움직임을 더하고, 3D 컴퓨터 그래픽으로 화면에 깊이감을 더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미디어 아트는 이제컨버전스 아트(Convergence Art)’라는 새로운 장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렇게 재탄생된 명화는 수 십 대의 빔프로젝터와 스피커를 활용해 풍부한 감각을 이끌어내며, 더불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까지 적극 도입돼 관람객의 직접적인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르누아르: 여인의 향기> 전시 전경

 <B Zone 미디어 회랑> 2018.5.12-4.28 

본다빈치 뮤지엄 갤러리아포레점





이 고전 명화 컨버전스 아트에 대중들이 화답하면서,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시 기획 및 공간이 생기고 있다. 현재 한 공간에서 열린 전시들의 총 관람객 수가 150만 명을 돌파하는 등의 수치를 살펴볼 때 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고취되어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다른 블록버스터 전시에 대해 늘 있었던 비판, 즉 이러한 전시의 주목적은 돈이며, 교육과 오락은 뒷전이다, 홍보 효과를 누리기 위해 매체의 과대 선동과 소비주의가 난무하다 등과 같은 비판적 시각에서 이러한 미디어 전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대규모 전시들 때문에 국내 작가들의 전시 기회도 줄어들 수도 있고, 우리나라 현대미술에 관한 관심과 이해도가 떨어지는 등에 대한 문제점도 생겨날 수 있다는 점 역시 명심해야 한다


외국의 유명 작가 작품을 자주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고 또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전시를 통해서 현대미술의 담론을 형성해 나가는 일과, 전시 관람의 근본적 의의를 되짚어보고, 큐레이터십을 적극 발휘하는 일 역시 미술관의 역할이다. 물론 이러한 블록버스터 전시에 디렉팅과 큐레이팅이 아예 배제되지는 않았겠지만, 진정한 의미의 큐레이터십이 빠진 것에 대해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낼 의무가 있으며, 대중은 이를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다. 결국, 이러한 블록버스터 전시로 대변되는 우리나라의미술 관람이란 문화에 대해 제대로 된 담론을 형성해 나가는 일이 앞으로 더욱 심화될 현상을 중화시키는 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앞으로 기술이 더욱 발달함에 따라 예술 작품을 다방면으로 감각할 수 있는 길이 늘어날 것이다. 여기에 사람들의 안목과 수준 역시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의 전시들은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올 한해도 역시 이러한 블록버스터 전시들이 지속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이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미술관 본연의 교육적, 문화적 목적을 간직하고, 큐레이터십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대중 친화를 도모하는 과정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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