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Features
  2. Public & Tech
현재 위치
  1. Features
  2. Public & Tech
현재 위치
  1. Features
  2. Public & Tech
현재 위치
  1. Features
  2. Public & Tech
Issue 137, Feb 2018

에콜로지와 공공미술: 이중 함정으로의 초대

Ecology & Public Art

공공(public)은 무엇을 지칭하는가? 장소인가 사람인가? 또, 생태(ecology)의 정의는 무엇인가? 자연환경 혹은 구조인가? 그중 하나만으로도 미궁에 빠지기 충분한데, 일견 아무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두 개의 주제어가 만나면 그야말로 이중 함정의 덫에 걸려든다. 만약 공공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장소성’에 또, 생태를 이야기하면서 ‘자연환경’에 방점을 둔다면, 무엇인가를 공공의 장소에 제작해서 둔다는 것 자체가 생태적인 어떤 것에서 멀리 떨어진 행위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도 가능하다. 그렇기에 더욱 외부 환경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재료로 만든 묵직한 아트 오브제를 생산하여 외부 공간에 반영구적으로 놓는 것 보다는 비록 물리적인 존재는 희박하더라도 한순간의 ‘공동의 기억’을 만들어내는 것이 생태적인 태도를 견지한 공공미술의 방향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 묵직한 물리적 존재감으로 환경을 지배하는 전지적 주인공 시점의 예술은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다양한 입장과 태도를 가진 개인의 조합을 ‘공공’이라 한다면, 짧은 순간에 하나 혹은 여러 장소에 각기 흩어져서 각자 자신이 가진 역할을 하고 이후 누군가의(그것이 비록 한 명의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머리와 마음 안에 기억의 조각으로 남아도 충분할 그런 것이 공공 예술의 역할이 아닐는지.
● 진행 정송 기자 ● 글 홍보라 갤러리 팩토리 디렉터

이다움, 이동훈, 핫산 후자이리 '흩어지는 빛, 미끄러지는 소리' 2017-2018 평창문화올림픽 계기 서울로 701을 활용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Signal Lights, Connected’의 일환 서울로 7017 조감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Share this

Save this

Written by

홍보라 갤러리 팩토리 디렉터

Tags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공공은 무엇일까? 공공은 장소인가, 영역인가, 개념인가, 혹은 익명의 다수인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공공의 영역이라는 것은 사회 문화 전반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의 새로운 언어, 경험, 학습이 쌓이면서 그 인식과 개념이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변하고 성장해왔다는 것이다. 생태의 개념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현재 그 개념의 변화를 전 세계적으로 공유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모호하기만 한 개념을 치열한 논의와 공동의 행동을 통해 변화시킬 것이다. 특히, 생태적(ecological)이라는 것이 가진 다양한 입장을 조금 더 내밀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예술의 생산과 감상, 비평에 있어 생태(ecology)라는 주제어는 창작가나 기획자의 ‘태도’에 대한 언급일 수도 있고, 에콜로지를 자연환경, 자연물로 본다면 그 자체가 창작의 재료나 대상, 또는 주제가 될 수도 있겠다. 침팬지 연구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Jane Goodall)은 한 콘퍼런스에서 ‘인간이 환경을 위해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인구수 자체가 반으로 줄어야 한다’라고 대답한 바 있다. 또, 『사이보그 매니페스토(A Cyborg Manifesto: Science, Technology, and Socialist-Feminism in the Late Twentieth Century)』로 잘 알려진 미국의 페미니스트 학자 도나 해러웨이(Donna J. Haraway)는 자신의 저서인 『곤란함과 함께하기(Staying with Trouble)』에서 ‘아이를 생산하지 말고, 친족을 만들자(Making Kin Not Babies)’라는 다소 급진적인 제안을 한다. 


즉, 인류 재생산이 인간의 근원적인 존립 이유라는 믿음의 대척 지점에 서서 인구 감소를 환경 정의를 실현하는 하나의 유효한 수단으로 바라본다. 그러니, 예술적인 무엇인가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또 발표하여 보여주는 일련의 과정을 ‘예술 활동’이라고 한다면, 그 예술 활동 자체가 어쩌면 생태주의적 삶의 철학을 거스르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류가 자연환경을 위해 지금 당장 인구를 반으로 줄일 수 없듯이, 우리 역시 인류의 삶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지나친 근본주의나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고 ‘공공’과 ‘에콜로지’라는 손에 잡히지 않는 두 개의 주제를 마주 대하고 다양한 입장과 태도, 관점을 가진 다수가 끊임없이 토론하고, 실행하며 그 주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담론을 확장하여 다양한 사람들과 공유할 수밖에는 없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본인이 기획자로 참여한 몇 가지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사례로 삼아 공공의 장소에서 익명의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예술의 기획과 창작에 있어 물리적 장치보다는 ‘공동의 기억’에 초점을 맞추는 노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엘리스 모린(Elise Morin) <Waste landscape #4>

 2014 Exposition: White Night 2014 Location:

Centre Culturel de Kosice-Slovaquie Commissioner: JZuzana

 Pacakova Topography: 5 collines - 2 islands - 450m²

 



1. 라운드 프로젝트(2012-2013, 경상남도 함양)


경상남도 함양 상림공원에서 진행한 기획형 공공미술프로젝트인 ‘라운드 프로젝트(www.round-hamyang.org)’는 특정한 작가나 작업의 매체나 장르를 고려하기에 앞서 장소의 지리적 특성과 문화적 맥락에 이해를 바탕으로 어떤 기획의 태도를 가질 것인가 하는 고민과 함께 시작되었다. 함양이라는 지역을 지속해서 방문하고, 상림 숲의 계절 변화와 낮과 밤을 경험하고, 또 상림 숲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계획을 포함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서 상림공원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를 하게 되었다. 


이런 직간접적인 상림공원과 숲의 체험과 이해를 통해 다양한 층위의 공감각적 요소와 시공간적 요소가 포함되는 ‘총체적 경험(holistic experience)’을 끌어내는 것을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방향성으로 가져갔다. 숲이라는 환경 자체가 지닌 바람, 소리, 냄새, 빛 등의 요소를 직접 듣고, 보고, 거니는 직접적인 경험의 층위와 더불어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 (이하 앱)을 통해 상림 숲을 간접적 경험하는 층위를 만들고자 시도했다. 특히, 상림 숲을 소재로 한 일련의 창작곡과 숲을 여러 각도에서 찍은 영상 작업으로 구성된 작업(작가: 장민승+정재일)은 비록 상림 숲을 방문하지 않아도 24/7 온라인과 앱을 통해 음악과 영상을 접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또, 상림 숲을 직접 방문하게 된다면 숲을 걸으면서 숲에 설치된 스피커나 GPS 기반의 앱을 통해 숲의 특정 장소에서 재생되는 음악과 영상을 즐기는 공감각적인 경험도 할 수 있도록 했다. 비록 사용과 편리에 방점이 찍힌 시설이나 눈을 즐겁게 하는 조형물 작업은 아니라 하더라도 ‘음악’이라는 공통어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지역의 자산이 되리라 믿으며, 작업 과정에 참여하는 함양의 오케스트라 단원들, 더 나아가 함양의 모든 시민에게 이 음악이라는 무형의 자산이 오래도록 남아 고향에 남아 있는 이들에겐 그들을 이어주는 공동의 경험으로, 또 고향을 떠나 살아가게 될 이들에게는 고향과 자신을 잇는 기억의 끈이 되어주길 바라며 기획하였다. 


그 외에도, 함양의 지역성을 색다른 관점에서 조명해보고자 함양의 음식문화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가스트로노미 함양(Gastronomy Hamyang)’이라는 프로그램도 기획하여 온라인 아카이브에 공개하였다. 비록 한시적인 프로젝트라 할지라도 지속적인 관계 맺음을 통해 어느 순간 기획은 조용히 뒤로 물러나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 간의 공유된 경험과 감정이라는 비물질적 가치만이 남게 되기를 기대하며 기획한 프로젝트이다. 중심에는 숲이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기획된 본 프로젝트는 숲을 중심으로 연결하는 예술 작품들을 통해 관람자의 공감각적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일상 속 예술을 지향한다.




엘리스 모린(Elise Morin) <TRAME> 2006-2014 

Oval Embroidery frame, Plastic ties, Elastic thread 

Exhibition: Chemins d'Art en Armagnac 5eme edition 

Location: Condom - Gers Curator: Solenne Livolsi Collaboration:

 Patrick Barbier - Association Les amis de Sainte Germaine 

 



2. Common and the Commons(2017,돈의문박물관마을)


‘COMMON and the COMMONS(http://factory 483.org/commonandthecommons)’는 변화하는 도시에서 우리가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공유할지, 또 그 흔적을 함께 기억할 장소는 어디인지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한 공공예술 프로젝트이다. 도시의 지난 시간과 현재의 시간을 투명하게 드러냄으로써 도시의 시간적 순환을 이야기해보고자 하였고, 이는 투명한 레진 큐브를 바닥재로 활용하여, 그 안에 우리 일상을 둘러싼 다양한 사물들, 건축의 기초를 이루는 하드웨어들, 지난 도시의 흔적에서 나온 다양한 재료들(나뭇조각, 타일, 소품 등)을 넣어 일종의 ‘생활사 박물관’ 개념을 ‘아트페이빙’으로 시도하였다. 


이를 통해 투명 블록의 재료가 된 작은 생활의 물건들은 마을 곳곳 10개 장소로 흩어져 도시 일부가 되고 사람들과 공유되며 다시 기억되거나, 또 잊히거나, 새로운 이야기로 치환하고자 하였다. 이 작품은 어쩌면 서울이라는 도시와 시민들의 삶이 만나는 어느 지점 안에서 그들의 일상적인 생활을 조용히 축하하고, 순간의 작은 반짝임을 만들어줄 수 있겠다는 작은 믿음을 담고 있기도 하다. 바삐 걷다 보면 좀처럼 내려다볼 여유가 없는 바닥 공간, 예술을 접할 것이라고 쉬이 예측할 수 없는 의외의 장소에서 우연히 투명하게 반짝이는 것들을 발견하고, 또 그 안에 들어있는 수많은 사람의 작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순간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이러한 순간을 통해 우리는 도시라는 장소가 과거와 현재, 미래의 기억들로 연결되고 켜켜이 시간과 이야기가 쌓여 다양하고 많은 사람이 온전히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의 장소성을 회복하길 기대했다. 재료적인 측면으로 치자면 가장 덜 유기적인 재료인 투명한 아크릴 레진을 기본 소재로 하는 작업이지만 ‘시간과 장소, 경험의 공유를 만드는 것’을 본 프로젝트의 기본 목표로 삼아 ‘페이빙’을 바닥이라는 영역으로 국한하기보다는 마을의 다양한 관계를 채워주는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하고자 하였다.




김보람 <무제의 산> 2015 2015 10 1-4

하이서울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시청에서 진행된 산책형 

퍼포먼스 태블릿과 헤드폰, 영상, 라이브 퍼포먼스

 


 

3. 신호, , 연결: SIGNAL LIGHTS. CONNECTED.(2017-2018, 서울로 7017)


‘SIGNAL LIGHTS. CONNECTED.(http://factory 483.org/s-l-c)’는 2017년 11월 28일에 시작하여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나는 3월 31일까지 약 4개월간 서울로7017에서 열리는 한시적인 공공예술 프로젝트다. 본 프로젝트의 계기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서울과는 물리적으로 거리가 떨어진 평창에서 행해지는 짧은 이벤트인 만큼 상이한 두 장소성을 연결하는 고유의 장치가 필요했고, 그 연결 고리를 평창과 서울의 ‘기후’ 데이터로 삼았다. 평창 스키점프대 위에 설치된 기후측정기에서 송신하는 실시간 기후 데이터를 평창의 자연환경을 상징하는 알레고리 삼아, 그 데이터를 서울로 위에 설치된 조명과 음향 장치에 신호를 보내고 그 결과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빛과 사운드 작업을 만들었다. 


또, 평창의 지형(높이, 산)이 만들어내는 풍경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진과 사운드가 결합한 전시로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장소의 고유성을 자연환경으로 설정하고 근원적인 것(자연)과 새로운 것(도시), 오랜 시간 만들어진 것(자연환경)과 짧은 순간 지나가는 것(이벤트), 작은 단위(지역)와 큰 단위(세계)가 만나는 순간들을 은유적으로 전달하면서, 물리적 거리를 넘어서는 어떤 근원적인 상호 연결성을 함께 찾아보고자 했다. 이동훈, 핫산 후자이리(Hasan Hujairi), 김다움의 <흩어지는 빛, 미끄러지는 소리 (Scattering Lights, Gliding Sounds)>는 올림픽 베뉴인 평창, 작품의 장소인 서울의 날씨 정보를 활용하여 서울로7017 위의 빛과 소리를 아름다운 시그널로 치환하는 작품이다. 


  

테르누보 후지모리(Terunobu Fujimori) <Beetles House>

 2010  467×240×153cm V&A Museum 설치전경 

*자연재료만을 갖고 작업하는 건축가그는 사람들이 좀 더 자연에

 노출되어 있었던 문명 태동 이전 시기의 건축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그의 건축은 자연에서 나온 재료를 어떻게 하면 자연 그대로 원형 그대로 

살려 사람과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김영일의 <ECOLOGY ARCHI VING - MOUNTAINS in PYEONGCHANG/ SOUND OF KOREA>는 시각과 청각의 기록으로, 평창 고유의 장소성을 담고 있는 평창의 산들을 지난 30여 년간 찍은 사진과 산의 각 고도에서 녹음한 소리로 전달하는 작품이다. <Eyes as Big as Plates>는 핀란드와 노르웨이 듀오 작가 리따 이코넨(Riitta Ikonen)과 캐롤라인 요르쓰(Karoline Hjorth)가 2011년부터 진행해온 협업 프로젝트로, 인간이 자연 일부로서 혹은 인간 신체에 자연의 역사를 담고 있다는 맥락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적 의미, 물리적 존재 양태와 근원적인 속성을 돌아보는 사진 작업이다. 


김보람의<텔레파틱 워크 (Telepathic Walk)>는 장소특정적 입체 사운드(Binaural Audio)로 서울로를 새롭게 경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길이 당신을 어디로든 데려다준다면 당신은 누구를 만나러 가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평창으로 향하는 버스와 기차, 그리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은 세 사람의 이야기로 재구성된다.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4개의 작품은 모두 서울로7017의 낮과 밤을 사진과 소리, 빛과 음악, 경험적 이야기로 연결하며, 또한 보행자의 위치와 방향, 시간과 날씨에 따라 각각 다른, 지속해서 변화하는 순간을 맞이하는 경험을 만들어보고자 기획하였다. 



글쓴이 홍보라는 예술행정을 전공하고 시카고 문화부의 국제예술교류 및 예술교육 프로그램의 코디네이터를 시작으로 예술행정, 문화정책, 문화기획, 전시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와 기획을 병행해오고 있다. 예술과 사회, 그리고 개인의 관계에 대해 지속적인 탐구를 바탕으로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커미셔너로도 활동하면서 동시에 2002년부터 비영리 전시 공간인 갤러리 팩토리를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구독 신청 후 전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Subscribe 로그인 Log in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