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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6, Nov 2018

헬로!아티스트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가공할 헛소리

2018.9.7 - 2018.11.11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광주 6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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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원 미술비평가, VOSTOK 편집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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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으로서의 전시



전시를 기획하는 과정에는 물리적/정신적 노동이 필요하고, 기 획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시가 개별 작품들의 산술적인 총합이 아닌 그 이상(어쩌면 그 이하)의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전시가 존재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이런 지점에서 작품이 배치 되는 순서나 가벽과 같은 구조물 그리고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관람객의 동선과 같은 요소들은 분명 전시를 구성하는 가시적 인 요소이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전시의 전부라고는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산술적인 총합 이상의 무엇은 전시장 안 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구현되는가? 혹은 전시의 구조 혹은 전 시라는 보여주기 방식은 어떻게 시각화되는가? 홍이지 기획의 <가공할 헛소리>는 전시 제목에서 암시하듯, ‘헛것 또는 허구'를 키워드로 바로 이런 지점에 대해 고민하는 전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4채널 영상과 설치 작품으로 구성된 김실비 의 <회한의 사당>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는 제목처럼 마치 사당을 세우듯 입방체 형태로 배치된 4채널 영상과 이를 가리거나 비춰 보 이게 하는 거울과 이미지로 구성됐다. 덕분에 관람객은 단순히 고 정된 위치에서 프로젝터를 통해 투사되는 영상만을 보는 것이 아니 라, 4면의 영상을 둘러보며 그 주변에 배치된 거울과 투명 필름 인 쇄된 이미지 사이에서 시간과 시점(視點)을 오가며 작품 안으로 포 섭된다. 이는 바꿔 말하면 어느 위치에서도 4개의 영상을 한눈에 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동시에 이 작품이 관람의 차원보다는 복 합적인 시각적 경험으로서 관람객에게 도달한다는 점을 상기시킨 다. 특히 이 과정에서 영상 속에 등장하는 일곱 신이 제시하는 키워 드와 신들과 가장 상반되는 존재로 여겨지는 신문 사진에 배경처럼 등장한 이름 없는 인물들의 모습 그리고 거울을 통해 비친 관람객 자신의 모습이나 거울에 다시 반사되는 작품 속 이미지 사이에서 관람객은 회한이라는 감정과 사당의 구조를 통해 암시되는 믿음 의 행위/마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회한의 사당>을 둘러보고 전시장 오른편으로 접어들면 분리된 공간에서 상영되는 윤지영의 3채널 영상 작품 <불구하고>가 등장한 다. 이는 신화 속 아킬레우스’, ‘탈로스’, ‘지그프리트의 이야기에서 그들의 약점과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 그리고 그들의 운명을 다룬다. <불구하고>가 상영되는 공간 입구의 맞은편 문을 통해 나오면 전시 장 입구에서 뒤편을 가로막고 있던 가벽 뒤쪽의 공간으로 연결된다. 여기서 윤지영의 <오죽 -, -으면>을 구성하는 LED 모니터와 안마 의자와 마주하게 된다. <오죽 -, -으면>의 영상에서 주인공은 자 신의 명확히 정체를 따져볼 수는 없는 불안감을 누그러뜨리려 마치 최면을 걸듯 사소하지만 다양한 노력을 시도한다. 


관람객은 이를 관 람하며 안마의자에 앉아 안마를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전해오는 시원하다는 다소 허구적인 감정/느낌 역시 영상의 맥락과 연결된다. 신화 속 주인공들에게 서사적으로 이미 주어진 약점은 신화라는 허구 안에 존재하기에 얼핏 관객 자신과는 크게 상관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오죽 -, -으면>의 주인공이 갖는 묘한 강박은 단순히 특정한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아주 미약하거나 사소할지라도) 자신만의 의심이나 믿음을 갖고 있다는 사실과 이 역시 하나의 허상일 수 있다는 점을 짚어준다. 이렇게 얼 핏 전혀 결이 다른 것처럼 보이는 <불구하고> <오죽 -, -으면> 은 하나의 연장선상에 놓인다.

 

김실비, 윤지영 작가의 작업을 관람하는 동안, 예측할 수 없는 특 정 시점에 김동희의 <프라이머, 오퍼시티>는 전시장에 하나의 레이 어로 덧씌워진다. 갑자기 자동으로 전시장 양쪽의 커튼이 젖혀지 면서 진공처럼 느껴졌던 전시장에 햇빛이 쏟아지며 밝아지고, 이 는 김실비와 윤지영의 작품 관람환경에 개입한다. (어쩔 수 없이) 잠 시 관람을 멈추고 시야를 돌리면, 젖혀진 커튼 뒤로 계단이 존재했 던 것을 알게 되고,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금남로 일대의 풍경을 바 라보게 되면서 전시장의 물리적 위치와 형태를 새삼 다시 인식하게 된다. 이런 지점에서 작업이 하나의 레이어라고 했을 때, <프라이 머, 오퍼시티>는 전시장이라는 작업영역 전체를 포괄하는 레이어 로서 존재한다. 


덕분에 커튼이 쳐져 있는 상태에서는 김실비와 윤 지영의 작업만이 전시장 레이어 위로 올라와 있지만, 자동커튼이 작동하는 동안 전시장에는 마치 김동희의 작업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를 통해 작가는 전시나 전시장이 하나의 분리/독립된 공간이라는 가상적인 믿음을 해체한다. 이처럼 <가공할 헛소리>를 구성하는 작품들은 각각 분리되면서 도 전시장이라는 하나의 표면 위에서 레이어를 온/오프 시키듯 오르 내린다. 이들은 작품 내적인 차원에서든 외부적인 차원에서든, ’헛 것 또는 허상이라는 교차점을 갖는다. 그리고 이 교차점은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개별 작품들을 묶어 하나의 전시라고 인식하는 과정 이 전시장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에서 어떻게 시각화되고 나아가 이 것이 전시라는 믿음으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주며 산술적인 총합 이 상의 무엇이 전시장 안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에 대한 하나의 답변 이자 참조점으로 기능한다. 

 

 

*윤지영 <오죽 -, -으면 (It) help(s)> 2018 싱글채널 영상 설 치, 안마의자, LED 모니터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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