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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3, Oct 2017

이수진_먼나무 숲에서 갈대와 소나무가 돌에 뿌리를 내리고 돌과 함께 산다

2017.9.7 – 2017.10.22 경기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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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양효실 미학·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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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드를 위한 생태학적 상황구성

 


감탕나무나 호랑가시나무 과에 속하는 먼나무는 한겨울에도 장관을 이루는바 나무를 뒤덮은 붉은 콩알 같은 열매로 늦봄까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제주도에서는 흔히 있는 상록수이다. 멋진 나무는 멀리서 봐야 진가를 있다고 해서 처음의 이름이 무엇이었건 결국나무로, 제주도 사투리로는먹낭으로 불린다. ‘잎가에 뾰족뾰족한 가시가 돋아 있고 새빨간 열매가 달리는 나무 뜻하는 라틴어 ‘ilex’둥근 잎사귀를 가진이란 뜻의 ‘rotunda’ 합성어인 먼나무(Ilex Rotunda) 이번 이수진의 전시 제목 한가운데에 떡하니 들어왔다. 전시의 영어 제목은먼나무 마을(village)’이고, 상당히 길게 뽑은 한글 제목 역시 작가의 생태학적 상상력의 지시체이고 시적 종합의 바탕인바먼나무 갈대, 소나무, 돌이 함께 사는 주민들이다. 자연 생태계의 각기 다른 계열에 속하는 , 나무, 돌을 장면으로 혹은 하나의 마을 사람들로 묶는 것은 붉은 열매가 장관인 먼나무 숲이다.

 

유기적인 것이 의지한 무기물, 마른 갈대의 지금은 죽은 뿌리와 무거운 나무의 지금도 살아있는 뿌리가 나란히 딛고 , 셋의 접속은 자체로 마을, 모임, 코뮌의 이념적 구성을 선취한다. 그리고 이런 사실이면서 이념인 풍경을 품어주는 붉은 열매들, 직박구리와 물까치와 어치가 가장 좋아하는먹이 화수분처럼 매달고 있는 나무숲의 찬란함. 풍요, 붉음, 탈계열적 공존은아스팔트 킨트 작가, ‘주공아파트 세대 작가의 설치작업이 전제하는 혹은 베끼려는 구체이자 현재이고 대안이다. 이수진은 보여주는 자가 아니라 제안하는 자이다


그의 작업은 생태학적 상상력에 기댄 것이지만, 아직도 유동적이거나 말랑말랑한 이미지, 여전히 개념화에 저항하는 은유에 머물러야 하기에, 시각적 이미지로서는 불충분해야 하기에, 도래할 마을, 상상의 마을을 보여주기는 부적합해야 한다. 전시 제목은 대단히 신중하고 대단히 문학적으로 전시를 아우르지만, 설치작은 모호하고 중심적이다. 공존이나 공생의 합의된 이미지들, 자연으로부터 빌려온 개념들이 얼마나 상상력을 죽이는지를, 제안으로서의 이미지가 아니라 이미 것으로서의 이미지를 반복하는지를 기억한다면, 자신이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차이와 간격을 보유한 채로 보여주려는, 시각적 봄과 정서적 반응의 불일치나 어긋남을 드러내려는 이번 전시의 유연하고 느슨한 구성은 역설적이지만 대단히 신중하게 계산된 것일지 모른다.

 

전시공간의 바닥과 천장, 벽을 지지대 삼아 세워진 자신의 마을이 혹여 구경하고 둘러보고 나가는 곳이 아니길, 어슬렁거리고 개입하고 건드리고 심지어 밟히고 어질러질 있을 만큼감각적으로가까이 있길 원하는 작가의 설치다. 저층 아파트들이 수십 나무, 동네 주민들, 사계절, 골목이나 구멍이나 사이를 품고 있던 시절을 서울아이로 살아낸 작가, 시골아이라면 차갑고 냉혹하고 단단한 도시로 반응할 서울, 이미 읽고 서울이 아니라 우리 동네나 마을로 살아온 작가에게 서울은 재미있는 놀이터이고 이야기가 많은 텍스트이다. 서울에 왔다가 돌아간 시골아이나 서울 변두리에서 아이와 달리 이수진에게 기하학적 무늬와 산업적 물건과 인위적인 색상은 반인간적인 대상이 아니다. 그는 기하학적 그리드가 내부와 외부를 모두 채운 최첨단의 도시에서 바로 그리드적 도형의 기능에서 밀려난 물건들, 형태를 갖고 유희한다. 배제에 근거한 대립이 아니라 공동거주에 근거한 종합이고 콜라주다. 자연과 인간과 신이 동형동성(同形同性)이라고 간주하는 의인론(anthropomorphism) 형상들은 이수진의 작업에 없다. 이번 전시 역시 자연적 삶이 단초이지만 단초는 자연에는 없는 그리드적 , 도시적 안에서 움직인다.     

 

 

 *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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