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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6, Nov 2018

민성홍_연속된 울타리

2018.9.14 – 2018.10.27 씨알콜렉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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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김홍기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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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의 감수성



민성홍의 개인전 <연속된 울타리>는 그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울타리에 관한 것이다. 울타리는 여러 형태로 변주되어 등장한다. 전 시의 문패 같은 역할을 하는 작품 <Fence Around_와이어>는 수집 된 액자 안에 철책을 설치한 것이다. 철책의 이미지는 전시장 한가운 데에서는 바퀴가 달린 실제 철책으로 이어지고, 한쪽 벽면에서는 벽 지에 목탄으로 형상화한 평면의 철책으로 반복된다. 역시 목탄으로 형상화한 다른 이차원적 울타리는 철책보다 스케일이 훨씬 더 촘촘 한 방충망이다. 그런가 하면 민성홍의 작품에 빈번히 등장하는 새의 머리를 염두에 둔다면 울타리는 조류를 가두어 기르는 우리를 연상 시키기도 한다. 또는 모더니즘의 특정한 문법에 비추어 볼 때 철책과 방충망은 공간을 규칙적으로 구획하는 그리드의 변종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이처럼 민성홍의 전시를 채우고 있는 철책, 방충망, 우리, 그리드를 모두 포함하는 상위 범주가 바로 울타리인 것이다.

 

울타리는 안과 밖, 이편과 저편을 구분하는 장치이다. 그러나 민 성홍의 울타리들은 경계를 만드는 데 소용되지 않는다. 전시장에 설치된 철책은 쉽사리 우회하여 드나들 수 있고, 목탄으로 형상화 한 철책과 방충망도 배경에 파묻혀서 흐릿하게만 보일 뿐이다. 이 곳에서 우리는 울타리의 안쪽에 있는 건지 바깥쪽에 있는 건지 도 무지 판단할 수가 없다. 만약 울타리의 안쪽에 있는 것이라면 우리 는 보호된 것인가 격리된 것인가? 반대로 울타리의 바깥쪽에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추방된 것인가 해방된 것인가? 안과 밖이 사라지 자 덩그러니 남은 울타리가 불확실한 실존에 관한 질문들을 쏟아내 는 것이다. 질문들은 청각적인 장치로 인해 더욱 증폭된다. 관람객 이 바퀴 달린 철책을 조금 밀기라도 하면 그 위에 매달린 작은 종이 울리고, 전시장 한편에 모로 누운 커다란 철탑의 무쇠 종은 모터의 힘을 빌려 규칙적으로 딱딱거리는 소리를 낸다. 경계의 이편과 저 편이 배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접하게 되는 청각적인 울타리는 실 존의 불확실성을 한층 가중한다. 울타리와 마주한 우리는 환대의 대상인가 배척의 대상인가? 건조하게 반복되는 철탑의 종소리는 환희의 노래인가 애도의 외침인가?

 

안과 밖, 이편과 저편, 나와 너, 우리와 그들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이 자기 모순적인 울타리는 민성홍의 목탄 드로잉처럼 전 면적인 불확실성의 환경을 만들어낸다. 이런 환경 속에서 몸통을 잃고 머리만 남은 새들은 꽤 분주해 보이지만 사실은 제자리를 뱅 뱅 돌고 있을 따름이다. 저마다 다른 속도와 다른 리듬으로 다채롭 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결국엔 다들 제자리를 하릴없이 맴돌고 있 다. 날개와 다리를 잃어버린 새는 버려진 집기와 비닐로 날개와 다 리 비슷한 것을 달고 안간힘을 쓰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마치 비 가시적인 우리 안에 갇힌 것처럼 수평으로도 수직으로도 탈주할 여 지가 없는 것이다. 민성홍의 작업<Fence Around>는 이러한 헛운 동을 비디오의 문법으로 시각화한다. 즉 루프(loop)의 형식을 통해 서 끊임없이 제자리로 회귀하게 되는 움직임을 연출한 것이다. 도 시의 울타리를 따라서 꾸준히 걸어도 쳇바퀴 돌듯 같은 자리로 되 돌아오는 장면이 스크린 안에서 무한히 반복된다.

 

재개발, 재난, 난민 문제 등 여러 이유로 많은 이들이 끊임없이 이동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울타리 너머의 세계가 어떤 곳일지, 결국 제자리로 되돌아오게 되지나 않을지 확신할 수 없더 라도 계속 움직여야 한다. 민성홍은 그들이 남기고 간 집기들을 수 집해 이토록 쓸쓸한 새의 형상과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는 이 새들 을 안테나 새라고 일컫는다. 울타리를 넘고 넘어 기껏 제자리로 되 돌아오게 되더라도 그 와중에 타인의 신호를 수신하고 증폭하는 공 동체적 감수성의 가치를 상기시키는 것이다. 전시장의 벽면에는 새 의 머리가 달린 막대기들이 줄지어 비스듬히 기대고 있다. 마치 벽 너머의 웅성거림에 귀를 기울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비관적인 수평 과 수직의 그리드를 가로지르는 사선의 힘으로. 

 

 

*<Running Fence_수집된 오브제> 2018 펜스, 바퀴 가변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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