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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3, Aug 2018

As Small As It Works

2018.7.13 - 2018.7.29 써머 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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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원 『보스토크』 편집 동인 /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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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가 생산될  있는 조건과 제약 사이에서



사진, 영상, 회화는 모두 평면의 형태로 제작/전시된다. 그중에서도 사진이나 영상은 원본 데이터(혹은 필름) 예산과 상황에 맞춰 크기를 달리해 출력할  있다. 특히 디지털 사진의 경우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 전시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물리적인 프린트가  필요하진 않으므로, 전시가 확정되면 전시장의 면적과 형태에 맞춰 사진을 프린트하는 것이 가능하고, 작품의 물리적인 크기라는 제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그리고 이런 맥락에서 VR 아예 물리적인 공간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하지만 이와 달리 회화는 (복사 촬영한 도판을 확대 출력하지 않는 ) 전시장에서 구현되는 물리적인 크기는 제작 과정에서부터 정해진 고정값으로 존재한다. 덕분에 캔버스나 종이와 같은 지지체의 물리적인 크기와 이에 따라 작품의 스케일을 어떻게 설정하는가는 단순히 작품을 어떻게 전시장에 구현하느냐의 문제를 넘어서 작품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존재한다


박정우의 기획으로 권세진, 이나하, 이상훈, 이환희, 임창곤이 참여한 <As Small As It Works> 작품의 크기와 캔버스에서의 스케일을 기준으로 꾸려진 기획전이다. 5인의 참여작가는 모두 서울에 작업실을 두고 회화 작업을 주로 선보이고 있으며, 기획자는 이들이 그간 해온 작업을 토대로 “(자신의 기존 작업) 형식이 유지될  있는 선에서 가능한  작은 작업 요청했다. 이는 단순히 기획자가 전시에서 어떤 제한조건을 내건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동시대 회화에서 작품의 크기와 캔버스에서의 스케일 감각은 생각보다 많은 조건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역으로 작품에도  영향을 끼치는 요소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지점이 만들어진다. 특히 이제  작품활동을 시작하거나 경력이 많지 않은 작가의 입장에서 작업실의 크기와 입지, 다시 말해 충분히  작업실을 구할  있는가의 여부와 같은 경제적 요인은 자신이 생산할 있는 작품의 최대 크기를 강제하기도 한다. 


작업실의 면적/층고와 그곳의 출입구/계단/통로의 높이와 폭을 넘어가는 작품은 작업실에서 제작할 수도, 이를 반출할 수도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와 같은 이유로 전시가 진행되는 곳의 물리적 조건 역시 작품의 크기를 제한하는 조건이 된다. 이는 전시장에 들어갈 작품의 물리적인 크기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전시장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동선이나 관람 위치를 유도하는 등의 요소와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권세진이 대구에서 서울로 작업실을 옮기고  이후 진행하고 있는 조각그림 카메라로 기록한 장면을 캔버스 사이즈에 맞게 크롭하고, 이를 10×10cm 조각 단위의 장지에 먹으로 채색하여 캔버스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이는 먹의 번지는 속성을 활용하는 작업의 특성상, 종이의 수분이 마르기 전에 붓질을 마쳐야 하는 시간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면서도, 동시에 좁은 공간에서도 최종 결과물로서의 작품의 크기와 관계없이 작업을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작업 환경에서의 공간의제약과도 연결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수면 #1> 20조각으로 구성된 40×50cm 사이즈와 12조각으로 구성된 30×40cm 사이즈가 동시에 출품됐는데, 이들은 단순히 가로 세로로 10cm 늘어나거나 줄어든 것이기보다는, ‘조각그림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캔버스 안에서 만들어지는 이미지의 스케일과 밀도가 달라지는 모습을 비교해  있게 하는 유의미한 지표로도 작동한다. 


이상훈은 이번 전시에서, 지난해 열린 개인전 <Two Tables>(313 아트 프로젝트, 2017)에서 선보였던 채석장 시리즈의 연장 선상에서 가능한  가장 작은 사이즈인18×18cm 작품  점을 선보였다. 이는 ‘CROPPED’라는 제목에서도 유추할  있듯, 기존 채석장 연작의 이미지를 18×18cm 맞춰 크롭한 것으로 지금까지 작가가 해왔던 (회화의 체계를 다루는 하나의 시스템이기도 ) 복잡하고 세심한 작업 프로세스를 어떻게 최소한의 크기로 구현할  있는지에 대한 실험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지점에서 이상훈에게 작품의 크기와 스케일은 작품 외적인 제약보다는 자신의 작업공정상의 한계와 연동된다.


이나하는 얼마  종료된 개인전 <Resize>(원룸, 2018)에서 디지털 이미지를 이루는 최소단위인 픽셀에 물리적인 면적을 부여해 전시장으로 옮겨오는 리사이즈 회화 발표한  있다. ‘리사이즈 회화 하나의 픽셀을 캔버스 1 크기인 15.8×15.8cm 설정하고, 이에 따라 전시장에서 구현 가능한 픽셀 -해상도- 맞춰 인터넷에서 수집한 여성 신체 이미지를 리사이즈한다. <As Small As It Works>에서 작가는 1픽셀의 작품  점과 4픽셀로 구성된 작품  점을 선보였다. 지난 개인전에서 작가는 전시장 벽면이나 기둥 사이즈에 맞게 되도록 많은 픽셀이 들어가도록,  가능한  높은 해상도로 작업을 선보여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가능한  작은 작업  가지 기준으로 구현됐음을 유추할  있다. 


 점의 1픽셀짜리 작품은 물리적으로 가장 작은 크기를 의미하고, 4픽셀짜리 작품 ‘(72).jpg(양무릎을꿇고  팔로 몸을 지탱하고 있는 여자)’ 리사이즈한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할  있는 최소 사이즈를 지시한다. 이처럼 리사이즈 회화에서 가능한  작은 크기라는 기준점은 다른 참여작가들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만약 전시장 기둥에 설치된 ‘(72).jpg(양무릎을 꿇고  팔로 몸을 지탱하고 있는 여자)’ 가로 1픽셀 세로 4픽셀이 아니라, 기둥에 맞춰 가로 2픽셀로 제작됐다면 그것은 여전히 물리적으로는  작은 크기의 작품에 속하지만, 작품이 설치될 벽면을 픽셀이 구현되는 액정화면처럼상정하는 개념적인 측면에서 이는 가능한  가장  사이즈의 작품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나하에게 ‘1픽셀=캔버스 1라는 전제 아래 적용되는 가능한 작은 크기라는 조건은 다른 참여작가들의 경우와 달리, 가능/불가능으로 나뉘는 물리적인 환경의 제약이나 작업 공정에서의 문제와는 별개로 개념적인 차원에서 기능한다. 


이환희는 회화의 재료인 물감을 하나의 매스로 보고 그것의 볼륨감과 질감을 강조하거나, 누그러뜨리는 등의 방식으로 회화의 어떤 한계를 실험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작가는 기획자와의 인터뷰에서 “‘가능한  작은 크기 작품을 위해 화면의 크기를 극단적으로 축소시키는 보다는 화면에 적용되는 가장 작은 스트로크의 단위가화면에 맞춰 작아지는  멈추는 시점의 캔버스 크기 가능한  작은 크기 규정한다. 여기에 작가는 그동안의 작업에서 캔버스를 하나의 입체물로 바라보고 있다는전제를 더하면, 이번 전시에서 최소 스트로크 기준으로 삼는 접근은 대단히 조각적인 시도로 읽힌다. 가장 작은 스트로크가 필요로 하는 (신체를 물리적으로 움직일) 어떤 영역은 분명 2차원의 거리가 아니라, 3차원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점에서 임창곤 역시 <As Small As It Works> 제한조건을 푸는 과정에서 스트로크가 고려되지만, 이는 이환희와 맥락이 조금 다르다. 


여러 크기의 판넬을 조합해 인체를 그려 넣는 작업을 진행해  임창곤에게 스트로크를 위해 확보되어야  판넬의 최소 크기는 (이환희의 경우처럼) 물리적으로 붓질을   있는 공간을 기준으로 하기보다는, 작품  인체의 근육을 원활히 표현할  있는 스트로크가 가능한 최소 사이즈를 의미한다. 다른 한편으로 임창곤의 작업은 그려낼 이미지를 구상하기에 앞서 규격화된 판넬들을 스스로 조합한  이에 맞는 포즈의 인체를 화면에 밀어 넣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최종 결과물에서 판넬은    있는 상태로 제시된다. 덕분에 어떤 면에서 임창곤의 작업은 언제나 가능한  가장 작은 크기 판넬로 만들어진다고도  있지만, 작가는 (전시장에 함께 전시된) 기존 작업보다 절반가량 되는 크기로도 작업을 생산해냈다.  과정에서 작가는 “(사이즈를 줄인 작업이  풀려서, 다시 크기를 키우기 ) 마지막 시도로    붓을 썼더니,  작업  때의 감각이 어느 정도 구현되는  같았다.” 말했는데, 이는 작품의 물리적인 크기를 줄이면서도 이미지의 스케일 축소는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가능한  작은 크기라는 조건을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As Small As It Works> 참여작가들은 가능한  작은 크기라는 하나의 조건을 각기 다른 방식과 기준으로 풀어내면서 흥미로운 결과물을 제시하고, 작품의크기와 스케일 감각을 짚어주면서 동시대 서울에서 회화가 생산될  있는 조건과 제약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다른 한편으로 기획을 작동시키는 가능한  작은 크기라는 조건은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에게 특정한 세대와 시점에 위치한 작가들의 작업환경과 각자의 프로세스가 작품에 어떻게 투영되는지 살펴볼  있는 하나의 기준점으로작동한다. 덕분에 전시는 자신의 기획을 충분히 드러내면서도 참여작가들의 작업 역시 기획에 파묻히지 않게 하면서 균형감을 유지한다.     


                                              

*전시 전경 사진 촬영: 고정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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