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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1, Jun 2018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정원’

Australia

Emily Floyd: Artist Room
2018.2.9-2018.8.5 시드니, 시드니 현대미술관

잔잔한 꽃잎이 아름다운 스위트피를 좋아하고 사인에 언제나 ‘하트(heart)’를 그려 넣던 낭만적인 예술가, 벨린다 잭슨(Belinda Jackson). 보석 디자이너였던 그는 1990년, 스물아홉이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꿈을 채 펼쳐 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 딸을 기리기 위해 그의 부모는 1993년 벨라 그룹(The Bella Group)을 설립하여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특별한 후원 활동을 시작했다. 시드니 현대미술관(이하 MCA, 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의 후원자이기도 한 잭슨 부부(Edward and Cynthia Jackson)가 MCA와 공동으로 기획한 ‘벨라 프로그램(The Bella Program)’도 그중 하나다. 더욱이 MCA는 잭슨 벨라 룸(Jackson Bella Room)이라는 특별한 전시장을 만들어 MCA를 찾은 관람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창의적인 프로그램과 다양한 소장품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MCA 소장품 중에서 한 작가의 하이라이트 작품을 개인전 형식으로 선보이는 ‘작가의 방(Artist Room)’ 시리즈가 2016년에 새롭게 시작되었는데 린다 마리농(Linda Marrinon), 레나 야린쿠라(Lena Yarinkura)에 이은 세 번째 작가로 에밀리 플로이드(Emily Floyd)가 선정되었다.
● 김남은 호주통신원 ● 사진 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 제공

'Garden Sculpture' 2009 Installation view of 'Artist Room: Emily Floyd' at 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 2018 photo: Anna Kuc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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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은 호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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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플로이드는 판화를 시작으로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조각, 교육 프로그램, 공공미술 프로젝트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멜버른 출신의 예술가다. 정치 이데올로기부터 독창적인 놀이 학습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는 그의 작품은 20세기 디자인과 사회운동을 비롯하여 대안 학습 모델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 <에밀리 플로이드: 작가의 방(Emily Floyd: Artist Room)>에서는 지난 십여 년간 모더니즘, 유토피아주의, 대안 학습 이론을 탐구해 온 플로이드의 작업 중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유명한 작품 세 점을 만나 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MCA의 큐레이터 만야 셀러스(Manya Sellers)는 플로이드의 세  작품 <Its Time (Again)>(2008), <Garden Sculpture>(2009), <The Garden>(2012)을 한 자리에 모아 새롭게 접근하는 방식을 취했다. 1970년대 페미니즘을 연구한 학자로서 플로이드는 지역 사회의 보육 및 교육 운동에 언제나 호기심을 품고 있었다. 


여기에는 그의 첫 선생님이기도 했던 어머니의 영향이 컸으며 어린 시절 읽었던 문학 작품 또한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러한 영향은 추후 언어와 텍스트를 활용한 작업에 나타나게 되었는데 그 대표작이 바로2008년에 발표한 <Its Time (Again)>이다. 정치 포스터 디자인과 1970년대 문학 텍스트가 뒤섞여 있는 아홉 장의 인쇄물 모음인 이 작품에는 호주의 제21대 수상인 고프 휘틀럼(Gough Whitlam)과 원주민 배우 데이비드 걸필리(David Gulpilil)를 비롯하여 『여성, 거세 당하다(The female eunuch)(1970)로 여성들의 삶을 재조명한 페미니스트 작가 저메인 그리어(Germaine Greer) 등 유명 인사들의 어록도 담겨 있다. 이러한 텍스트 작업은 동시대의 사회, 문화, 환경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작업으로 발전했다. 





<The Garden(here small gestures make complex structures)>

(detail) 2012 Installation view of <Artist Room: Emily Floyd> 

at 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 2018 photo: Anna Kucera  





플로이드의 작품에 유독 ‘garden’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독일의 교육가 프리드리히 프뢰벨(Friedrich Fröbel)이 처음 사용한 용어인 ‘kindergarten’에서 그 뜻을 찾을 수 있다. ‘유치원’이라는 단어가 ‘어린이 정원’을 의미하듯이 플로이드는 어린이들이 정원에서 뛰어놀며 흙을 만지고 생물을 탐구하면서 창의적으로 자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정원에서 식물을 재배하고 가꾸는 행위가 마치 하나의 생명을 바르게 성장시키는 것과 비슷하다고 여겨 ‘유치원’의 어원에는 참다운 교육의 의미가 은유적으로 내포되어 있다고 보았다. 한편, 플로이드의 작업을 오랫동안 연구한 빅토리아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Victoria)의 큐레이터 제인 디버리(Jane Devery)는 프뢰벨과 플로이드 사이의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프뢰벨과 플로이드 모두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수단으로 ‘기하학적 형태’를 사용하고 이를 통해 ‘자유로운 놀이’를 독려한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요소가 모두 담긴 작업으로 <Garden Sculpture> <The Garden>을 살펴볼 수 있다. <Garden Sculpture>는 너도밤나무 막대로 만든 두 개의 꼬임 구조물이 마치 커다란 모빌처럼 천장에 매달려 있는 작품이다. 바람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움직이는 이 작품은 흡사 DNA의 분자 구조와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다. 나선형으로 이루어진 나무 막대를 자세히 살펴보면 플로이드가 호주의 영속농업(perma-culture)과 환경 운동을 연구할 당시 참고했던 웹 사이트와 블로그 URL이 촘촘하게 새겨져 있다. 현대 사회에서 온라인으로 습득하는 정보가 교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플로이드는 교육 모델의 이상적인 비전과 자기 주도적 학습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으로서 인터넷의 역할을 심도 있게 탐구한다. 





<It's Time (Again)> 2008 Installation view of <Artist Room: Emily Floyd> 

at 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 2018 photo: Anna Kucera





잭슨 벨라 룸이 생기면서 커미션의 일환으로 처음 발표된 <The Garden>은 관람객이 직접 작품의 일부를 만지거나 재배열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작업이다. 채소, 과일, 기하학 도형, 점자 블록, 알파벳 조각 등 다양한 형태와 크기를 한 각각의 나무 조각들은 희귀한 재활용 목재를 활용한 것으로 저마다의 독특한 질감을 지니고 있다. <The Garden>이 처음 전시됐을 당시 점자 조각을 통해 시각 장애 학생들에게도 촉각을 이용한 독창적인 학습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The Garden>의 중심에 놓인 두 개의 나무 조각상은 프랑스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Jean-François Millet) 1857년 작 <이삭 줍는 사람들(The Gleaners)>을 참고한 것이다. 밀레의 회화는 농민 생활의 어려움을 표현한 것이지만 플로이드는 이 작품의 배경을 정원, 즉 지식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경하고 목재 향기가 풍부한 나무 조각으로 인물의 형상을 대체함으로써 밀레의 원작을 낙관적으로 재구성했다. 


큐레이터이자 작가인 헬렌 휴스(Helen Hughes)가 ‘살아있는 도서관’이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정원’이라고 언급한 <The Garden>은 체험 학습과 개방형 놀이의 중요성을 주장했던 크로아티아 출신의 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의 연구를 따른 것으로 플로이드의 교육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수제 나무 장난감 사업을 했던 조부모와 부모의 영향으로 장난감을 늘 품에 안고 살았던 플로이드는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나 물건들이 미술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한다. 교육과 지식을 가장 중요한 주제로 여기는 그는 놀이 학습과 예술의 경계를 오가는 작업을 통해 지역 사회의 책임과 지식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예술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글쓴이 김남은은 숙명여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에서 「장-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연구」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9년간 신한갤러리 큐레이터로 일하며 다양한 전시를 기획했다. 현재 캔버라에 거주하면서 패션 & 아트 숍 Koji Collection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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