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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0, Jul 2017

4차 산업혁명과 예술

The 4th Industrial Revolution and Art

지난해 1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의제로 제기된 후 이 말은 미래로 가는 결정적 방향타가 된 듯하다. 특히 이번 봄, 정치적인 전환 속에서 4차 산업혁명이 미래의 삶을 규정할 뿐만 아니라, 산업 발전을 이루고 새로운 노동을 창출할 것이라고 제시되기도 했다. 이 개념을 제시한 세계경제포럼 회장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은 인류 역사에서 세 번의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이전 시기와의 단절이다.* 이 단절들은 새로운 세상과 삶의 방식을 만들어 왔다. 그리고 예술은 새로운 삶과 세상을 재현하고, 변화된 물질적 조건들을 창작의 과정에 수용하였다. 지금 열띤 토론의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예술은 어떻게 상호작용하게 될 것인가?
● 기획·진행 이가진 기자 ● 글 이임수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객원교수

Participants listening to the Session “Preparing for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at the World Economic Forum in DavosPreparing
for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at the World Economic Forum in Davos, January 17, 2017. Copyright by World Economic Forum / Valeriano Di Domen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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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수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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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산업혁명은 에너지 기술과 생산체계의 조직화에서 보인 획기적인 전환으로 이뤄졌다. 18세기 후반의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기계식 생산체계를, 19세기 후반의 2차 산업혁명은 전기에 의한 대량 생산체계를, 20세기 중반 3차 산업혁명은 전자 및 정보기술에 의한 자동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3차 산업혁명은 1960년대 반도체와 메인 프레임 컴퓨팅의 단계로부터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 1990년대 인터넷 등의 상용화를 거치면서 고도화되었다.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엄청난 컴퓨터의 처리능력, 대규모 데이터 축적, 초고속 유무선 통신 기술 등이 바탕이 되어 기기 간의 연결과 자율적 제어가 이뤄지고 있다. 그 결과 다음 단계로의 전환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단계라기보다는 디지털 기술의 전개 과정 중 한 부분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단 4차 산업혁명이 실재인가 아니면 3차 산업혁명의 일부분일 뿐인가라는 학자들과 전문가들 사이의 논란은 일단 접어두자. 다만, 지금의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는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발전하여 각종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2011년 독일 정부는 제조업 혁신 정책으로 ‘산업 4.0(INDUSTRIE 4.0)’을 내놓으면서 정보통신기술과 산업의 융합이 실질적으로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1) 이는 산업 부문뿐만 아니라 일상적 삶의 많은 부분이 새로운 물건과 서비스들로 채워질 것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자율주행 자동차, 의료 및 법률 인공지능 서비스, 일상과 산업 현장의 인공지능로봇 등. 이렇게 우리는 공적·사적 영역에서 새로운 대상들을 접하고 달라진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3차 산업혁명과 구분되는 4차 산업혁명의 혁신적인 체계로 간주되는 것은 가상 물리 시스템(CPS: Cyber-physical systems)이다. 이는 막강한 연산력과 방대한 데이터로 작동하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기술 등으로 현실의 공학적 시스템을 제어하는 메커니즘이다. 이 체계는 현재 관련되는 모든 분야가 공유하는 공통의 디자인 언어가 아직 부재하기 때문에 그들 간의 협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체계가 보여주는 세계관은 사물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유무선의 통신을 통해 데이터를 자율적으로 주고받으며 스스로 작동하고 제어하는 것이다. 이 체계는 사물들 간에 5단계의 과정을 거쳐 구축된다. 연결(connection), 융합(conversion), 가상(cyber), 인지(cognition), 구성(configuration)이 그것이다


각 단계에서 사물들은 작동 자동 감지에 의한 자동 연결, 잠재적 이슈를 자동 예측하기 위한 데이터 및 정보의 상관적 분석, 사이버스페이스에 사물들의 트윈 생성, 사용자에게 사물이 자동적으로 평가한 정보 내용 제공, 원활한 작동을 위한 조정 등을 수행한다.2) 여기서 사물들은 스마트 머신과 스마트 기기이며, 물질과 디지털 두 층위에 개입한다. 인간은 그들 바깥에 위치한다. 그러나 인간 또한 사물들을 매개로 그들과 연결된다. 이러한 융복합의 디지털 혁명이 불러일으킬 변화는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의 생산체계인 가상 물리 시스템은 인간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도 스스로 작동하는 다양한 존재들이 나타나고, 그것들과 인간이 다양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연결된다. 이는 생산현장에서 구축되는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 사이에 형성되는 네트워크를 상상하게 한다. 이러한 결합으로 물질, 디지털, 생물학적 영역 간의 구분을 모호하게 한다.3) 최근 일상의 많은 기기와 서비스들이 빠른 속도로 초지능화와 초연결성이라는 속성을 키워왔다. 실제로 스마트폰만으로도 일상에서 인간과 인간뿐만 아니라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 사이에 만들어진 네트워크를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은 어쩌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존재론일 것이다. 따라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과의 관계는 이러한 체계를 따르게 된다.





<Anywhen>  Philippe Parreno; 

Photo  Tate (Joe Humphrys)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역사적으로 혁신적인 기술과 미디어의 등장은 새로운 경험 영역을 부상하게 하고 예술에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예술은 인간의 세계에 대한 감각적인 경험 및 비판적인 사유와 밀접히 연관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세 가지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다. , 예술이 재현하는 세계, 예술적 재현과 수행에 사용하는 매체와 작품의 정의, 예술 작품을 유통시키는 제도의 문제가 그것이다. 예술은 적어도 이 세 개의 영역에서 4차 산업혁명이 끼친 영향으로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후지하타 마사키(Masaki Fujihata) 2012년 프로젝트 ‘살아있는 음성 2012’을 사례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예술 작업이 어떻게 전환될지 전망해 보자. 이 작품은 프랑스 낭트의 라 마르티니에르(La Martinière) 운하 부근에서 실시된 참여 프로젝트이다. 참가자는 GPS 기록계와 비디오카메라가 장착된 자전거를 타고 노래하거나 소리 지르며 달린다. 카메라에 기록된 각 참가자의 모습과 음성, GPS 기록계에 저장된 위치 정보 등이 종합되어 사이버스페이스 안에서 파마노라의 풍경, 상하로 배열된 등고선들, 그 위에 놓인 사각의 이미지들로 변환된다. 이 정보들은 수직으로 쌓여진 원기둥 모양의 3D 등고선을 형성하여 마치 소용돌이 안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로 전시장에서 투사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예술이 재현하는 세계는 가시적이거나 비가시적인 관계망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관계망의 노드는 기계적 물질의 영역, 디지털적 가상 영역, 생물학적 신체의 영역 사이에 만들어진다. 후지하타의 작업에서 세계의 관계망은 비디오카메라, GPS 장치, 컴퓨터와 프로젝터 등의 기계, 디지털 장치를 통해 기록되는 인간 행위, 기록된 데이터를 다루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영역으로 나뉜다. 예술적 수행이 벌어지는 공간은 기계와 인간이 만나는 참여 퍼포먼스, 음성 데이터를 변환하고 이미지와 결합되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변환된 데이터가 관람객에게 상연되는 전시장이다.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던 이 과정들은 4차 산업혁명의 체계를 갖춘다면, 실시간으로 예술가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벌어질 것이다. 단지 예술가는 디지털 장치들을 통해 어떤 데이터를 수집할 것이며, 그것을 어떻게 변환하고 제시할지 미리 디자인하기만 하면 된다.





라파엘 로자노-해머 <Redundant Assembly>

 2106 Computer, screen, cameras, custom software

 46 screen, custom frame, Mac Pro computer

 Ed 6 Courtesy of bitforms gallery




여기서 참여적 미술에서 나타난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퍼포먼스와 설치미술이 유도하는 인간 대 인간의 직접적인 만남은 디지털 미디어에 의해 매개되고, 작업 공간은 현실 공간뿐만 아니라 사이버스페이스로 확대된다. 이때, 디지털 미디어는 여러 감각 및 지각 경험을 데이터로 수집하여 변환하고, 감각적인 형식을 디지털 장치를 통해 관람객에게 제공한다. 관람객은 그러한 미디어를 통하여 작품 참여자와 상호작용한다. 이것은 현재 우리가 세계와 소통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예컨대, 스마트 헬스 기기는 신체 상태에 관한 데이터를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전송하고, 전송된 데이터는 앱을 통해 적절한 건강 정보로 변환, 구성되어 사용자에게 제시된다. 이 과정은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시간 단위별 데이터 기록, 저장, 분석을 통해 특정한 건강 상태에 관한 정보를 산출한다. 기기, 사용자, 소프트웨어의 결합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존재론이고 인식론이 되고 있다. 따라서 예술 관람객은 디지털 장치와 상호작용하며 미디어가 매개하는 다른 주체와 소통하는 복잡한 참여의 과정에 들어간다


예술은 주어진 세계를 가시화시키고 익숙해진 경험들을 분리시켜 제시한다. 예술적 재현과 수행에 사용하는 매체라는 두 번째 문제는 인공지능에 의해 작동하는 디지털 장치와 연관된다그 결과 예술적 과정은 그 미디어의 논리와 기능에 의해 재조직될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창작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자동으로 감각 대상물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예술 창작 주체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이미지와 소리가 예술인가라는 질문도 가능하다. 이는 예술창작 의도와 미적 상호작용과 연관하여 답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예술가에 의해 수행적인 대상으로 다뤄질 때만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왜냐하면 현대미술에서 예술에 대한 정의는 작품들에 존재하는 공통의 본질적 속성이 아니라 예술가가 예술이라는 용어이자 개념을 사용하고 실천하는 방식에 달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예술가는 자동적인 창작 기능을 수행하는 인공지능에 대해 비판적인 분석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다양한 예술 형식으로 구체화시킬 수 있다.





후지하타 마사키 ‘Voices of Aliveness 

received an Award of Distinction

 in the category Interactive Art at the Prix Ars 

Electronica 2013  Masaki Fujihata  2 




이제 4차 산업혁명과 예술을 유통하는 제도에 관한 문제를 생각해보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기술적인 혁신으로 공유경제(sharing economy)와 온디맨드경제(on demand economy) 방식이 새로운 플랫폼으로 등장하고 있다.4) 미국의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Uber)와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로 대표되는 공유경제는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한 협업과 공유를 통한 생산 및 교환방식이다. 온디맨드경제는 수요자의 요구에 맞춰 바로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미술계와 미술시장은 예술가와 예술작품 사이에 시간적·공간적 간격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사업 플랫폼에선 예술가, 관람자, 수집가, 기획자, 딜러 등 각 주체가 직접 창작과 교환의 장에 참여할 수 있고, 그 과정은 정량화된 데이터로 기록될 수 있다. 그 결과 각 역할 간의 구분은 모호해지고 융합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각주]

* Klaus Schwab,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What It Means, How to Respond, World Economic Forum, 

www.weforum. org/agenda/ 2016/01/the-fourth-industrial-revolution-what-it-means-and-how-to-respond/ (2017 6 11일 접속)

1) INDUSTRIE 4.0: Smart Manufacturing for the Future, Germany Trade and Invest, 

www.gtai.de/GTAI/Content/EN/Invest/_SharedDocs/ Downloads/GTAI/Brochures/Industries/industrie4.0-smart-manufacturing-for-the-future-en.pdf (2017 6 11일 접속)

2) http://en.wikipedia.org/wiki/Cyber-physical_system (2017 6 11일 접속)

3,4) Klaus Schwab,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What It Means, How to Respond.


 

글쓴이 이임수는 ‘1970년대 뉴욕의 대안공간과 미술의 확장’이라는 주제로 플로리다대학교 미술사학과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동국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1960년대 이후 현대미술의 다양한 측면들을 연구해오고 있으며, 최근 디지털 미디어와 미술의 관계에 관심을 두고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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