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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2, Jul 2018

건축에 반하여

2018.6.8 – 2018.6.24 SeMA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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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곤 서울시 공공미술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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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저항하는 예술적 은유  



렘 콜하스(Rem Koolhaas), 장 누벨(Jean Nouvel), 안도 타다오(Ando Tadao), 자하 하디드(Zaha Hadid), 톰 메인(Thom Mayne),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 등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도시 공간은 유명한 건축가들의 실험장이자 무대가 되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건축’은 근대의 문을 연 페터 베흐렌스(Peter Behrens)와 오귀스트 페레(Auguste Perret)의 유산을 물려받아 철근콘크리트로 공장과 빌딩, 아파트를 무한히 확장하고,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모듈러(The Modular) 개념을 통해 표준화된 건축물의 무한 복제가 가능해진 후 가속도가 붙은 롤러코스터처럼 순식간에 현대적 개념의 건축으로 변화하고(동일화되고) 있으며, 더 웅장하고 높은 마천루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제 도시는 부유함과 현대적 세련미를 두루 갖춘 위대한 건축물을 얼마나 더 많이 소유하고 있는가에 따라 가치가 평가되고 이에 부응하기 위한 세계 건축가들의 군웅할거(群雄割據) 오디션이 활기차게 개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건축가들의 각축장을 위해 대중들은 여러 불편함을 떠안아야만 했다. 건축 외형의 불안함과 위태함을 포스트모던의 세련미라고 애써 인지해야 했고, 권위의 상징이 된 건축적 숭고를 배워야 했으며, 건물 안으로 끌어들인 자연을 관리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외형에 이끌려 들어간 자연광도 없는 내부 공간에서 길을 잃고 헤매어야만 했다. 심지어 우리가 평생을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삶의 터전을 단단한 건축의 세계에 내놓아야만 했다.  


심소미가 기획한 <건축에 반하여>전은 이 시대 건축의 폭력성에 대항하는 아방가르드 건축 전시이다. 그가 말하는 ‘(건축가의 언어와는 전혀 다른)건축’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세계 도시를 잠식해나가는 건축물의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권력에 대한 것이다. “이 전시에 건축은 없다. 견고한 건축에 가려진 세계의 허와 실에 다가가고자 한다.” 그의 말처럼 ‘건축’은 이제 견고하여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이 단단한 건축 개념을 그는 ‘건축적 은유’로 파악하고 이에 대항하는 국내외 예술가 8인을 통해 반(反) 건축적 견해를 제안한다. 전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한 지각과 은유적 저항의 예술 활동을 선보이며 다분히 인간적인 언어를 통해 유쾌하지만 통찰력 있게 건축을 다룬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서울과 타이베이의 지하철역이나 공원의 벽면을 이용하여 운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홈 피트니스 강의에 덧붙인 줄리앙 코와네(Julien Coignet)의 영상작품 <건축에 맞서는 운동>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운동의 대상은 바로 ‘벽’이다. 건축의 벽을 향해 인간적인 저항을 실행하는 (실제로는 근력운동을 하는) 행위를 위트 있게 보여준다. 또한 안성석은 3개의 스크린을 통해 가상세계의 건축물에 익숙해져 있는 현실의 시각적 리얼리티에 대해 말하며, 김승영은 두 번째 전시장으로 향하는 좁은 길에 부서진 집의 철거현장에서 가져온 벽돌 1,500장을 쌓아 관람객들에게 한때 삶의 터전이었던, 아직도 쓸 만한 기억을 담은 벽돌길을 제시한다.  


그런가 하면 대형 쇼핑몰을 점거한 예술 스콰앗(squat)을 통해 유용성에 의해 버려지는 시대의 건축 정신에 대해 꼬집는 대만 그룹 포토아우라(Fotoaura Institute of photography)의 아카이브 작품과, 고층 건물에서 투신자살과 투척에 대한 안전망을 상징화한 설치를 통해 마천루의 현주소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정운의 작품 <탑>, 도시개발로 마을 전체가 사라진 <뚜디사원>을 중심으로 3가지 시선(주민, 건설노동자, 사진기록자)을 보여준 대만 작가 우치유(Wu Chi-Yu)의 작품은 개발주의 건축 이면에 남겨진 인간의 삶에 대해 숙고하게 한다. 


또한, 도시의 새로운 규칙 혹은 요구들에 저항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 일본 안무가 나쓰코 데즈카(Natsuko Tezuka)의 작품과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전통 남성스포츠인 필로타(pilota)를 도시 한복판에서 여성이 건축물을 향해 공을 던지고 잡는 영상으로 선보인 스페인 그룹 스라 폴라로이스카(Sra Polaroiska)의 작품 <필로타 걸즈>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건축에 대해 유희적인 시선을 던지며 예술적 저항에 대해 말한다. <건축에 반하여>전은 견고한 건축을 무너뜨리기 위한 대항마로서의 건축이 아니라, 반 건축을 위한 예술적 은유를 통해 오늘날 건축으로 둘러싸인 세계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각성과 인식 변화를 위한 (건축가가 아닌)예술가들의 의미 있는 저항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스라 폴라로이스카 <Pilota Girls> 2012 HD 비디오 5min 5s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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