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Issue 145, Oct 2018

시대정신: 비디오 제너레이션

2018.9.10 – 2018.9.30 대안공간 루프

Share this

Save this

Written by

김예경 미학

Tags

과잉의 시대, 시대성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



대안공간 루프에서 <시대정신: 비디오 제너레이션>전이 시작됐다. 오늘날 미디어 작업에 내재한 시대정신(Zeit Geist)’이 무엇인지를 찾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한 전시이며, 동일한 의도에서 출발해 기획자 문선아가 2016년 선보인 <시대정신: -사이키델릭; 블루>에 이어 마련된 두 번째 기획전이다. 한 시대를 관통하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수용자에게 특정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전제는 매체론의 관점에선 이미 익숙하다. 매체와 수용자의 관계는 알다시피 1930년대 벤야민(Walter Benjamin)의 중요한 화두였고, 그는 사진과 영화라는 새로운 매체의 출현이 시대적으로 무엇을 바꾸어 놓는지를 질문했다. 문선아의 시대정신 시리즈가 그의 질문과 차이가 난다면, ‘시대정신이란 화두를 표방하고, 그 안에서 매체의 발전 양상과 수용자의 태도를 공시적(synchronic)으로, 횡적인 시간대로 파악하고자 한다는 점에 있다. , 특정 시기를 기준으로 자기시대 매체에 대한 수용자의 경험을 살피되, 세대별로 단층화시켜 보려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비디오 제너레이션> 1970년대에 출생한 소위 ‘VTR 세대’, <-사이키델릭; 블루> 1980-1990년대에 출생한 소위 인터넷 세대를 중심으로 한다.)

 

한편, 기획자가 시대정신의 재구성이란 화두를 던졌을 때, 우리에게 떠오르는 것은 단지 특정 시대에 생겨난 매체와 그것을 활용하는 세대가 갖는 (정신적, 물질적, 심리적) 공통의 관계만은 아니다. 기획자는 헤겔(Georg Hegel)의 이름을 환기하였는데, ‘시대정신이란 표현은 18세기 독일의 사상가들에 의해 탄생하였고 헤겔에 이르러 구체화한 개념이다. 리뷰어가 이해하기로는, 헤겔에게 정신은 한 개인의 주관적 의식만이 아니라, 그가 속한 집단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사유방식으로서의 정신의 의미를 또한 내포한다. 그와 함께 개인의 자의식은 고립된 개체에서라기보다는 역시 사회적 관계망에서 생겨난다. 


이때 시대정신은 개인의 실천이성(행위)에서 추동되지만, 이 실천이성은 개별적인 것(개인)과 보편적인 것(사회 구성원들)이 상호 침투하여 생겨나며, 한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 이성에 통일되어 있다. 그렇다면 한 시대에 통일된 의미를 부여하는 시대정신은 의식화된 지향성을 지니는가?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개인의 열정과 생활양식을 보이지 않게 지배하며’, 개별적 실천 이성에게는 암호와도 같다. 리뷰어가 파악하기에, 이 시대정신은 역사의 총체적인 변화과정에 포섭되어 있고, 헤겔의 전진하는 역사란 어떠한 보이지 않는 절대 이성의 간계/교지(List)에 의해 필연적으로 움직인다. 각설하고, <시대정신: 비디오 제너레이션>이 헤겔의 시대정신을 얼마만큼 염두에 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리뷰어의 관점에서, 기획자는 본 전시에 헤겔의 역사관을 기꺼이 반영하려 한 것 같지는 않다.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란 생각에는, 늘 칼라일이나 헤겔에서 발견되는 영웅 사관의 그림자가 끼어들지만, 본 기획은 한 시대를 보다 수평적인 방식으로 읽어내려는 생각이 엿보인다. 또한, 늘 새롭게 재구성되는 (영상) 매체의 환경, 그리고 그것에 조응하는 작가들이 세대별로 다르게 빚어내는 이미지의 단층을 읽어낸다는 기획은 특정한 방향성을 전제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다종다기하게 펼쳐지는 예술의 현상 속에서 시대적으로 재구성되는 시각 질서를(시대정신을) 읽어내려는 탐색의 의도가 두드러진다.

 

일단 기획에 합류한 여섯 명의 작가는 문화적 기반과 활동 지역은 다르지만, 기획자가 차별화하고자 하는 벤자민&스테판 라미레즈 페레즈(Benjamin & Stefan Ramírez Pérez, 1980년대 후반)를 제외하고는 모두 동시대(1970년대)에 출생한 인물들이다. (벤 리버스(Ben Rivers), 박경근, 응우엔 트린 티(Nguyn Trinh Thi), 존 토레스(John Torres), 최원준). 그리고 작업으로 영상매체를 중점적으로 다루어왔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들이 매체와의 관계에서 자기 세대만의 방식으로 이미지를 다룬다고 전제할 때, 전시가 보여주는 보편적인 양상은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다큐멘터리 형식, 이야기 전개의 단절, 편집 형식의 자유로움, -서사를 통한 역사적 접근, 다채널 투사, 설치형식과의 결합 등에 대한 취미나 관심 등이다. 


소재 면에서는 포스트콜로니얼리즘(post-colonialism)이나 타자성에 대한 주제가 눈에 띈다. 한편, 앞의 특성들이 다음 세대, 1980-1990년대 출생 작가들의 작업과 어떠한 관계를 갖는지 즉, <시대정신>이란 두 기획이 리뷰어가 일단 단층화으로 지칭한 세대 간의 차이를, 단절로 혹은 연속으로 이해하는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소위 모더니즘적 비평적 원리의 종말이 회자된 이후, “어떠한 선천적인 구속도 존재하지 않는 과잉(넘쳐남)의 대지에서 한계 넘기를 즐기는 것이 현대미술이다. 그것의 자유분방함 속에서 우리 시대 예술의 존재 방식을 이해하는 방식을 찾으려는 기획자의 시도는, 성급히 답을 찾으려 하지만 않는다면, 고무할만하다. 

 

 

*설치 전경, 사진: 홍철기

온라인 구독 신청 후 전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Subscribe 로그인 Log in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