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Issue 148, Jan 2019

이병호_STATUE×STATUE

2018.11.7 - 2019.11.25 상업화랑

Share this

Save this

Written by

신승오 페리지갤러리 디렉터

Tags

추상적 대상으로서의 인체 조각



이병호는 고전주의적 인체 조각을 소재로 삼아 조각에서 표현 하기 불가능하게 여겨지는 유동하는 상태의 조각을 제시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작업하는 작가다. 그는 이전 작업에서 실리콘을 이용해 조각의 외부 표면과 내부 틀 사이 공간에 주목해, 이 사 이에 공기를 주입하고 빼내는 반복적인 장치를 통해 형태의 변 화와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재현했다.


최근 작업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재료를 작품의 유연한 표면을 위해 선택한 실리콘에서 좀 더 다 양한 표현을 할 수 있는 폴리우레탄으로 교체했다. 이러한 재료 변화는 인체를 대상으로 여러 가지 작업 및 표현 방법을 실험하 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포즈의 인체를 공중에 매달거나 벽에 부착하기도 하고, 혹은 철제 구조에 고정해 보여주는 설치 방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의 신작은 인체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는가 하면, 팔과 다리 심지어 머리를 제거해 토르소와 같 은 형태로 나타냈다. 그러나 우리가 더욱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은 인체 표면의 표현이다. 신체는 여기저기 잘려서 분절되어 갈라 진 틈 사이로 내부를 드러내며, 때론 매끈하기도, 구멍이 나 있 기도, 부풀어 올라있기도 하면서 표면에 흔적을 고스란히 남겼 다. 이번 <STATUE×STATUE>에서는 더 나아가 이전에 전시 한 작품을 다시 해체하고 분해해 다른 작품의 부분으로 재조합 하거나, 자연광을 충분히 전시장에 끌어들여 조각을 보는 위치 에 따라 다르게 지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면 이 작업은 어 떻게 읽어 낼 수 있을까?


일단 작업 방식을 살펴보면, 라이브 캐스팅을 통해 인체의 기 본적인 틀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틀에 반복적으로 캐스팅해 작 업을 위한 재료로 신체를 쌓아 놓았다. 기본적인 모듈처럼 단일 한 형태를 가진 신체의 덩어리를 규격화하는 것이다. 이런 재료 는 작가의 직관에 따라 다시 하나의 인체로 재조합 혹은 신체의 변형을 통해 하나의 인체 작업으로 나타났다. 결과물은 표면적 으로는 조각이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체의 아름다움을 탐 미하는 작업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병호에게 인체 조각은 사람 의 몸을 표현하기 위한 대상이 아니다. 그는 조각이라는 매체가 지닌 기본적인 성질인 덩어리, 무게, 실존, 변함없음, 고정된, 완 전함 같은 단어에서 벗어났다. 가볍고, 변화 가능성이 충만하고, 더 나아가 특정한 의미에 고정되지 않은 조각 언어를 획득함으 로써 그가 지속해서 관심을 두고 있는 조각의 유동성을 획득하 고자 했다. 따라서 전통적인 조각이 가지고 있는 고정된 완성이 라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이 방법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이를 통 해 작가는 어떤 이야기하는 것일까?


이런 관점으로 보면 그의 작업은 현재 순간에 있는 그대로 바 라보고 의식해야 할 대상이다. 물론 표면적으로 보이는 인체 조 각이라는 범주화된 대상으로 이름이 붙고 고정된 결과물로 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이러한 시도를 멈추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 서 그의 작업을 단순하게 기존의 조각적 특성에 반해서 불가능 한 과제를 실행하기 위한 과정으로만 인식하면 안 된다. 오히려 이는 실재를 직관적으로 읽어내기 위해서 완성 혹은 완결될 수 없는 대상을 만들어 인식을 전환하려는 행위로 집중해서 보아 야 한다. 다시 말해 결국 인체 조각이라는 형식 뒤에서 작가가 본질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고정된 관념과 특정한 규 정에서 벗어나 실재를 직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작가는 이러한 유동적 상황을 만들어 내고자 조각이 가진 요소를 하나씩 제거 해 나감으로써, 무엇인가를 재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떤 태 도와 방식만을 남겼다. 그렇기에 이는 완성된 결과물로 다가오 기 보다는 불안정하고 불명확한 상황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인 체 작업은 아무것도 아님과 동시에 완전하게 어떤 것을 가능하 게 만드는 장소로 변모됐다. 오히려 텅 비어서 우리가 바라보는 대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도록 유연하게 열려 있다. 우리는 이를 구체적 의미를 생산하는 고정된 대상으로서의 인체가 아 니라 유동적이며 추상적인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 


 

*<Statue X> 2018 폴리우레탄, 우드, 석고 29 ×119×139cm

온라인 구독 신청 후 전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Subscribe 로그인 Log in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