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Issue 141, Jun 2018

예술가 권리와 복지

Rights and Welfare of the Artist
헌법이 정한 예술가의 권리

필자가 원고청탁을 받은 제목은 “예술인 권리와 복지”였다. 하지만 이 원고의 제목은 “예술가 권리와 복지”이다. 이렇게 된 까닭을 설명하는 데에서 이 글을 시작하려 한다. 그렇다고 해서 예술인이라는 용어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예술인복지법’이 있으니 예술인 권리와 복지라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필자는 ‘예술가의 권리’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를 희망한다. 그것은 「헌법」 제22조 제2항에서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헌법에서 예술가의 권리를 규정하다는 놀랍지 않은가? 「헌법」 제22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한다. 예술가라서 예술의 자유를 갖는 것은 아니다. 국민이면 누구라도 예술의 자유를 갖는다. 적어도 예술의 자유를 갖는데 있어서 예술가가 특별할 것은 없다. 그런데 그다음 조항에서 예술가 권리의 보호를 말한다.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정하는 헌법에서 예술가를 따로 말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 헌법이 문화국가를 지향하기 때문이고 이를 위해서 예술가의 권리에 대해서 따로 규정한 것이다. 예술가의 권리 보호 조항은 1948년의 제헌헌법에서 처음 규정되어 지금껏 70년 동안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필자가 예술인보다는 예술가라는 용어의 사용을 희망하는 것은 그것이 헌법이 정한 말이기 때문이다. 예술가란 헌법이 그 지위를 정하고 있는 특별한 존중을 받아야 할 존재이다. 예술가의 권리에 대한 논의는 이 지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 기획·진행 정송 기자 ● 글 황승흠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응답하라 작가들' 전시 전경(스페이스 오뉴월, 2014.11.28-2014.12.21)

Share this

Save this

Written by

황승흠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Tags

예술가의 권리 보호가 부족한 현실


예술가의 권리를 헌법에서 정한 것은 자랑스러운 우리 헌법의 전통이지만 정작 현실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한다. 먼저 예술가의 권리가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생소한 소리로 들린다. 필자와 같은 법학자들도, 그리고 예술가들도 우리 헌법의 예술가 권리 보호 조항에 대해 소홀히 대하였던 것에 대해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깨어있는 사람만이 권리를 가질 수 있다. 헌법에서는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받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예술가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률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아쉽게도 아직 예술가의 권리 보호를 대표할 법률이라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은 지난 5월 16일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새예술정책’에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위하여 예술가의 권리 보호를 강화할 것이며 이를 위해 ‘예술가의 지위와 권리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블랙리스트 사태가 예술가의 권리에 대해 본격적으로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이다. 따지고 보면 블랙리스트 사태가 일어난 것도 예술가의 권리에 대한 사회의식이 빈약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법률제정 추진 소식은 반가운 일이지만 실제로 국회를 통하고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이 법의 제정에 대한 예술가들의 지지가 요청된다.




이정형 <페인터> 2014 페인트 , 도구 가변설치

 ‘2016-2017 송은 아트큐브 전시지원 프로그램’ 

<이정형_ 오늘의 현장> (송은아트큐브2016.11.4-2016.12.3)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자유롭게 예술 활동에 종사할 수 있는 권리


지금 이 시점에서는 그나마 예술가의 권리 보호를 말하려면 ‘예술인복지법’을 거론해야 한다 이 법에서는 예술가가 아니라 ‘예술인’이라고 하는데, — 그렇다고 하여 예술인이 헌법에서 말하는 예술가와 다른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럼 같은 것인가?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예술인이라는 것은 예술 활동 증명이 필요한데, 다시 말해서 예술 활동 증명이 없으면 예술인이 될 수 없는데, 예술인이 아니라 하여 헌법에서 말하는 예술가가 되지 못하느냐? 그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예술가 여부는 예술 활동 증명 여부와 관계없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예술인보다는 예술가가 더 넓은 범위를 가지고 있다. — 일단 두 말은 대충 말해서 같은 뜻이라 해도 좋다. ‘예술인복지법’에는 “모든 예술인은 자유롭게 예술 활동에 종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예술 활동의 성과를 통하여 정당한 정신적, 물질적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한다. 자유롭게 예술 활동에 종사하는 것은 헌법이 정하는 예술의 자유에서 나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권리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바로 얼마 전에 국가에 의해서 예술의 자유가 유린당하는 블랙리스트 사태를 겪었다.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금을 가지고 국가가 정치적인 이유로 차별을 하는 것은 예술의 자유를 유린하는 위헌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이를 처벌할 구체적인 법률 조항이 부족했고 그래서 새로운 예술가의 권리 보호법이 추진되는 것이다.



정당한 정신적·물질적 혜택을 누릴 권리


예술 활동의 성과를 통하여 정당한 정신적, 물질적 혜택을 누릴 권리란 무엇인가? 예술 활동의 성과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작품을 의미한다. 작품을 통해 얻는 물질적 혜택이라 하면 먼저 저작권을 생각할 수 있다. 예술가는 자신의 예술 활동의 결과로 나오는 저작물, 다시 말해 작품에 대해 저작권을 갖는다. 간단히 설명하면 저작권이란 예술가인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작품을 이용할 수 없게 하는 권리이다. 저작권은 대부분 창작에서 비롯되지만, 그 이외에도 실연이나 편집은 이차적인 저작권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미술작품에 대해서는 다른 저작권과 함께 ‘전시권’이라는 것이 특히 보장된다. 큐레이터에게서 발생하는 것은 ‘편집권’이라는 이차적 저작권이다. 저작권은 예술 활동의 성과물인 작품이 나오자마자 발생하는 것이다. 


저작권은 영원히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저작자가 사후 70년간 보장된다. 따라서 적어도 손자·손녀 때까지도 상속이 가능하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저작권은 소유권과 다르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작가가 미술작품을 팔았다고 할 때 작품의 소유권은 소장자에게 넘어가지만, 저작권은 여전히 미술가에게 남는다. 가령 작품의 소장자가 소장품을 전시할 수는 있지만 이 전시가 공개상설일 때는 비록 소장품이라 해도 저작권자인 작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저작권에는 저작재산권 이외에도 저작인격권이 있다. 작품을 발표할 것인지 아닌지, 작가의 이름을 표시하는 것, 그리고 작품의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 등이 저작인격권이다. 이것이 정신적이고 예술가에게 주어지는 명예라고 할 수 있는데 사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직 예술가 자신에게 귀속되는 것이다.





하임 스타인바흐(Haim Steinbach) 

<Now you can afford to stop driving each other crazy> 

1986 Installation view of

 <Take It or Leave It: Institution, Image, Ideology> 

at the Hammer Museum, Los Angeles


 


서면계약서를 요구할 권리


‘예술인복지법’에서는 예술인이 맺는 모든 예술 활동에 관한 계약은 서면 계약서를 쓰도록 하고 있다. 예술계에서 통용되는 잘못된 관행 중의 하나는 계약 없이 일하는 것이다. 선배니까, 선생님이니까, 이제까지 이렇게 해 왔으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인간미야 넘치지만 만일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문제해결이 곤란해진다. 서면 계약서는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서 써 놓는 것이다. 이를테면 다른 사람에게 저작권 이용허락을 할 때는 당연히 계약서를 써야 한다. ‘예술인복지법’에서는 서면 계약을 맺지 않는 경우 예술사업자들에게 —예술인이 아니라—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렇게 보면 예술인은 예술사업자에게 서면 계약서를 건네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예술사업자는 서면 계약서를 주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의 권리보호의 시작은? 바로 서면 계약서를 쓰는 것이다. 그래야 해야 할 일과 그것에 대해 대가를 명확히 할 수 있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 법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다.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


‘예술인복지법’에서는 “모든 예술인은 유형·무형의 이익 제공이나 불이익의 위협을 통하여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권리를 가진다”고 한다. 예술가들의 예술 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예술사업자들이다. 예술사업자들은 예술가들에게 예술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물질적 기반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관람객들과 연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예술가들에게 불공정한 계약을 맺는 경우에는 예술가의 자유로운 예술창작 활동을 방해하고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에 예술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예술인복지법’에는 불공정행위 금지제도를 정하고 있다. 예술사업자들이 예술인에게 불공정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불공정행위는 네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예술사업자가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예술인에게 불공정한 계약조건을 강요하는 행위, 둘째는 예술사업자가 예술인에게 적정한 수익 배분을 거부·지연·제한하는 행위, 셋째는 예술사업자가 부당하게 예술인의 예술창작 활동의 방해하거나 지시·간섭하는 행위, 넷째는 예술사업자가 계약체결과정에서 알게 된 예술인의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하거나 제삼자에게 제공하는 행위이다. 예술사업자와 계약을 맺은 예술인은 예술사업자로부터 불공정행위를 당하였다고 생각하면 이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신고할 수 있다. 위에서도 보았지만, 불공정행위의 범주는 공정하지 못한 계약조건을 강요받는 것을 비롯하여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경우까지 상당히 넓다. 불공정행위로 인정되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예술사업자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과태료부과와 함께 정부재정지원 중단·배제조치가 내려진다.




그레첸 벤더(Gretchen Bender) <Total Recall> 

1987 Installation view of 

<Take It or Leave It: Institution, Image, Ideology> 

at the Hammer Museum, Los Angeles




예술가의 복지


예술가의 복지는 예술가의 삶의 최저선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삶의 조건이 최소한도는 보장되어야 예술가의 권리도 예술의 자유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복지는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기초이자 토대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예술가에 대한 복지 수준은 너무나 열악하다. 보통 근로자의 수준에도 이르지 못한다. 그래서 예술인복지는 근로자 수준을 따라잡는 것이 현재 목표이다. ‘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될 당시 사회보장에 있어서 예술인을 근로자로 보자는 조항을 포함하려 했으나 재정부담과 형평성의 문제로 그렇게 되지 못했다. 따라서 예술인은 근로자가 아닌 자격으로 국민연금, 산업재해보상보험,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예술인복지법’에서는 예술인이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하는 경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예술인이 납부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료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고용보험은 근로자만이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예술인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금번에 발표된 문화체육관광부의 ‘새예술정책’에는 ‘고용보험법’에 특례를 도입하여 근로자가 아님에도 예술인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을 열려고 하고 있다. 아마도 이 글이 발표될 무렵에 정부의 구체적인 방안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작가비와 창작대가기준


미술작가들에게 인정되는 작가비(Artist Fee, 작가 보수) 문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미술작가가 작가비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그가 한 작업과 그가 가진 저작권에서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다. 즉, 누구나 의뢰받은 작업의 대가와 제작비를 지급받아야 할 것이고 예술가의 작업은 이에 더하여 저작권을 발생시키므로 별도로 저작권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 작가비 문제는 그것의 인정 여부가 문제 되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산정기준이 문제다. 작가비를 지급해야 한다면 이를 어떤 기준에 의해서 얼마만큼 지급해야 하는가가 문제 되는 것이다. 아직 이에 대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준이 나오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새예술정책’에서는 ‘예술창작 대가 기준’ 도입이 들어있다. 공공부문에 적용될 기준부터 시작하여 사회적으로 합의된 법적·제도적 기준이 도입되기를 기대해 본다. 작가비도 서면 계약서를 통해 권리 관계를 명확히 해 두어야 함은 물론이다.  


  


우정수 <그림 그리기2> 2017 종이에  14×21cm 

서울시립미술관 2017 신진미술인 전시지원 프로그램’ 

<우정수_산책자 노트(Flâneur Note)>

(갤러리 룩스 2017.7.7-2017.8.6)





글쓴이 황승흠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 법학과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국민대학교 법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분쟁과 질서의 법사회학』(성신여대 출판부), 『게임법제도의 현황과 과제』(공편, 박영사), 『영화·게임의 등급분류』(커뮤니케이션북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해설』(커뮤니케이션북스) 등의 저서가 있다. 

온라인 구독 신청 후 전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Subscribe 로그인 Log in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