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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8, Jan 2019

최민화_천 개의 우회

2018.9.4 - 2019.12.16 대구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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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 독립큐레이터·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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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박(淆薄)한 이 세상, 민화(民花)




문득 최민화의 작품 <효박한 이 세상에 불고천명 하단말가 가련 한 세상사람 경천순천 하였어라>(1989)를 보며 동학 가사 집 『용 담유사』의 「권학가」 편에서 그 구절을 찾았다. 그의 전 작품을 꿰 어내는 하나의 열쇠 말 같았다.(원문: 대저인간(大抵人間) 초목 군생(草木群生) 사생재천(死生在天) 아닐런가. 불시풍우(不時風雨) 원망해도 임사호천(臨死呼天) 아닐런가. 삼황오제(三皇五帝) 성현들도 경천순천(敬天順天) 아닐런가. 효박(淆薄)한 이 세 상에 불고천명(不顧天命) 하단말가.) 최민화에 대해 각인된 첫인상은 그가 열창하는 모습이다. 당시 그가 부른 노래는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이었다. 1970년대 독재자를 찬양하는 노래를 만들라는 압력을 거절하고, 아름다 운 대한민국 강산을 찬양하는 노래를 만들었다는 한 음악가의 저항 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곡이다. 특유의 몸짓과 표정, 목소리가 생생하다. 이번 전시 <천 개의 우회>를 마주하자 내내 이 노래가 울리는 듯했다.


대구미술관의 2전시실과 3전시실에 최민화의 작품 100여 점 이 놓여 있다. 1970년대 초기작부터 현재 미 발표작까지 이어진 대장정이다.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는 ‘분홍’ 연작(1989-1999) 을 비롯해, ‘부랑’(1976-1988), ‘유월’(1992-1996), ‘회색 청 춘’(2005-2006), ‘조선 상고사 메모’(2003-)와 ‘조선적인 너무나 조선적인’(2014-) 등 최민화의 연작이 총망라되었다. 6·25 전 쟁의 상흔 속에서 태어나 한국 현대사의 굴곡과 보폭을 나란히 했던 최민화는 1980년 광주 ‘5월 민주화운동’을 계기로 사회적 현실에 주목하면서 민중미술의 길을 걸었고, 1983년 ‘민중은 꽃 이다’의 의미로 ‘민화(民花)’라는 아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의 작업은 개인의 현실과 사회, 일상과 거대담론, 개별 민족 과 인류 보편성을 교차하는 ‘결합적 인과관계’의 특징을 띤다. 그 의 대표작인 ‘분홍’ 연작, 분홍은 ‘백골단, 최루탄/백색 파쇼들과 시위대/붉은 혁명군의 부딪힘’을 상징하는 혼란과 혼재의 상황 으로, 당대를 보여주는 표면이다. 세 명의 청년이 휴식하듯 갈대 밭에 포즈를 취하고 있는 <붉은 갈대>(1993)는 실상 1980년대 광주에 진입한 계엄군을 망월동 언덕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장 면이며, <두 개의 무덤과 스무 개의 나>(1999)는 부모님의 무덤 과 군대에서 의문사로 잃은 동생의 무덤을 전경에 두고 작가 자 신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두 작업 모두 사회적이고 폭력 적인 거대담론이 개인의 일상적 리얼리티에 닿는 관계적 상황 을 다룬 것이다. 6월 항쟁에 대한 작업으로 걸개그림 형식으로 구현한 ‘유월’ 연작에서는 최루탄 자욱하고 공권력의 탄압이 자 명한 시위 현장 한복판을 그린 <분홍 아스팔트>(1992)를 비롯해 종로 5가 도로를 점령하고 누워 시위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담은 <파쇼에 누워 I>(1992)을 통해 저항의 현장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현장의 긴박한 상황 그리고 당대 탄 압을 증거가 되는 작품이다.


1976년 시작된 <부랑>은 소외된 민중의 삶과 고통을 다룬 작업 과 함께 독재정권이라는 폭력적 현실 속에서 무기력한 자신, 청 년의 모습, 소외된 자들의 모습을 다루었다. ‘회색 청춘’ 연작은 50대가 된 그의 시선에서 사회의 근원적 문제가 크게 바뀌지 않 았음을,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청춘을 그린다. 이 연작은 “젊 은 청춘의 초상을 통해 1980년대 군부독재에 대한 저항이라는 특수성을 넘어 근대적 인간 조건에 대한 억압이라는 보편성으 로” 확장된 의미를 만들어 온 과정이었다. 단군에서 백제까지 역사를 재구성한 ‘조선 상고사 메모’ 연작은 서구의 포스트모던을 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예술계 세태를 비판하며, 사진과 서구의 영화 포스터 위에 유화를 덧입혀 신화 적 도상을 재현하는 습작이다. 


이어 ‘조선적인 너무도 조선적인’ 연작에서 작가는 우리의 고대 설화를 중심으로 하되, 이분법적 인 근대의 동서 개념이 아닌 고대의 동서 개념으로 ‘유라시아’를 인류사적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시도를 꾀했다. 르네상스, 힌두, 무슬림 등 유라시아 권역에서 발견한 종교와 신화 속 도상이 우 리의 고대 설화 속에서 재탄생한 장면이다. 그가 시대 의식을 감지하고 민중미술 화가로 활동하기 이전인 1970년대 초반에 그린 자화상이 인상적이다. 예술지상주의와 예술가를 꿈꾸며 대학에 입학했을 젊은 예술학도가 무수한 고 민 속에서 사회구조를 비판하며 민주화운동에 참여하기까지, 제3세계 민중미술의 전형을 공부해가면서 민족과 인류사의 보 편적 여정으로 자신을 견인해가는 과정을 상상했다. 그의 작품 이 발언하는 작가의 시대정신 지표가 선연하다.



*<대책회의(Emergency Meeting)> 1989 캔버스에 유채 162.2× 130.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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