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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5, Dec 2017

거의 모든 클래식 패션 아이템의 재발견

U.S.A

Items:Is Fashion Modern?
2017.10.1-2018.1.28, 뉴욕, 뉴욕 현대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이하 MoMA)이 소장한 디자인 컬렉션에는 패션 디자인 제품이 하나도 없었다. 패션과 디자인의 도시 밀라노에서 자란 한 큐레이터에게는 의아한 일이었다. 미술관이 패션사를 반드시 다루지는 않아도 되겠지만, 현대 디자인사에서나 사람들의 일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제품들이 빠져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상을 바꾼 옷들’이란 리스트를 혼자 적어보기 시작했다. 리스트가 점점 커졌다. 어느 날, 이를 알고 있던 미술관의 디렉터 글렌 로리(Glenn D. Lowry)가 그 리스트를 가지고 전시를 해 볼 생각은 없냐고 물었다. 없다고 답했으나, 기획은 시작됐다. 큐레이팅 팀이 합류했고, 이는 MoMA 70여 년 만의 패션 전시로 이어졌다.
● 조슈아 패션디자이너 ● 사진 Museum of Modern Art 제공

Installation view of 'Items: Is Fashion Modern?'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October 1, 2017-January 28, 2018. ⓒ 2017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Martin S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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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패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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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현대미술관이 111개의 클래식 패션 아이템을 대중에게 소개한다. 프라다의 나일론 백팩, 이세이 미야케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 터틀넥, 캘빈 클라인의 속옷, 라코스테와 폴로의 피케 셔츠, 리바이스 501, 에르메스의 스카프와 버킨백, 이브 생 로랑과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슈트, 루부탱과 지미 추의 힐, 아디다스 슈퍼스타와 나이키 에어포스원. 패션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익숙할 대표적인 아이템들이 MoMA 가을 전시의 주인공이 됐다. 우리 몸이나 옷장, 혹은 유명인들의 파파라치 사진에서 보던 이 아이템들을 미술관에서 보는 느낌은 특별하다 MoMA에서 패션 전시를 하는가. 그들의 패션 전시는 어떻게 다른가. 왜 이 111개의 제품인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선별했는가. 이 전시는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관람 내내 많은 질문이 떠올랐다. 이번 전시는 1944년 버나드 루도프스키(Bernard Rudofsky)가 기획했던 <Are Clothes Modern?> 이후 처음 열리는 패션 전시다


패션이 아닌, 옷 자체와 인체에 대해 탐구했던 당시 대규모 전시의 연장선에서 이번 전시는 다시 한번 우리에게 묻는다. Is Fashion Modern?” 패션에 대한 이들의 접근은 뉴욕의 다른 박물관/미술관들과 달랐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 politan Museum of Art)의 코스튬 인스티튜트(Costume Institute)가 해마다 선보이는 패션 전시는 한 디자이너나 테마를 정해 방대한 규모의 작품들을 화려하게 전시한다. 판타지를 경험하고 나오기에 충분하다. 반면 뉴욕 주립공과대학교(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이하 FIT) Museum at FIT는 옷에 충실하다. 소장하고 있는 컬렉션 중 주제에 맞는 ‘잘 만들어진 옷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전시한다그에 비해 MoMA는 이 전시가 ‘디자인 전시’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동안 디자인 제품으로서 간과됐던 패션 아이템들을 재조명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는 것이다. 개별 아이템들을 선별해서 전시한 이유다. 스타일, 유명인사, 패션잡지의 이미지도 거의 다루지 않으며, 있다고 해도 오로지 전시된 디자인 제품을 돕는 역할을 할 뿐이다.





White t-shirt and Y-3 interpreted for <Items: Is Fashion Modern?>

 by Kristin-Lee Moolman and IB Kamara.  2017 Kristin-Lee Moolman 

& IB Kamara. Image courtesy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MoMA에서 해석한 현대적(modern)이란 말은 ‘특정 시간에 한정되지 않은(timeless), ‘현재와 여전히 관계된 것’을 의미한다. 시대를 초월해서 우리들의 일상에 클래식으로 자리 잡은 아이템들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줌으로써 “Is fashion modern?”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것이다. 건축&디자인 팀의 시니어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Paola Antonelli)의 ‘세상을 바꾼 옷들’ 리스트는 이렇게 대규모 전시가 되었고, 400여 개 후보 중 111개가 선택됐다. 뉴욕에서 가장 저명한 패션학자이자 Museum at FIT의 디렉터인 발레리 스틸(Valerie Steele)을 비롯한 18명의 디자이너, 학자, 저널리스트 자문단이 함께했다그렇게 추려진 111개의 리스트에 해당하는 아이템들의 초기 모델, 혹은 현재도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왜 디자인 오브젝트로서 우수한지, 왜 기술적으로 혁신이었는지, 어떻게 널리 알려졌고, 당대에 사회, 문화, 정치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모두가 동경하는 럭셔리가 되었는지를 아이템별로 소개한다최대한 많은 제품을 한 카테고리에 묶어서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 한 노력이 보인다


‘블랙 미니 드레스’ 안에는 샤넬도 있고, 베르사체도 있고, 티에리 뮈글러도 있고, 릭 오웬스도 있다. 옷이나 신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와치나 롤렉스 시계도 있고, 카르티에 팔찌도 있다. 샤넬 No.5나 자외선 차단제 같은 화장품과 타투도 아이템으로서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남성과 여성의 아이템이 고르게 분배되어 있고, 시대적으로도 다양하다. 현대의 패션 아이템 뿐만 아니라 이들의 원형이 된 특정 지역의 전통 복식들도 놓치지 않았다. 스코틀랜드의 킬트(Kilt), 인도의 사리(Sari), 중국의 치파오(Qipao) 드레스 등이 언제 어디서 널리 입혀졌고, 어떤 식으로 진화했는지 볼 수 있다대중에게는 조금 생소하지만 패션사에서는 잘 알려진 작품들도 소개된다. 인체와 움직임에 대한 개념에 도전했던 꼼 데 가르송의 앙상블(1997)이나 생산 시스템을 실험했던 이세이 미야케의 원피스 니트 드레스(1997) 등이 그렇다. 전시를 관람하는 대중과 조금 더 까탈스럽게 전시를 평가할 패션 인더스트리를 모두 만족시키려 한 노력이 엿보인다.





Installation view of <Items: Is Fashion Modern?>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October 1, 2017-January 28, 2018  2017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Martin Seck 

 



111개는 모두를 적당히 만족시킬 수 있는 균형 잡힌 컬렉션이다. 지난 100년 패션 클래식의 거의 모든 것을 다루지만 여전히 ‘왜 이 아이템은 빠졌나?’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위해, 인스타그램으로 ‘당신만의 112번째 아이템’을 추천받고 소개한다. 혹자는 말했다. 클래식 패션 아이템을 책 한 권에 단순히 모아 소개하는 것과 이 전시가 무엇이 다른가. 그렇다. 책까지 냈다. 그냥 전시된 제품들을 소개하는 도록이 아니다. 전시에서 못다한 각 아이템에 얽힌 이야기를 책을 통해 더욱 자세히 전한다. 아마존에서는 이미 임시 절판됐고, 전시장에서는 아직 구입할 수 있다화려한 패션 전시를 기대하고 온 이들에게는, 단순히 제품들을 나열하고 작품 해설을 통해 왜 이 제품이 중요한지를 소개하는 방식이 실망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는 오로지 제품 자체와 해설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검은 터틀넥 스웨터 혼자만 전시관 한 쪽 벽면에 보란 듯이 걸려있으면, 이게 왜 대단한지 설명을 보게 되고,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위해 일본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가 디자인한 스토리를 알게 되는 것이다


물론 5층 소장품 전시에서 모네(Claude Monet) <수련> 원작품을 마주할 때의 감격과 평화로움, 3층에 있는 루이스 부르주아(Louis Bourgeois)의 대형 거미조각과 스케치가 불러오는 따뜻한 생명력은, 여기 6층엔 없다. 대단한 마니아가 아니고서는 ‘죽기 전에 에르메스 버킨백의 84년 모델을 내 눈으로 직접 보다니’ 하며 감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이는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매일 입는 옷에 매번 감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옷은 일상에서 가장 자주, 많이 소비되는 디자인 제품 중 하나다. 매일 다른 노트북을 바꿔가며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옷은 자주, 보통은 매일 다른 옷을 입는다.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옷에 금방 질린다. 패션 아이템들은 디자인 마스터피스로서 보다는 입다가 질리거나 닳으면 버려지는 소비재로 인식되기 쉽다.





<White T-shirt> Image courtesy Shutterstock / SFIO CRACHO





이 전시는 이런 일상 속에 묻혔던 아이템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준다. 많은 사람이 모네의 <수련> 원작을 매주 바꿔 벽에 걸 수는 없지만, 패션 아이템 중 어느 하나는 매일의 일상에서 사용된다. 우리가 평소 입던 제품들이 어디에서 왔고, 이 디자인이 어떤 의미와 역사를 가졌는지 소개하여, 다른 눈으로 이 아이템과 일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 제품들과 관련한 소중한 기억들을 떠올려준다. 이렇게 유익한 전시이지만 한계와 비판도 있다. 워낙 방대한 탓에 얕고 넓은 전시가 됐다는 점, 아이템의 제작 과정이나 디자이너들의 철학을 일일이 다 보여줄 수 없었던 것, 여전히 조금은 밋밋한 공간과 동선 구성 등 따지기 시작하면 아쉬운 부분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MoMA의 사실상 첫 패션 전시, 이만하면 아주 좋았다앞으로도 MoMA라는 렌즈를 통해, 디자인 제품으로서의 패션을 소개하는 이들의 관점은 크게 변하지 않을 듯하다. 다만, 거의 모든 것을 보여주려는 전시를 크게 한 번 했으니 다음번에는 몇 가지 주제에 더 집중할 수 있다면 좋겠다. 기왕이면 70년보다는 더 자주이제 당신의 리스트를 작성할 차례다. 일상이 더 소중해질 것이다. 푸른 가운에 자전거로 유명했던,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의 전설적인 사진작가 빌 커닝햄(Bill Cunningham)은 말했다. “패션은 매일 일상의 현실을 견뎌낼 수 있게 하는 갑옷이다. 

 


글쓴이 조슈아는 패션 디자이너다. 다양한 형태의 예술을 사랑하거나 존중한다. 패션은 아트가 아니지만, 아티스틱하지 않고는 패션이 성립할 수 없다고 믿는다. 패션이 언어가 될 수 있다고 고집부리고 실천하면서, 우리만의 어휘와 문법을 축적해 나가고 있다. 아직까지는 뉴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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