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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3, Oct 2017

이우성_Quizás, Quizás, Quizás

2017.8.28 - 2017.9.24 아마도예술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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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이성휘 하이트컬렉션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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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보며 걷자

 


아마도예술공간에서 이우성의 개인전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 열렸다. ‘quizás’ 스페인어로 아마도라는 뜻인데, 아마도에서 아마도라니 작가의 재치가 느껴진다. 또한 재즈곡 제목이기도 한데, 전시장 곳곳에 스윙이나 맘보를 추는 같은 인물들이 그려져 있어서 전시는 자연스레 음악으로 이어진다. 전시는 걸개그림(작가의 표현에 따르면접혔다 펼쳐지는 그림’) 240 점의 드로잉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드로잉은 아마도예술공간의 2 전시장 전체를 바퀴 도는 방식의 동선을 따라서 설치되었는데, 이우성이 2015 개인전 이래로 걸개그림 위주로 전시를 해왔던바, 그의 캔버스 그림이나 걸개그림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사뭇 신선하게 보일 작업이다


전체가 흑백 모노톤 드로잉으로 배경 묘사나 음영 처리는 규칙적인 망점과 해칭이 특징인 스크린 톤을 이용하였는데, 때문에 만화 느낌도 든다. 사실 이우성은 이미 <피노키오 책상> (2012), <미술전시>(2014), <밤바다에서>(2014) 같은 작업에서 만화 느낌의 모노톤 드로잉을 선보인 적이 있는데, 개인의 기억과 서사를 담백하고 간결하게 표현하기에 적절해 보인다그간 이우성은 회화, 드로잉, 영상, 설치 여러 매체를 유연하게 다루면서 평상시 자신이 겪고 것들에서 작업 소재를 끌어내 왔고, 전시된 드로잉 작업들 역시 작가가 직접 겪었거나 지근거리에서 벌어진 일을 소재로 했다. 여기에는 지난겨울을 채웠던 촛불시위처럼 작가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 직간접적으로 겪은 정치사회 이슈들도 포함되어 있다.

 

관람 동선을 따라서 전시를 살펴보면, 우선 1층에는 위에 블랙젯소를 이용해 그린 점의 걸개그림이 걸렸다. 각기 촛불 시위 중인 행렬, 겨울밤 해변, 서울의 골목이다. 그림들은 210×210cm 제법 사이즈여서 그림 앞에 관람자에게는 그림 상황이 거의 리얼 스케일로 다가온다. 그래서 지난겨울 남대문로 어디쯤에서 촛불 행렬에 있었을 작가의 시간이 나의 시간처럼 느껴지고, 한겨울 밤바다를 바라보는 일행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을 작가의 시선에 나의 시선이 오버랩 된다. 도심 골목의 밤공기를 가르며 걷는 작가의 걸음은 나의 걸음이 된다. 그렇게 그림 앞에 서서 작가의 , 기억, 그리고 걸음을 동행하는 기분에 잠시 빠지게 된다. 2층으로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작가의 걸음에 동행하게 된다. 먼저 옥상의 유리 온실에는 경쾌한 동작의 인물들이 창문마다 그려져 있다


이를 둘러보기 위해 온실 내부를 바퀴 도는 동안 관람객은 이들의 제스처 사이로 다른 관람객이나 아마도 일대의 건물과 골목의 풍경을 보게 된다. 2 전시장에서는 높이의 합판 게시판이 입구 왼편부터 시작되는데, 여행, 작업실, 친구들, , 손에 , 전시, 개기일식, 행렬, 그리고 곳곳에 밤하늘, 이런 드로잉들이 이어진다. 처음에는 무심코 시선을 두다가 어느새 뚫어져라 그림을 읽어내려가며 걸음을 옮기는데, 그림을 보는 아니라 읽는 기분마저 든다. 작가는 문장도 동원하지 않았지만 그림으로 지난 년간의 세상사를 읊고 있었고, 세상사에 개인의 삶이 물려 들어가 짜이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오프닝 직전 전시장에서 마주쳤을 이우성은 일본 가수 사카모토 (Kyu Sakamoto) 부른우에오 무이테 아루코(上を向いて步こう)’, 일명 <스키야키>라는 노래를 소개해줬다. 재즈에 기반을 가벼운 리듬의 일본 가요였는데, 가사는행복은 하늘 , 혼자 남은 , 눈물이 흐르지 않게 하늘을 보며 걷자 내용이다. 흘러간 유행가지만 전시가 제시한 , 기억, 걸음과 연결되기도 하고, 노래의 통속성이 이우성의 작업들이 보여주는 정서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의 해학은 통속성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단연 돋보이는 그의 세대감성! 지난 5년간 이우성의 개인전을 되돌아봤을 , 그는 자기 세대의 감성을 짜릿할 만큼 담았다. 초기 캔버스 회화는 청년의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청년은 복잡다단한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으로, 해외로 쏘다니게 되었고 여로에 자신의 회화를 적응시키기로 하면서 접었다 펼칠 있는 그림을 그렸다. 잠시 자신의 그림이 너무 납작해질까 우려도 했다. 필자는 어차피 가봐야 아는 , 그가 해볼 만큼은 해보길 바랐다. 바람대로 청년은 그의 걸음이 닿은 만큼 그의 회화를 확장시켜 왔고, 그의 세계는 자기 세대뿐 아니라 시대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 전시 전경 2017 아마도예술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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