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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7, Feb 2018

혼자보다 여럿이 좋은 그들

Must-Know Artist Collective in this Era

공수의 손발이 척척 맞는 스포츠 경기나 뮤지션 그룹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떠올려 보자. 하나보다 여럿일 때 빛나는 ‘팀플레이’는 쉽사리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트 씬에서도 외로운 천재 아티스트의 길 대신 각자의 재능을 모아 더 큰 시너지를 내 주목받는 콜렉티브형 작가들이 많아지고 있다. 단박에 길버트 앤 조지(Gilbert & George)나 게릴라 걸즈(Guerrilla Girls)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다면 시작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제 당신의 리스트를 업데이트해보는 것은 어떨까.
● 기획·진행 이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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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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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st theory 블라스트 씨어리 

 

현재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당신이 시작하라>라는 제목의 전시를 펼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영국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인 블라스트 씨어리(Blast Theory)가 그 주인공. 1991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펼쳐온 블라스트 씨어리는 기술의 상호작용과 사회정치적 맥락에 관해 탐구해왔다. 초창기부터 그들은 실시간 퍼포먼스, 디지털 방송, 인터넷 등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인터렉티브 아트를 시도하면서 그 핵심 조건으로 관람객의 개입/참여를 설정했다. 그들의 작품은 대중문화, 기술과 게임, 나아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흐리는 일종의 ‘새로운 대화’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Ulrike and Eamon Compliant>(2009)는 같은 해에 열린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에서 소개된 관객참여형 작품이다. 


이 작품 앞에 선 사람들은 60년대 서독에서 활동한 극좌파 집단의 핵심인물인 율리케와 열성적인 아일랜드 공화국군(IRA)이었으나 동료들을 밀고하고 살해당한 아이몬 중 어떤 인물을 택할 것인지 지시받고, 그 명령에 따라 행동하고 제약에 얽매이는 체험을 하게 된다. 우리가 투쟁의 공간에서 세계를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며 타협의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직접 고민하게 한 것이다. 연속되는 한 번의 촬영과 동시에 그 결과물을 온라인과 극장에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는 시도를 한 <My One Demand> (2015) 역시 독특하다. 블라스트 씨어리는 권력, 통계, 재앙 등 거시적으로 느껴지는 주제들도 결국엔 개인의 삶과 맞닿아 있다고 여긴다. 그것이 바로 관람객을 능동적 행위자로서 작품에 초대하는 이유다.

 




Blast Theory <2097: We Made Ourselves Over> 

2017 5 single channel videos, color, sound, 18min. total

 Image credit: Blast Theory  

 


 

 

Chim⇧Pom 침↑폼

 

2005년 도쿄에서 6명의 작가가 결성한 침↑폼(ChimPom)은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심을 두고 나름의 목소리를 내는 작업을 해왔다. 세계를 순회하는 전시 겸 프로젝트,  <Dont Follow the Window>가 대표적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유출 지역 내에서 진행된 이 작업은 일반적인 방식의 관람이 불가능하다. 그 지역으로의 접근이 철저하게 차단된 까닭에서다. 파괴와 오염이 삶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을 때, 예술은 그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서 비롯된 작업은 “재난의 기념비”이자 “지속적인 결과물”로서 기능한다. 2016년 ‘시드니 비엔날레(Biennale of Sydney)’에서는 360° 비디오 형식으로 그 내부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A walk in Fukushima>를 선보이는 등 이 프로젝트는 현재진행형이다. 그 이전에도 그들은 죽은 쥐를 박제해 캐릭터 피카추처럼 보이게 만들어 후쿠시마의 접근금지 지역으로 몰래 들어가거나, 까마귀 떼를 이끌고 도쿄의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등 사회 정치적 문제, 소비주의나 자본주의가 우리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소 파괴적인 태도로 다뤄왔다.  순전히 그 읽히는 소리가 좋아 지었다는 그룹 명칭은 일본어 속어로 ‘남성의 성기’를 뜻하는데, 이런 즉흥성과 교묘하고 전복적인 유머가 침↑폼의 정체성을 명백히 보여준다.

 




Flag designed by Naohiro Ukawa with first viewers,

 Fukushima exclusion zone, Japan Courtesy of 

Dont Follow the Wind

 



 

Elmgreen & Dragset 엘름그린&드라그셋 

 

덴마크 출신인 마이클 엘름그린(Michael Elmgreen)과 노르웨이 출신 잉가 드라그셋(Ingar Dragset)으로 구성된 듀오는 이 시대에 ‘예술’을 어떻게 경험하고 정의 내려야 할 것인지 사뭇 적나라하게 펼쳐 보인다. 사막 한가운데 명품 매장을 짓거나(<Prada Marfa>), 가상의 예술품 컬렉터의 집과 삶을 작품화(<The Collectors>)하는 식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에서 열었던 유일한 개인전 <천 개의 플라토 공항>에서는 현대사회의 집약체로 공항을 선택, 일상적이면서도 익명성과 소비성으로 가득한 그 이면을 미술관에 그대로 옮겼다. 제약과 통제의 역설이 드러나는 공간의 가려진 특징을 절묘하게 꼬집은 것. 2016년 베이징 울렌스 현대예술센터(Ullens Center for Contemporary Art, UCCA)에서 치른 <The Well Fair>전도 화제였다.


 ‘아트 페어’의 현장으로 변모한 전시장에는 여러 개의 부스가 설치되었고, 설치된 작품은 물론 그곳을 둘러보는 관람객이나 안내 책자까지 연출해 모든 디테일에 그들 특유의 유머와 철학을 반영했다. 이처럼 미술사, 제도적 건축물, 성 정체성 등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 그들의 활동 영역은 아티스트로서뿐 아니라 기획자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작년 ‘제15회 이스탄불 비엔날레(15th Istanbul Biennial)’에서는 총감독을 맡아 ‘좋은 이웃(a good neighbour)’이라는 주제로 개인과 국가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어 ‘작품’에 힘을 실어주는 새로운 에너지를 발휘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제 그들은 미술 제도권에서 벗어난 ‘아웃사이더’라는 별칭을 내려놓고 이 생태계 중심의 한자리를 꿰찬 듯 보인다. 


 



View of the exhibition <The Collectors> at the Nordic Pavilion, 

curated by Elmgreen & Dragset at the 53rd Venice Biennale, 

Venice, Italy, 2009. Photo: Anders Sune Berg  

Elmgreen & Dragset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Courtesy

 the Danish & Nordic Pavilions and the Artists  

 

 


 

Gelitin 겔리틴

 

1978년 여름 캠프에서 만난 4명의 작가가 만나 겔라틴(Gelatin)이라 자신들을 명명했고, 1993년부터 국제적인 전시 활동을 펼쳤다. 센세이셔널한 이벤트를 만들고 급진적인 미학이 담긴 키치한 작업을 선보이다가 2005, 그룹명을 겔리틴(Gelitin)으로 바꿨다. 원조 ‘악동들’ 중 하나인 그들은 일찍부터 젠체하고 위엄 있는 ‘미술의 고유한 가치’를 향해 반기를 들었다. 20년 넘게 이어진 작업세계를 두고 혹자는 “테스토스테론으로 가득 찬 예술 실험들”이라고 요약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가진 기존의 인식이나 사고방식을 뒤흔들기 위해 겔리틴이 주로 쓰는 수법은 퍼포먼스나 설치 작업이다.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에 설치한 거대한 분홍색 니트 토끼인<Rabbit>(2005)은 만드는 데에만 5년이 걸렸다. 


알프스산맥을 오르다 이 토끼와 만나는 이들은 그 위로 등산을 하거나, 근처에서 휴식을 취하다 떠날 수 있다. 사이즈가 얼마나 큰지 전체적인 형상을 보기 위해선 위성사진을 동원해야 할 정도다. 겔리틴은 자신들이 완성한 완벽한 결과물을 일방적으로 세상에 던져놓는 타입의 작가가 아니다. 참여와 협업을 바탕으로 작품을 제작하거나 때로는 파괴하도록 관람객을 관여시킨다. 이는 일상에서의 평범한 행위 대신 새로운 감각을 십분 활용하는 경험이 된다. 평범한 기념물이나 도구, 이미지를 전복시키고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육체성을 드러냄으로써 독보적인 존재감을 다져온 겔리틴은 ‘제54회 베니스 비엔날레(54th Venice Biennale)’에서 오스트리아 국가관을 대표했고, ‘제1회 모스크바 비엔날레(1st Moscow Biennale of Contemporary Art), ‘광주 비엔날레’, ‘리버풀 비엔날레(Liverpool Biennial)’ 등에서 소개된 바 있다.

 




 Gelitin <Rabbit> 2005  Gelitin


 


 

Semiconductor 세미컨덕터 

 

‘반도체’라고 불리는 영국의 아티스트 듀오 세미컨덕터(Semiconductor)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물질적 본질에 관심이 많다”고 말한다. 자연의 물리적 기원을 관찰하고 경험하며 창조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3채널 영상 작업 <Worlds in the Making>(2011)이 그들의 말을 뒷받침한다. 이 작업은 갈라파고스섬과 에콰도르 본토의 화산 지역에서 과학자들과 몇 년 동안 함께 연구한 결과물을 토대로 완성됐다. 겉으로 정지된 듯 보이는 장면 아래 요동치는 지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화산 아래에서 수집한 지진 데이터는 오디오로 변환돼 발밑에서 들끓는 마그마를 표현했고, 이것과 어우러지는 디스토피아적 풍경을 담은 애니메이션은 마치 SF 영화나 자연 다큐멘터리의 중간 즈음에 있는 듯 보인다. 


세미컨덕터는 많은 작업에서 과학자와 밀접하게 협업하고, 과학 연구의 결과물을 활용하긴 하지만 분명하게 예술의 언어를 덧입힌다. <Cosmos>(2014)는 과학적 데이터에 ‘형태’를 부여해 만든 구()형 목재 조각이다. 작품이 놓인 숲 근처의 28m 높이 타워 꼭대기에서 나무들이 1년 동안 얼마만큼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손실하는지 측정해 만들었다. 그리고 그 수치를 시각적으로 패턴화하기 위해 이 듀오는 숫자의 문자열을 3차원 형식으로 변환하는 디지털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이들은 날 것의 데이터를 재-맥락화해 형식과 의미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만지고, 듣는 경험을 통해 자연이나 물질 같은 것을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검토할 수 있게 되었다.

 




Semiconductor <Worlds in the Making> 

2013 <Crystallize> exhibition at Iskai Contemporary Art 

Photo : Soon Hak Kwon  

 



 

Troika 트로이카

 

코니 프리어(Conny Freyer), 에바 루키(Eva Rucki), 세바스찬 노엘(Sebastien Noel)은 각각 독일과 프랑스 출신이지만 트로이카(Troika)란 그룹을 결성, 런던을 거점으로 활동한다.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시작된 이들의 인연은 지각과 공간 경험에 관한 관심을 토대로 이어졌다. 지식, 통제, 기술 시대에서 인간이 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탐색하는 그들은 보는 것과 이해하는 것, 믿는 것과 알고 있는 것의 사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의외의 지점을 파고든다. 그들의 대표작 중 하나인 <Cloud>(2008)는 런던 히드로 공항에 설치된 디지털 조형물이다. 과거 기차역에서 출발과 도착 시간을 표기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던 안내판에 사용되던 기술에서 착안해 5,000개가 넘는 플립닷(flip-dot)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구름의 움직임을 표현했다. 장소특정적 설치작업인 <Limits of a Known Territory>(2015)는 물줄기의 비논리적인 방향성과 다양한 속도의 통제된 몸짓을 통해 주관적인 무형의 시간을 경험하게 한다. 


버려진 듯 보이는 전시장에는 얼어붙거나, 느리게 혹은 빠르게 흐르는11개의 물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리고 관람객은 바닥의 디딤돌 위를 오갈 수 있다한편, 이론적 지식(episteme)과 기예(techne)가 보다 긍정적으로 관계 맺을 수 있고, 이해와 실천이 한 쌍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하는 신작 ‘Hebe(2017) 시리즈는 전통적인 그리스 조각상을 ‘슬라이스’해 완전히 다른 모양으로 재구성한 조각 작품이다.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해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한다는 평가를 받는 그들의 작품은 과학과 예술의 융합이 나아갈 어떤 방향성을 제시한다.


 



Troika <Limits of a Known Territory> 2015 

Site-specific installation, Installation View at NC-Arte 2015

 Image  Troi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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