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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6, Nov 2018

임영주_물렁뼈와 미끈액

2018.8.22 – 2018.9.19 두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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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고은 아트스페이스 보안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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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조오억개의 암묵지[暗默知]



세계는 수많은 암묵지가 떠받들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임영주의 개인전 <물렁뼈와 미끈액>을 보고 생각했다. 암묵지는 영국의 철 학자이자 물리 화학자인 마이클 폴라니(Michael Polanyi)가 구분 한 지식의 한 종류다. 문서로 만들어져 표출되는 명시지(明示知, Explicit Knowledge)와 상반되는 개념으로, 경험을 통해 개인에 게 체화되어 있지만, 언어나 문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겉으로 드러 나지 않는 지식을 말한다. 폴라니는 인간 행동의 기초가 이를 바탕 으로 출발한다고 주장하며 암묵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관점 에서 임영주의 개인전 <물렁뼈와 미끈액>은 데이터화 되지 못한 지 식, 즉 사회의 정서와 법칙 아래 자리한 암묵적 지식을 통해 세계를 그리고 있다.

 


바라보는 것의 실상


임영주의 바라보기는 물질을 환경에서 분리해 길들이고 측정하기 보다 그것이 처한 내막이나 속사정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작 가의 작품은 과학적 사실과 직접적 관계를 맺고 있지 않지만, 그가 여러 과학적 법칙을 살피는 것은 결국 과학이란 자연의 개념을 다 루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의 원소인 물, , , 바람 등은 임 영주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요소이다. 하지만 작가는 합리적 과 학 법칙 그 자체보다 물렁뼈나 미끈액처럼 촉감을 주는 것, 단단함 사이의 추상적 형태와 질감을 가진 것에 더 주목한다. 전시장 초입 윈도우 갤러리의 커다란 표면에 언뜻 비치는 바깥 풍경, 그 안쪽에 폭이 좁은 캔버스 7개가 놓여 있다. 전시의 제목과 동명인 회화작품 <_물렁뼈와 미끈액>(2017)이다. 서문에 따르면, 임영주는 과학책에서 뼈와 뼈가 연결된 곳에는 물렁뼈와 미끈액 이 들어있다라는 문장을 보고 동해에 있는 촛대바위의 풍경과 딱 들어맞는 느낌을 받았다. 사고에 점프력을 요구하는 작가의 은유를 따라가려면 조금 더 섬세한 관찰이 필요해 보인다. 7개의 캔버스는 촛대바위 풍경과 무릎을 묘사한 작품이 3개씩 짝을 이뤄 배열되었 다. 중앙에 배치된 캔버스는 광물의 형질을 묘사한 추상적 이미지 로써 두 개의 각기 다른 풍경을 잇는다. 


이렇게 보니 촛대바위의 돌 기들이 무릎의 슬개골을 닮은 듯하다. 하지만 작가의 은유는 그저 표면의 질감 외에 사물 사이에 일어나는 화학적 낌새로부터 또 다 른 연상들을 발화시킨다. 이러한 표현과 논리의 흐름은 전시 전반 에 흐르고 있다<인증샷_푸른 하늘 너와 함께>(2018)는 작가가 일반적으로 참조 하는 이미지의 특성 외에 또 다른 특징인 일대일의 호흡을 보여준 다. 그는 종종 작품의 서두에 관람객을 개별적으로 한 명씩 자신의 세계로 이끄는 것 같은 행위를 연출한다. 마치 자신을 통해서만 이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듯, 작가는 불특정 다수의 관람객을 직접 맞 이한다. 한편, 2015년부터 작가가 여러 형태로 천착하고 있는 촛대 바위 영상은 이번 전시에서 <애동>(2018)으로 새롭게 구성되었다. 작품은 한 지점에서 확대와 축소 촬영을 반복한 단순한 구조를 지 녔다. 대상을 고립시킨 촬영 기법은 워홀의 초기영화 <엠파이어> (Empire, 1964)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촛대 바위는 화면 안에서 조 형적 우상(plastic-idol)이 된다. 워홀(Andy Warhol)이 높이 솟아 있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향해 그것은 스타다!’, ‘8시간의 발 기!’라고 표현하며 대상에 대한 전유를 드러낸 것처럼 <애동>의 촛 대바위 역시 관음의 대상이 된 듯하다.

 


보지 못하는 것의 증거


 전시장 안쪽에는 세 부분으로 분절되어 굽어 있는 벽과 평평한 면 이 서로 마주하고 있다. 각 벽면에는 회화 작품 ’(2016-2018) 연 작이 배치되었다. 제목이 주는 뉘앙스처럼 작품 속 공간은 음습하고 축축한 시공간을 표현한다. 각각의 회화 작품은 개별성을 갖지만, 동양의 병풍에서 보이는 것과 유사한 모티프의 연속성을 띠고 있다. 이것은 작가가 은유한 물렁뼈와 미끈액의 물질들이 생성되는 깊숙 한 지층의 풍경 같은 것일 수 있다고 상상해 본다. 굽은 벽면 안쪽에 는 3채널로 상영되는 신작 <요석공주>가 상영된다. 영상은 원효대 사와 요석공주의 러브스토리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근간으 로 한다. 현대에 환생한 원효대사와 요석공주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 가 이야기를 이끈다. 


그러나 이 서사 위에 등장하는 이미지와 갖가 지 사건은 극의 흐름을 따라가려는 관객을 방해하는 것 같다. 서사 위에 펼쳐지는 파편적 이미지와 사건은 마치 할 일이 태산처럼 쌓여 있는데도 뒤죽박죽으로 섞인 의식의 흐름을 좇아 온라인상의 온갖 기사와 영상을 찾아보는 자의 뇌 구조와 닮았다. 작품은 현실과 허 구, 일상과 비일상의 이중성 안에서 펼쳐지는 헛발질과 같은 행위를 포착한다. 우리의 사고 바깥에 있다고 믿는 이미지와 사건의 불분명 한 출처들을 파헤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시 전반에서 발견되는 구조와 서사는 세계를 구성하는 감춰진 회로의 단면을 마주하게 한 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안면근육의 판단 불능 상태 를 만들어낸다.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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