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주의 개인전 <숨; breath>가 지난달 13일부터 31일까지 대구 봉산문화거리에 위치한 동원화랑에서 열렸다. 그동안 사각형으로 캔버스 화면을 구성해 온 그는 테트리스 게임에서 입체로 보이는 퍼즐 조각 역시 모두 평면 사각이라는 것에서 작업의 실마리를 얻었다. 입체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평면인 형태를 다시 입체적으로 재현하는 작업을 통해 그는 시각적 감각과 실체의 괴리 좁히고자 노력했다. 정은주는 나무판을 잘라서 형태를 만들고 스프레이 분사를 통해 화면에 색을 입힌 작업도 이어왔다. 화면을 모두 채우기 위해 반복되는 동작은 일종의 ‘노동’으로, 작가는 이렇게 무한 반복되는 행위로 점철된 작업과정을 통해 장인정신을 비롯한 ‘기술’을 탐닉했다.
<Plane-orange, green>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노동에서 몸의 제스처로, 제품 생산적인 과정에서 수행하는 듯한 행위로의 회귀를 담은 작업을 선보였다. 나무판에서 캔버스로 돌아와 붓으로, 물감으로 작업한 작품에서 그는 작업 후에 바닥에 남은 붓의 흔적을 ‘숨’이라 표현했다. 분사되어 올라앉는 스프레이와는 달리 붓은 오롯이 작가의 힘으로 움직이고, 물감은 캔버스 위에 오로지 작가의 의도대로 발리는 것에서 착안, 작가가 내쉬는 한숨 한숨에 담긴 힘이 바로 붓 자국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시적인 일필휘지(一筆揮之)의 세계를 담아 화면에 선, 색, 면으로 표출시켰다. 이렇듯 전시는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명상하듯 그어나간 선들이 작품의 면을 구성하는 과정을 목도할 수 있는 자리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