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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6, Jan 2018

박한샘
Park Hansaem

곁에 있는 풍경

PUBLIC ART NEW HERO
2017 퍼블릭아트 뉴히어로Ⅶ

화폭엔, 바쁘게 움직이는 거대한 도시가 스스로 감추고 있는 풍경들과 지금을 살고 있지만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애쓰는 우리 모습도 담겨있다. 커다란 화면에 지평선과 섬, 물과 하늘이 있지만 실상 작고 큰 이야기가 여백에 녹아있는 것이다. 정밀한 시선으로 세상을 잡아낸 아날로그 회화들은 작가 박한샘의 시선을 감성적으로 담으며 동시에 그곳에서 작가가 보고 느꼈던 경험을 공유하게 한다. 어떤 대상 혹은 상황에서 자신이 바라본 것만을 과감하게 부각시키는 작가에게, 화폭은 무언가를 바라보는 눈이다. 그 눈을 통해 세상을 관찰하며 어쩌다 혹은 의식적으로 마주친 풍경을 그는 담고 있다. 그리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세상으로 걸어 나가려는 박한샘에게 가장 큰 숙제는 자신을 설득시키는 일이다.
● 정일주 편집장 ● 사진 서지연

'큰가리섬_3' 2017 화선지에 수묵 24.2×33.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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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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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샘은 모필이 만들어내는 재료의 시각적 독특함보다 지진계 같은 모필의 반응성에 집중하고, 그것이 자신이 감각한 세계를 가장 잘 드러내는 방식이라 믿는다. 감각 방식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가져온다고 여기는 그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고 그것을 작품으로 담아내고자 포기하지 않는다. 고집스러울 만큼 수묵이라는 제한된 도구를 갖고 시각화하는 그는 늘 비슷한 질문과 맞닥뜨린다. “당신 그림엔 왜 인물이 없나?, “화면 안에 무엇인가 더 담아야 되지 않나?, “색을 넣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나?” 따위의 물음이다. 대체로 군더더기 없이 똑 떨어지는 그의 그림에 무언가 말을 보태야 되는 이들이 주로 묻는 말이다. 그럴 때면 작가는 상대방에게 이유를 설명하기보다 자기 자신을 다시 한번 환기시킨다.




<목섬_1(木島_1)> 2015 한지에 수묵 180×381cm 





보이는 것은 풍경이지만 그는 빌딩과 길과 사람을 모두 그린다. 그것들을 흰 바탕에 녹여낼 뿐이다. 외딴섬처럼 보이는 그가 만든 장면이 실은 광화문 한복판에서 바라본 북악산의 모습일 수도 있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이다. 그가 하얗게 남겨 놓은 여백이 실은 복잡한 도로이고 팍팍한 삶이고 낡거나 새로 세워진 건물인 것이다. 그에게 수묵은 마주하고 있는 풍경, 지나갔거나 교차되는 세계를 포착하는데 있어서 효과적인 도구다. 고정된 위치에서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다양한 풍경들을 종합하여 평면작업을 구성해 나간다면 수묵이라는 매체의 투명함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사용한 모든 획들을 일시에 종합하여 보여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믿는 그에게 그것은 본인이 풍경에 접근하는 방식 그 자체인 셈이다.  





<털미섬_3(毛未島_3)> 2015 화선지에 수묵 24.2×33.3cm 





이쯤에서 흑과 백만으로 이야기를 변주하기 위한 작가 나름의 프로세스나 표현방식이 무엇인지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눈앞의 풍경과 그것을 마주할 때의 상황은 복잡하다. 그러한 현상 속에서 단순한 무언가를 찾으려고 한다. 스스로가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가라앉히고자 하는 태도 역시 반영되는 것 같다. 그것이 흑과 백, 그려진 것과 그려지지 않은 것들처럼 단순한 이분법적 구성으로 변주된다고 생각한다. 현상은 복잡하지만 법칙은 단순하다는 믿음 때문인 것 같다. 누구나 세계를 바라보는 제한된 방식을 지닌다




<부소담악_3> 2017 화선지에 수묵 33.2×24.2cm  




그도 마찬가지다. 허나 종종 어떤 사건과 상황은 전혀 경험하지 못한 형태로 세계를 바라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그 틈새를 찾아 드러내고 증폭시키는 것이 박한샘 작업의 단초이자 과정이다. 그는 감각에 포착된 장소에 몰입해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그리고 작업실에서 다시 그림으로써 작품으로 완성한다. 이때 그는 오랜 시간을 두고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화면의 분할점을 찾는다. 어떤 상황에서는 공격적으로 시선을 몰고 혹은 화면 너머로 초점을 밀어내기 위해 공간을 나누는 것이다. 먹의 농담 역시 어떤 특정한 기준을 갖추기보다 화면 전체의 성격에 맞춰 진해지고 또 옅어진다.





 <속리산_4(俗離山_4)> 2017 한지에 수묵 40.9×31.7cm




다시 돌아가 그에게 보이는 화면이 절벽과 섬, 바다 등 수묵과 지극히 당연하게 연결되는 주제에 집중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리고 “절벽의 바위나 섬, 나무 등이 갖고 있는 질량과 복잡함 동시에 그것을 관통하는 균형감과 통일감, 바다의 경계가 주는 단절감과 교차감 등이 현 시점에서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들을 나타내는데 적절한 소재”라는 단정한 답을 얻었다. 비록 보이지 않게 많은 이야기와 사물, 사건이 담기지만 보이는 것만으로도 물질과 비물질을 가늠할 수 있는 박한샘의 그림은 감각을 확장시키는 일루전인지 모르겠다. 그는 화면 안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보다 그것이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특히 다양한 설치가 시도되는 최근 상황에서 그러한 고심과 노력은 더 강해졌다. “평면작업이 별도의 설치 없이 벽에 걸리는 방식으로 지속되어온 이유는 그것이 평면작업이 갖고 있는 힘을 드러내는 데에 가장 적절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면이 갖고 있는 프레임의 제한조건을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제한조건을 유지한 상태에서 작품이 갖고 있는 공감각적인 힘을 확장시키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박한샘은 작품이 어떻게 설치되어야 한다는 규칙을 깨고자 각양의 실험을 병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도는 비할 데 없이 다채롭게 드러나고 있다. 

 

 


박한샘





작가 박한샘은 1981년생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4년 관훈갤러리에서의 개인전 <二重之不在_Absence of duplication>과 한원미술관 단체전 <시대정신과 동양회화의 표현의식>을 시작으로 스피돔갤러리, 석당미술관, 송은아트큐브, 사비나미술관, 미부아트센터, space k 등 국내 다수의 기관에서 개인전 및 단체전을 가졌으며 경기창작센터,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를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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