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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7, Dec 2018

고재욱_크로스 플랫폼

2018.10.17 – 2018.11.14 인사미술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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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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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바람이 예술이 될 수 있을까


                                                                     

도톰한 카펫 위에 푹신한 빈 백(bean bag) 두 개, 그리고 각종 만화책과 소설책, 굿즈와 피규어가 벽을 꽉 채우고 있고, 텔레비전과 함께 놓인 여러 대의 게임기 주변에는 게임 CD가 가득하다. 전시공간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것은 이처럼 어느 부러운 집의 거실 같은 풍경이다. 만져도 되는지 몰라 쭈뼛거리다가 이내 빈 백 속에 몸을 푹 집어넣고 만화책을 뒤적이거나 게임을 하고 있을 때 등 뒤에서 커피 냄새가 솔솔 풍긴다면 시간을 잘 맞추어 찾아온 것이다. 작가 고재욱과 의뢰인 황지하가 정해진 시간에 맛있는 커피를 내려 주기 때문이다. 이 아늑하고 향긋한 작품은 카페를 열어 달라고 요청한 의뢰인의 소장품을 가지고 고재욱이 만들어낸 카페다. 


<크로스 플랫폼>은 고재욱이 2017년부터 진행해온 프로젝트 아틀레이버(Artlabor)’의 현재까지의 결과물들을 모은 전시이자, 의뢰인들의 예술적 아이디어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작가의 아이디어가 오갔던 온라인 플랫폼을 일시적으로 오프라인에 구현한 현장이기도 하다. ‘아틀레이버 프로젝트의 골자는 대략 이렇다. 우선 작가가 참여자들의 미술적 상상력을 실제로 구현해 드린다는 공고를 내고, 이메일 또는 전화로 의뢰를 받는다. 의뢰는 각양각색이지만, 작가는 의뢰에 대한 가치판단을 배제하고 본인의 노동력과 일정한 비용으로 실현할 수 있는지를 먼저 판단하는 프로젝트의 진행자로 역할을 한다. 전시는 지난1년간 70여 개의 신청을 받아 현재까지 순차적으로 십여 회 진행된 프로젝트의 결과물과 더 많은 관람객과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간단한 작업을 실행할 수 있는 스튜디오로 구성되어 있다.


미술가에게 무언가를 의뢰하고, 미술가가 의뢰사항을 실현하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낯설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다만 그 결과물의 작가 자리에 참여자(의뢰인)의 이름이 들어간다는 점, 결과물이 표면적으로는 미술작품처럼 보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 그리고 작가가 노동의 대가를 참여자에게서 받지 않는다는 점, 참여자가 단순히 의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의 아이디어와 진행 과정에 깊이 있게 개입한다는 점 등이 전통적인, 혹은 일반적인 미술작품 의뢰와는 한다는 점이었다. 다양한 상상과 필요, 호기심이 점철된 신청자들의 의뢰는 제기차기 대회, 전시 속의 작은 전시로, 영상 작품으로, 카페로 다양하게 실현되어 전시장에서 그 결과를 관람객들에게 공유하고 있었다. 작가는 전시를 위해 이 작품들을 신청자에게 대여했다.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신청자에게 귀속하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프로젝트 명제표의 작가명을 쓰는 자리에 자신의 이름 대신 의뢰자의 이름을 기재했다. 미적으로 실천되기 이전의 아이디어를 제안한 이들을 작가의 자리에 위치시킨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한 점도 없는 개인전을 연 것이다. ‘프로젝트 진행자로 자신의 역할을 설정한 그는 전시 제목 크로스 플랫폼이 지시하듯, 전시에서 자신의 물리적인 작품이 아닌 다양한 사건과 교류, 활동이 일어나는 다층적인 플랫폼을 제시했다. 즉 작가는 이 전시를 참여자들을 직접 만나는 유형의 장소로, 의뢰를 실행하고 그 과정을 볼 수 있는 오픈 스튜디오로, 보다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신청의 경우 전문가를 초빙해서 이를 구현하거나 생각을 나눠보는 워크숍 장소로, 신청자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신청자가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개방된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듯하다.


프로젝트의 결과를 후일담처럼 전시한 2층의 작업, 그리고 1층에 정리해 놓은 일종의 의뢰 일지 중에는 성공이라고 볼 수 있는 것도 있고 실패라고 볼 수 있는 것도 있다. 그러나 성공 여부는 프로젝트의 목적을 실현 자체에 두었을 경우의 이야기다. 작가가 제시한 플랫폼 위에서 우리는 미술과 미술이 아닌 것의 경계를 탐구하고, 창발적 주체로서 작가와 관객 참여의 범위와 역할에 대해 가늠해 볼 수 있다. ‘아틀레이버 프로젝트가 더 많은 신청자와 진행자가 주체적으로 이용하는 자생적이고 확장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예술적으로 실현하는 것에 대한 수요와 그에 대한 적절한 공급이 균형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으로, 그리고 그 노동에 매겨질 가치에 대한 질문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 <크로스 플랫폼>은 이처럼 다양한 질문을 통해 미술을 둘러싼 다양한 역할과 구조에 대한 생각을 확장할 플랫폼 또한 제공한다. 


 

*황지하 <황지하 프로젝트> 2018 혼합매체 가변크기, 신청자가 오랜 기간 수집한 레트로 게임기와 만화책, 사진기 등의 오브제들이 놓인 카페를 직접 운영해보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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