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 크기가 크고 작을 뿐, 형태는 다만 동그라미다. 줄리안 오피(Julian Opie)가 사람을 표현하는 방식은 극도로 단순화된 색과 크기다. 그저 팝아트로 수식하기엔 많은 줄거리와 형식을 담아내는, 영국 작가 줄리안 오피의 개인전이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선보인다. 서울시내 한복판 건물 파사드에 걸어다는 사람들을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유독 친근한데, 물위를 걷듯 유연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서울역 광장에서 넋 놓고 바라본 이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머물렀던 도시 이미지를 기억에 담아, 특징은 살리되 픽토그램처럼 정제한 이미지로 재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린 인물은 동양인인지 서양인인지 혹은 어린이인지 나이든 사람인지 금방 알아볼 수 있다. 미묘한 차이로 주인공의 감정까지 전달하는 것은 오피만의 재주다.
<Walking in Sadang-dong in the rain>
2014 Vinyl on wooden stretcher
대형 광고판, 일본 만화와 목판화, 고전 초상화 등에서 영감 받아 현대인들에게 소통 가능한 이미지로 재해석하는 오피. 이번 전시는 오피의 본격 활동기부터 최근까지의 작품들을 시리즈별로 구성한다. 일상적 군상을 담은 <워킹 인 해크니 1(Walking in Hackney. 1.)>(2016)와 사람들의 움직임과 표정을 검은색 윤곽선으로 간소화한 <다니엘 워킹(Danielle walking)>(2016)을 비롯해 최신작 <타워 2(Tower. 2.)>(2017)까지 총 70여 점을 미술관 전면 유리 등에 다채롭게 구현한 오피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9월 28일 시작돼 내년 1월 21일까지 계속된다.
· 문의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031-228-3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