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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3, Oct 2017

공공미술과 제도

Public Art & The System

지난 6월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 개선에 관한 법안 재정비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논의된 내용은 기존의 법규내용이 다소 모호하고 사회변화에 따라 법규 적용에 있어 그 해석이 분명하지 않음을 개선하기 위해 2014년부터 시작되어 최근까지 진행된 법안개정에 대한 연구와 새로운 개정법안을 바탕으로 올해(2017년) 말 입법을 목표로 관련분야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였다. 예상대로 제도 개선이나 법안 수정에 대한 어떠한 토론회보다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되었다. 무엇보다도 공공미술 관련 작가들과 이를 중개해주는 화랑협회는 새로운 법안이 각자의 이익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모호한 내용을 개정하고 지방자치단체에 권한을 넘기는 등 의미 있는 개선도 있었다. 다만, 왜 공공미술이 건축과 도시공간에서 의미가 있는지, 무엇 때문에 공공미술을 옹호하고 사회적 비용을 들여 만들고 유지해 가야 하는지, 법안 적용에 따른 행정적 운영의 편의성은 좀 더 분명해졌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도시와 건축에서 공공미술의 역할에 대한 근원적 고민은 또 다음 개정으로 넘겨야 하나? 건축물 미술품 설치법안은 비자금 조성이나 브로커의 과다한 커미션 챙기기 때문에 투입되는 실질 비용이 극히 줄어 들어 작품의 실적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개정되는 법안은 과연 이러한 고질적 문제를 조금이나마 의식하고 있는 것일까?
● 기획 편집부 ● 글 한은주 ㈜소프트아키텍쳐랩 대표

김광우 '자연+인간 숨 쉬는 땅' 코르텐 스틸 각 지름 500cm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월드컵공원 내 노을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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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주 ㈜소프트아키텍쳐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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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거의 대다수의 분야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공간’은 인간의 존재론만큼이나 관념적이면서도 일상생활에 밀착해 있는 실질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공간은 인간이 물리적 실체로서 현실과 관계 맺음을 할 때 중요한 매개가 된다. 시간을 통해 경험과 기억이라는 비물리적 켜를 쌓아서 장소를 만들고 공간적 애착을 통해 개인적 안정감과 집단적 유대감을 가진다. 특히, 산업화 이후 몰려든 사람들로 밀도가 높아진 도시공간은 오늘날 우리에게 다양한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도시공간에 관한 논의는 일상을 뒷받침하는 도시공학, 토목, 조경과 같은 구체적인 인프라에서부터 통치나 관리를 위한 정치나 행정적 관점에 이르기까지 다각도에서 밀도 있게 전개된다. 이러한 지점에서 미술은 도시와 인간의 상호작용을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공공장소에 개입하여 도시의 장소성을 구체화 하고있다. 동시대 도시에서 미술은 갤러리와 같은 정해진 공간의 특정한 계층향유를 너머 공공적 일상 공간에 개입하여 정치나 행정이 할 수 없는 공간심리적 애착을 만들어 냄으로써 도시환경에 활력을 줄 것이라 기대된다. 공공미술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이유가 이러한 점에 있다.




김승환 <유기체2007-윤회> 

동판단조 400×400×270cm 송도 컨벤시아 




1930년대, 광장이나 거리의 19세기 상징주의 기념물은 당시의 국가 장기계획에 의해 규제되기 시작했다. 루즈벨트(Franklin Roosevelt) 대통령의 뉴딜(New Deal) 정책과 같은 프로그램은 대공황 때 공공미술의 발전을 촉진했지만 뚜렷한 선전 목표를 내세웠다. 뉴딜 예술 지원 프로그램은 미국 문화에 대한 국가적 자부심을 기르는 동시에 문화의 형성과 확산을 통해 경제공황으로 위축된 경제적 심리적 상황을 개선하는데 이용되었다. ‘연방예술프로젝트 (FAP: Federal Art Project)’와 같은 뉴딜 프로그램은 모든 사람들이 예술에 접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예술가와 사회의 관계를 변화시켰다. 


마찬가지로 뉴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행되었던 ‘건축 속의 미술 정책(Art-in-Architecture (A-i-A))’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공공 예술 기금 정책의 기반이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모든 정부 청사 총 건설비용의 1%의 절반으로 현대 미국 미술품을 구매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미국의 공공미술은 진정으로 대중에 의해 소유된다는 원칙을 확고히 했다. 그들은 또한 특정 지역 공공 예술에 대한 욕구의 정당성을 확립했다. 경제대공황이라는 어려운 시기에 오히려 현재 공공미술 개발의 토대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1990년 중반에 본격적으로 시행된 우리나라의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 역시 이 법안을 벤치마킹 하여 마련된 것이다.)


공공미술에 대한 이 개념은 공공 공간에 대한 시민권리 주장, 1960년대 말 도시 재생 프로그램에 활용된 예술적 개입, 조각에 대한 관념의 변화를 거치면서 1970년대에 근본적으로 변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공미술은 공공 공간에서 공식적인 국가 역사를 시각화하는 장식적인 것 이상의 지위를 획득함으로써 공공 이익의 영역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획득하게 된다. 공공미술은 대중에게 훨씬 더 큰 의미가 되었다. 이러한 시각의 변화는 같은 해에 뉴욕의 공공 예술 기금(Public Art Fund, 1977)과 미국과 유럽의 여러 도시 또는 지역 미술 프로그램과 같은 도시 문화 정책의 강화로도 나타났다. 또한 공공미술 담론을 국가 차원에서 지방 차원으로 재중심화 하는 것은 1960년대 이래 현대미술 관행에서 나타나는 기존 전시 공간에 대한 비판적 입장과 일치한다. 이 당시 진행된 공공미술에 대한 큰 사고의 틀은 현재까지 유효하게 우리 도시의 작동인자로 작용하고 있다.




대우건설 <안산소나타> 스테인리스 스틸, , 알루미늄

 20×20×30m 경기도 안산시 노적봉 인공폭포 




그러나 미술과 공공의 공간이 마주치는 지점이 항상 미담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미술의 대중화나 문화적 경험의 확대와 같은 좋은 취지가 대중들에게 그저 혜택으로만 느껴지지 않고 불편한 전시행정으로 비춰지는 경우도 많아 공공미술의 실행과 실천이 그저 원활하게만 이뤄지지는 않는다. 더불어 공공미술과 연관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매우 다양하여 이를 그저 단순한 예술 프로젝트로만 바라볼 수 없는 지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미술 순기능의 잠재력이 크기에 각국에서는 건축이나 시설을 만드는 과정에 미술품을 설치하도록 규정하여 개발에 따른 이득을 일정부분 공공에게 돌리도록 하는 법안을 통해 이를 확대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맥락에서 1972년부터 문화예술진흥법을 시행했다. 연면적 3,000m2 이상의 건축물을 신축할 때 건축비용의 1%를 미술작품 설치에 지출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제정 당시 권장사항이었던 이 법안은 1995년 강제조항으로 강화된다. 연면적 1만m2 이상의 건축물을 신축할 때 건축비용의 1%를 미술작품 설치에 사용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러다가 이 법안은 개발이 한창이던 2000년에 들어서면서 다소 축소되고 지방자치단체에 상당부분의 내용결정권한을 일임한다. 건축 비용의 0.1-0.7% 범위에서 지방자치단체가 그 비율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또한 2011년에는 선택적 기금제를 도입하여 70%에 해당하는 금액을 문예기금으로 납부할 경우 미술품의 설치를 면제해주는 법안이 실행되었다. 현재의 법안은 2014년부터 진행된 개정을 위한 연구와 논의는 올해 말 법안 통과를 목표로 마지막 다듬기에 돌입해 있다. 이번 개정 법안이 담고 있는 골자는 첫째 미술품 설치 의무 연면적은 확대하는 것이며, 둘째 설치된 미술품의 유지 관리 부분을 신설하여 건물주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세부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우려되는 점이 몇몇 있다. 미술품을 건축과 어우러져 도시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인식하기보다는 미술품 설치 그 자체에만 집중되어 있는 법안 내용과 이번에 신설되는 미술품 유지 관리에 대한 것이 그것이다.




서동화 <돌아서 하나로> 2010 듀랄류민에 도료채색 

가변설치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 벽산블루밍아파트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미술품 설치 기준에서 보이는 건축과 미술의 관계에 대한 해석과 규정에 아쉬움이 남는다. 건축계에서도 건축에 관한 논의를 진행할 때 단지 면적과 같은 정량적 잣대로 얘기하지 않는다. 각 기능을 담당하는 공간 프로그램이라는 정성적 내용을 파악하여 논의한다. 예를 들어 기능 자체를 지니는 거실공간이 있으며 기능을 뒷받침하는 비거실 공간이 있다. 사람의 행태와 행동은 거실공간의 면적과 연관이 있고 둘의 비율은 건축의 용도에 따라 다르다. 미술품과 같이 도시환경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아야 하는 것에 관한 논의가 그저 건축물의 전체 면적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은 과연 공공미술의 의미를 어디에 두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요즘과 같이 빠르게 급변하는 사회에서 건축의 용도는 다양해지고 있기에 극소수의 사람이 사용하는 엄청난 면적의 건축물도 있고 크나큰 면적의 가설건축물도 있다. 건축의 내용과 도시공간의 맥락을 이해하는 가운데 미술품이 놓인다면 공공미술의 근본취지와 기능에 더욱 잘 부합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이미 설치된 미술품의 유지관리 의무까지 규정하고 자리를 함부로 옮기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현대 도시공간을 너무 경직되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취지는 그 장소에서 해체되어 다른 곳에 놓이면 미술품의 예술적 의미도 해체된다는 것은 알겠으나, 도시공간이 그저 미술품의 사이트 특정성 때문에 존재하는 것처럼 해석하는 듯 느껴져 예술도 좋지만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닌가 우려가 된다. 또한, 환경공해 수준까지 되어버린 몰지각하고 무책임한 미술품을 계획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유지 관리 한다는 것은 사회적 비용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서도호 <KARMA> 브론즈 721.8×721.8×710.7cm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




마지막으로 정책입안자의 사안을 넘어 공공미술의 생산자이자 관람객이 되는 우리 자신의 태도 문제와 이에 대한 법규적 대응방안 또한 아쉬움을 남긴다. 공공미술은 분명 비용이 소요되고 프로젝트마다 자본이 개입된다. 일부 예술가들은 이것을 그저 직업유지의 수단으로 본다. 중간에 다리를 놓는 기획회사나 일부 갤러리들이나 공공미술을 발주하는 건설사 및 발주처는 눈먼 돈을 챙기는 수단으로 여긴다. 공공미술의 본래 취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질 낮은 공공 미술품들이 도시공간을 오염시킨다. 앞서 언급했듯 그들의 어두운 거래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러한 부분을 정책과 법안에서 교정하고 근본 취지대로 이끌 수는 없을까? 미술사학자인 쉐어 크라우스 나이트(Cher Krause Knight) 교수는 그의 저서 『공공미술: 이론, 실천, 포퓰리즘』을 통해 공공미술의 역할에 대한 다음과 같은 의견을 펼친다. “예술의 대중성은 감상자가 느끼는 교환가치의 질과 그에 따른 영향에 달려있다. 대중들에게 예술은 지역 사회 참여의 기회를 확장 시키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결론을 요구할 수는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공공 예술은 점점 넓어지고 다양한 분야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우리가 ‘예술가’라고 부를 수 있는 범위가 훨씬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하에서 공공미술이라는 문화적 개입은 우리 사회에서 공동체의 장소성 또는 공간복지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직 통과되지 않았지만 법안 상정 전 짧은 시간 동안만이라도 이러한 점을 돌아보았으면 한다. 아니, 이번에 안 된다면 다음 개정에서는 공공미술이 그 어두운 면을 걷어내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공간적 유대감과 안정감을 주는 보편적 공간복지의 핵심으로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쓴이 한은주는 공간건축에서 실무 후 영국왕립예술대학원(Royal College of Art)에서 ‘도시 공간에서의 위치기반 인터렉션디자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그래프(SIGGRAPH) 2009에서 건축과 미디어 아트가 결합한 작품을 발표했으며, 2011년 광주 디자인비엔날레 초대작가다. 「SPACE」 편집장과 공간건축 이사를 역임했다. 최근 공공건축 최초 키네틱 건축인 ‘목연리’를 완공했으며, 세계건축상(World Architecture Award), 레드닷 어워드, 한국건축가협회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현재 ㈜소프트아키텍쳐랩의 대표, 한양대 겸임교수, SPACE 편집위원으로 예술작업, 글쓰기, 디자인공학 등의 작업을 통해 혁신적 도시디자인과 건축을 고민하고 있다.


※도판은 본문 내용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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