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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29, Jun 2017

2017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PUBLIC ART NEW HERO!

봄의 전령사처럼, 「퍼블릭아트」는 매년 뉴히어로와 함께 파릇한 계절을 맞이한다. 8팀, 총 9명의 ‘2017 퍼블릭아트 뉴히어로’가 지난달 1일 최종 선정됐다. 올해로 11돌을 맞은 공모는 이들의 합류로 총 109명 히어로를 보유하게 됐다. 1차 포트폴리오 심사, 치열한 2차 면접 심사를 거쳐 뽑힌 전지인(대상), 국동완, 김주리, 김지아나, 박한샘, 박희자, 마한칭&유모나, 황민규 작가. 영상, 사진, 동양화, 설치 등 각양의 결을 지닌 이들을 이른 여름 햇볕이 내리쬐던 5월 19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만났다. 여느 때보다 묵직하면서도 포스가 느껴졌던 이 신참 히어로들을 지금 ‘어나더뷰’로 모았다.
● 기획·진행 편집부 ● 사진 서지연 ● 장소협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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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혜경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운영부장, 이대형 2017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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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JUEN JIIN

KOOK DONGWAN

KIM JUREE

KIM JIANA

PARK HANSAEM

BAHC HEEZA

MA HANQING & YOO MONA

HWANG MINKYU


 



2017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심사평


기혜경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운영부장


2017년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심사는 젊은 작가들이 대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그들의 고민, 그리고 그것을 작업으로 풀어내는 방식을 살필 수 있는 자리였다. 미묘한 차이에 대한 관심과 그것을 인정하는 태도, 일상의 작은 것에 대한 주목, 그리고 국민 모두에게 트라우마처럼 되어버린 세월호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은 저마다의 스타일과 방식으로 자신의 주변과 그들이 속한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그중 대상을 수상한 전지인의 영상과 설치작업은 그 특유의 단조로움과 천연덕스러움을 살필 수 있게 한다. 권진규 아뜰리에에 입주하여 제작한 선배작가의 삶과 생활태도에 대한 오마주작업이나, 동료작가들을 힘들게 한 말들을 채집하여 분절하고 다시금 분절된 낱말들을 통해 문장을 만들어나가는 작업, 다양한 나라와 문화권에서 채집한 여성과 관련된 속담을 전혀 관련없어 보이는 이미지들과 엮어낸 작업이라든가, 원하던 공간을 찾았음에도 현실적으로 그곳에 입주할 수 없음을 헤어지는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담담하게 써내려간 영상작업들이 그것이다


이처럼 그의 작업의 출발점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마주치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상황들, 고착화된 사회구조에서 오는 불합리하거나 부조리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지인의 작업은 씁쓸하기 보다는 자신과 자신 주변의 익숙한 것들에서 출발함으로써 한 사람의 삶의 단면을 드러내는 독백과도 같은 단조롭고 예민하며 일상의 작은 것들로 채워져 있다. 그의 작업을 감상한다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이자 동시에 누군가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것이며, 이러한 우리들의 이야기는 고단한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기보다는 그것을 견디어내게 하는 능청스러움과 천연덕스러움으로 드러나고 있다. 전지인을 포함하여 2017년 뉴히어로에 선정된 작가들의 흥미롭고 멋진 작업을 기대해 본다.


 

이대형 2017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


이번 심사의 기회는 영광이며 동시에 고통이었다. 그만큼 치열했고, 그만큼 우위를 정하기 어려웠다. 선정된 작가의 작품세계를 한 문장으로 묘사하기에는 각 작가들이 구축해온 “유니버스”가 너무 방대하고, 개별적이며, 복잡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짧은 문장으로 담아내는 것은 또 다른 왜곡을 낳을 것 같다. 일반적인 심사평을 대신하여 이번 심사과정에 참여한 작품을 보며 가졌던 질문으로 갈음한다. 이를 통해 이번 선정 작가들의 작품에 접근하는 혹은 해독하는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동시대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 현상을 바라보고 있는가?’ 그러면서도 ‘어떻게 동시대의 주류 흐름으로부터 거리를 두며 독자적인,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가?’ 작업개념과 그것을 실천하는 과정에 있어서 네러티브를 구성하는 소재를 어디에서 가져오고 있으며, 그것에 대한 연구와 고민의 오리지널리티를 어떻게 확보하고 있는가? 개인적인 일상의 작은 사연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그 보다 큰 맥락을 상상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가


사진, 영상, 조각, 설치, 드로잉, 퍼포먼스 등 형식을 초월한 유연성이 단순히 장르와 재료의 경계 뿐만 아니라 국가와 문화의 경계를 초월하는 유연성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가몸을 미디엄으로 사용해서 개인의 기억과 사회의 기억 사이의 관계를 내밀하게 연구한다면, 개인의 기억이 어떻게 사회의 기억과의 관계 속에서 편집되고, 왜곡될 수 있고, 반대로 어떻게 사회의 기억이 개인의 기억이 생산해낸 제스처를 통해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될 수 있는지 인지하고 있는가? 전달하고자 하는 담론과 그것을 실천하는 예술형식 사이의 조합이 얼마나 창의적인가? 어떻게 예술을 통해 사회를 읽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고 있는가?  현실을 크리틱하면서도 동시에 그 속에서 새로운 대안적 가치를 말하고 있는가? 복잡성 속에서 어떤 단순한 진리를 발견하고 있는가? 반대로 단순한 일상 속에서 어떤 복잡한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해석을 유도하고 있는가? 가시적인 소재와 형식을 통해 어떻게 비가시적인 감각을 각성시키고 있고, 반대로 소리와 음악 등 비가시적인 소재를 활용해 어떻게 가시적인 영역을 상상하게 하는가? 디지털 테크놀로지 등 변화된 기술 환경이 변화된 창작방식을 요구한다고 해서, 단순히 기술적 창작 방법론에 탐닉하고 있지는 않은가?





<Harmony Directory> 

2016 싱글 채널 비디오, 사운드





● 2017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대상_전지인 JUEN JIIN


조용하고, 집요한 개인의 구술사


전지인은 그동안 엄연히 존재하지만 그 기능을 잃어 곧 사라지게 될 예정이거나, 독특한 집단 문화를 보여주는 시공간을 탐구해 왔다. 작업의 출발점은 자신이 처한 현실이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초창기에는 ‘어떤 것’이라고 포착한 것에 무언가에 의문을 품고 관찰한 줄거리를 작품으로 풀었다. 카메라를 세워두고 동묘를 찾은 이들을 관찰한 <동묘부킹>(2002), 서교동의 한 찜질방을 무대로 한 <동방 방문기>(2003), 유리보호관에 쌓인 국보(원각사지 십층석탑)와 공원에 삼삼오오 모인 노인들을 한 공간 속 다른 레이어로 나눈 <탑골 방문기>(2003) 등이 대표적이다. 언뜻 단조로운 흐름 속에서 전지인 특유의 유머감각 혹은 느긋함은 빛을 발한다. 장르에 얽매이진 않지만, 주로 영상 작업을 선보이는 그는 기존의 내러티브 방식을 배제하려고 애쓴다. 예상 가능한 속도감, 일련의 연결성 등 대신 자신의 호흡을 담은 화면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다. 초기의 관찰자 입장에서 최근에는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하는 것으로 태도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 내용이 설득력이 있는지에 관한 고민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젠더, 연령 등 작가가 속한 시공간과 직결되는 질문들이 더 많아졌다. 2016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작품 <Harmony Directory>에선 여성과 관련된 세계 속담에 나오는 ‘소녀’, ‘여자’, ‘어머니’, ‘누이’, ‘딸’ 등의 단어를 ‘너’로 바꿨다. 가령 ‘너의 아름다움, 숲 속의 메아리, 무지개는 금세 사라진다’는 문장에 개발이 한창인 풍경 이미지가 몽타주 기법으로 조합되는 식이다. 지칭된 대상의 성별을 중성화시켰을 뿐인데, 글자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이처럼 작가는 속담이 오랜 세월 전승되며 한 사회가 대상에 매기는 일종의 가치평가를 공고히 하는 보수적 기능을 한다는 것에 주목, , (), 대상화, 공간과 장소의 규제 등 은유적인 문장을 영상 뿐 아니라 평면으로 제시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전지인 




전지인은 1979년 생으로 계원예술대학교 매체예술학과 졸업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전문사 과정을 마쳤다. 가갤러리, 갤러리175에서 개인전을, 사루비아다방, 토탈 미술관, 인사미술공간, 한미갤러리 등에서 여러 차례 단체전을 가졌다. 필름포럼, 아르코미술관, 오픈박스에서 스크리닝을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는 KARTS 레지던시에 참여하고 있다.





<A Ferry> 2016 종이에 색연필 195×64cm




 

● 2017 퍼블릭아트 뉴히어로_국동완 KOOK DONGWAN

 

참선하는 드로잉


국동완에게 드로잉은 자신을 바라보는 행위다. 지난밤 꾼 꿈을 기록한 글자를 기록하며 시작된 그의 드로잉은 점점 내면을 적극적으로, 생생하게 퍼 올리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는 ‘회광반조(回光返照)’라는 불교식 참선법과 드로잉을 연결 짓는다. 외부로 향하는 빛을 돌려 자신을 비추라는 의미인 회광반조가 자신이 하는 드로잉과 물리적으로 같은 구조라는 것이다. 작업 방식을 보면 더 이해가 쉽다. 그는 그림의 대상을 프린트해 유리에 붙이고, 그 위에 종이를 덮은 다음 유리 뒤에서 빛을 비춰 올라오는 그림자를 바탕으로 드로잉 한다. 그렇다고 단순히 그림자를 그대로 따오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밑그림도 없이, 지우개도 없이, 손이 자유롭게 나아가는 것을 지켜볼 따름이다. 작가는 “순간순간 건져낸 의식의 조각들을 천천히 잇는 것”이라며 자신의 드로잉에 자주 등장하는 “선()과 선()의 관계를 곰곰이 살펴보는 중”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그동안 드로잉 뿐 아니라 조각, 책 등 다양한 매체를 다뤄왔다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는 대상에서 포착한 주제를 정한 후 알맞은 매체를 선택한다. 일례로 ‘Perfect bookcase(2011-2013) 시리즈에서는 글자 조각이 한 권의 책인 것처럼 책장에 꽂았다. 개별 글자조각의 형태와 전체적인 실루엣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반면, 책을 다룰 때는 어떤 상징성보다는 그것을 다루는 행위 자체에 더 큰 관심을 둔다. 작년에 선보인 컬러링북 『침몰한 여객선에서 건져 올린 것들』은 “같은 그림에 각자 다르게 채색하고, 그렇게 자신만의 기억을 만든다는 점”에서 독자와 책 사이에서 벌어지는 1:1의 소통 가능성에 주목했다.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는 <A Ferry>(2016)는 집단적 트라우마가 된 세월호 참사 3개월 후 시작해, 1 6개월 동안 사건과 함께 흘러간 자신의 일상을 기록했다. 이 작품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곧 세상을 바라보는 일과 다르지 않음을 깨우쳤다고.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삶과 작업 전체를 근본적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작가가 바라본 세상을 공들여 풀어낸 작품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각자의 내면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국동완





국동완은 1979년 생으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시각디자인 전공으로 학사학위를 받은 후 영국 캠버웰 컬리지 오브 아트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갤러리 조선, 갤러리팩토리에서 개인전을 치렀고, 영국 데이빗 로버트 아트 파운데이션, 대구아트스퀘어, 아라리오뮤지엄 제주 등에서 열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2년 스코틀랜드의 글렌피딕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이어 2016년에는 금천예술공장 8기 작가로 선정됐다.

 




<일기(一期)생멸(生滅)> 

2017 , , 백묘국, 들쑥, 사운드 가변크기





● 2017 퍼블릭아트 뉴히어로_김주리 KIM JUREE

 

손닿을 수 없는 조각


김주리는 흙을 만지는 작가다. 흙과 물, 물에 의한 흙의 무너짐을 선보인다. 그가 흙을 다루게 된 것은 조소를 전공한 배경에서 온다. 그는 열심히 흙으로 작품을 빚어내고 물을 부어 무너뜨린다. 그리고 그 과정을 가만히 지켜본다. 에너지의 순환과 시간의 흐름을 ‘와해’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시간성이 담긴다. 에너지는 멈춰있는 풍경이 아니다. 그는 소재뿐만이 아니라 작업 주제도 주변 환경에서 포착해낸다. ‘휘경(揮景)’ 시리즈에는 휘경동에서 10년 이상을 살면서 지켜본 동네의 재개발 장면을 담았다. 제목 역시 동네 이름에서 따왔다. 그러나 그 속뜻은 ‘휘발하는 풍경’이라는 의미다. 그는 작품에서 휘경동의 집을 재현한다. 그 과정은 매우 정밀하다. 사진 촬영과 실측을 거쳐 컴퓨터 그래픽으로 비율 맞추고 플라스틱 종이 등 여러 가지로 모듈을 만든다. , 있는 그대로를 재현하는 원형을 만드는 것이다. 이후 이 모듈을 실리콘이나 석고로 떠서 겉(거푸집)을 만든 후 흙으로 찍어낸다. 이 과정을 자로 잰 듯 명확하게 체크하고, 꼼꼼히 확인한다


리고는 이렇듯 공들인 작품에 물을 붓는다. 흙집은 물을 빨아들이며 본래의 모양을 버리고 무너져버린다. 그리고 어느 순간이 되면 집은 뭉그러진 모양을 간신히 지탱하며 버티고 서 있다. 그는 이 과정을 소리로 채집하기도 했다. 소리는 ‘일기생멸’ 시리즈에 활용한다. 이 작품 속에서 그는 사람의 다섯 가지 감각을 사로잡는다. 첫 번째는 물이다. 두 번째는 빛으로 이는 달을 상징하며 밤의 풍경을 이야기한다. 세 번째는 들쑥 냄새이며 넷째로는 공간에 가득 차 있는 물에서 나오는 축축한 느낌을 주는 습도다. 마지막이 소리인데 바로 이것이 ‘휘경’ 시리즈의 소리로, 물을 빨아들이는 흙의 소리를 담은 것이다그는 자신의 작업이 ‘물질’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고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나 그의 작업은 구조물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더더욱 그렇다. 만든 것을 무너뜨리고 사라지게 함으로써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며 ‘실존하지 않는 조각’이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이 빚어낸 물질 그 너머의 의미를 발견할 때 진짜 맥락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김주리





김주리는 1981년 생으로 경희대학교 미술학과를 조소전공으로 졸업했다.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에서의 개인전을 비롯, 몇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경기도 미술관, 청주시립 미술관, 송은아트스페이스, 성곡미술관 등에서 열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2년 소버린 아시안 아트 프라이즈 수상 및 2010년 제 10회 송은 미술 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경기창작센터 및 프랑스 시떼 인터내셔널 아트 등의 레지던시에 참가한 바 있다.

 




<Organic Form> 2002 

포셀린 클레이와 세라믹 타일 30×30×6cm


 


.

● 2017 퍼블릭아트 뉴히어로_김지아나 KIM JIANA

 

손과 불로 빚어낸 자연


김지아나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축적되는 다양한 ‘만남’의 에피소드를 자기(磁器)로 구워낸다. 계획되거나 그렇지 않은 만남은 비단 사람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작가는 자신이 겪은 수많은 인연을 작업과 연결시킨다. 때로는 어우러질 것 같지 않은 재료를 섞는다거나 첨단 기술과 세라믹을 함께 설치하는 등 자신의 작업을 단순한 세라믹 작업으로 범주화하지 않고 다양한 각도로 그 경계를 계속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김지아나는 자신만의 ‘그림물감’을 만드는 것이 그의 작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하는데, 세라믹 도편을 그림물감으로 지칭해 작업의 가장 기본 오브제로 사용하는 것이다. 작가가 빚어 1250°의 불에서 소성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이 오브제들은 그 자체만으로 완결성과 조형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작가는 이렇게 만들어진 도편을 ‘그림물감’으로 사용해 진짜 작업을 시작한다


이 도편은 평면 작업을 위한 투광성을 지니고 있는 것들도 있고 그릇 형태(3D)로 빛, 공기, 소리 등 다양한 것들을 내포할 수 있으며, 그의 작품이 더 입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한다. 대표적으로 <Dancing Light>(2010)에서 그가 계획한 세라믹 오브제의 역할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다. (Bowl) 형태의 빛이 투영될 수 있는 굉장히 여리고 얇은 세라믹 오브제들은 빛이 투영되는 순간, 그것을 붙잡아 담아둔다. 단순한 세라믹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닌 공간 자체를 설계해 설치예술로 자신의 작품 영역을 확장시킨 것이다. 이렇듯 작가는 오랜 시간 자연적, 인공적 빛과 테크놀로지를 자신의 작품에 투영시키는 작업을 지속해왔다최근에 그는 다시 ‘흙’에 초점을 맞추는 작업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순수한 자연의 재료로 인위적이지 않은 작품을 구상하는 그가 시선을 돌린 곳은 바로 역사. 옛 선조들의 간결하고 정갈한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세라믹으로 과거와 현재를 엮어낸다. 도자기의 소박한 아름다움에 집중한 이 작업은 작품 활동의 근간이 되는 자연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소소한 선물이라고 한다.

 




김지아나





김지아나는 1972년 생으로 미국 파슨스 스쿨 오브 디자인을 졸업하고 몬트클레어 주립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2008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몬트클레어 주립대학교 갤러리, 뉴저지 FGS 갤러리, 화이트갤러리, 인사아트센터, 인더박스 갤러리, 소마미술관 등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개최하고 2010 광주세계光엑스포, 세계등축제 등 다양한 아트페어와 미술전에 참여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속리산_3> 2017 한지에 수묵 162.0×260.0cm





● 2017 퍼블릭아트 뉴히어로_박한샘 PARK HANSAEM

 

지필묵으로 구현한 감각의 세계


박한샘은 자신이 실제로 감각한 세계를 동양 회화적 재현을 통해 최대한 넓히고 깊이를 더한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산과 섬은 작가에게 자연 그 자체가 함의하는 에너지, 그리고 삶과 죽음의 이면을 드러내는 대상임과 동시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을 엿볼 수 있는 작은 ‘틈새’와 같은 의미이다. 그는 현장에서 특정 시공간의 대상을 화첩에 옮겨낸 후 그 스케치를 바탕으로 작업실에서 재작업을 하는데,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은 보조로 사용하고 오롯이 화첩의 스케치와 기억 속의 화면, 그때의 느낌에 의지해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박한샘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하나하나 섬세히 표현된 나무와 같은 디테일이다. 여백의 미를 강조함과 동시에 그곳에 긴장감을 부여하고 작품 전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최대한 구상적인 묘사와 디테일에 집중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작품과 그것이 배치된 공간의 케미스트리, 즉 화학적 결합과 조화 역시 중요시하는데, 그래서 그는 작품이 공간 자체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항상 고뇌한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도 작품과 현장, 공간이 적절하게 상호작용을 할지, 어떻게 반응하고 서로를 변화시킬지 등, 그들의 ‘관계’를 연구하고 그것을 작품에 투영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 작가는 그렇게 작업한 회화 작품을 다양한 설치방법을 모색해 ‘설치’예술의 단계로 끌어 올리는 영민함도 보여준다. <털미도_2>는 작가가 섬과 마주했던 순간에 느낀 찰나의 느낌을 관람객과 공유해보고자 섬광을 이용해 작품의 이미지가 짧은 순간의 잔상으로 남도록 설치했다. 이렇듯 일반 회화의 감상 범주를 뛰어넘어 작품과 관람객의 교감을 이끌어낸 박한샘은 자신만의 호흡과 독자적인 리듬을 화면에 옮기는데 지필묵만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작품이 가진 힘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자문하고 경계한다는 박한샘. 현재 그의 작품에 안주하지 않고 회화적 특성을 간직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설치 방법을 모색해 작가가 경험한 그 순간의 감각적 세계를 계속 확장해 나간다.

 




박한샘




박한샘은 1981년생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4년 관훈갤러리에서의 개인전 <二重之不在_Absence of duplication>과 한원미술관 단체전 <시대정신과 동양회화의 표현의식>을 시작으로 스피돔갤러리, 석당미술관, 송은아트큐브, 사비나미술관, 미부아트센터, space k 등 국내 다수의 기관에서 개인전 및 단체전을 가졌으며, 지난해에는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를 거쳤다.

 



<It; Art school project> 2015 

아카이발 피그먼트 프린트 120×80cm




 

● 2017 퍼블릭아트 뉴히어로_박희자 BAHC HEEZA

 

사물과 사람의 관계를 찍다


심적인 변화가 감지되면, 박희자의 작업도 시작된다. 그 감정을 제어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도 하고, 그것을 투영할 대상을 찾기도 한다. 사랑이 지나간 후 아직 끝나지 않은 감정을 과거의 장소를 통해 드러내거나, 어떤 대상에서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고 그것을 찍기도 한다. ‘무기력’, ‘허무’, ‘감정적 충돌’같은 것이 종종 작업의 모티브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그 감정을 담는 매체는 바로 사진이다. 박희자는 흘러가는 매일의 삶에서 우리가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면모를 사진이라는 사실적인 기록물로 만났을 때서야 비로소 새로 보게 된다고 말한다. 그 대상이 인물이건, 사물이건, 공간이건 그것을 인식하는 관찰자로서 작가는 역할한다. 특정 공간에서 나름의 질서에 따라 놓인 사물들은 나름의 기운을 발산하고, 그는 그 기운과 자신의 감정이 교차될 때를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누른다. 가령 사적인 영역이 담긴 작품에서도 어떤 시선, 특정한 관점을 강요하기보다 철저히 사진 속 공간, 오브제, 인물 간의 긴장감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동시에 관람자는 상()이 맺히는 순간 작가가 느꼈을 감정도 희미하게나마 유추할 수있다. <It; Art School Project>(2015-)에서는 체코의 예술대학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느꼈던 어떤 무력감, 나아가 예술이 무엇인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대학 건물 구석구석, 학생들까지 박희자의 피사체가 된 공간과 인물은 예술에 관해 배우고, 고민하는 현장 속에서 ‘예술’이라는 거시적 단어에 포함될지 모를 어떤 육체성을 건져 올린다. 단박에 찍어낸 속도감이나 확신보다는 한참을 바라보다 찾아냈을 법한 장면들이 ‘아트 스쿨’의 단면을 보여준다박희자는 최근, 사물과 사람의 관계로 관심사를 확장하고 있다. 사람이 다루는 물건에 따라, 그것을 다루는 방법에 따라 사람의 성질이 결정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모호한 중간지대, 자아와 타자가 불분명하게 뒤섞인 감정들 등이 ‘기록된’ 그의 사진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주목할 만 하다.

 




박희자




박희자는 1982년생으로 서울예술대학교 사진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전문사 과정을 마쳤다. 양주시립미술관 777레지던스 갤러리, 갤러리 가비에서 두차례 개인전을 치렀고, 키미아트, 스페이스캔 오래된 집, 독일 에센 졸버레인, 체코 프라하 스트라호브, 신한 갤러리 역삼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15회 사진비평상 작품상을 수상했고, 9 KT&G SKOPF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Shadow with object> 2015 메탈 보드에 UV프린트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s(ICA) The Mall, London




● 2017 퍼블릭아트 뉴히어로_마한칭&유모나 MA HANQING & YOO MONA

 

시간이 앉은 자리


듀오 아티스트 마한칭&유모나는 영국 왕립예술학교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왔다. 공간과 건축은 둘의 작업적 공통점으로 서로를 자연스레 묶어줬다. 2014년 활동 초기에는 마한칭이 사진을 찍으면 유모나가 사진에 반응해 설치물로 이미지를 재배치하는 프로세스로 작업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역할분담 없이도 자연스레 호흡이 맞는다. 마한칭&유모나가 집중해 온 주제는 ‘공간의 장소화’다. 그들이 말하는 공간과 장소의 차이는 ‘시간’이다. 터 안에 사람이 머물면 시간이 더해져 공간은 ‘장소화’되고, 그 장소는 공간에 시간이 흐름에 따라 축적되는 것을 포함한다. 그리고 여기에 남겨진 흔적은 과거를 암시한다. 그들은 시간이 담긴 오브제를 통해 공간에 남겨진 사람들의 흔적들을 장소로써 이야기하고자 한다


마한칭&유모나는 그 흔적을 포착해 빈터나 전시 공간에 시간을 덧입히고 아우라를 드러낸다. 무심히 지나쳐버리는 숨은 공간을 끄집어내고, 사람들이 이동하는 공공장소의 속성에서 흔적의 켜를 찾아낸다. 특히 주목하는 것은 ‘현재의 도시 속 과거의 흔적이 공존하는 장소(transient space)’다. 그들은 여러 나라에서 작업하면서 문화와 언어적 차이가 도시에 묻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도시 기록:’은 0링부터 6링까지 나뉘어 있는 베이징 구역 체계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한다. 그들은 이 중에서도 ‘2링’의 옛 거주지역인 후통(Hutong)에 주목한다. 신의 영역인 ‘0링’과 신축 건물들이 들어선 ‘3-6링’ 사이에 끼어있는 이곳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transient space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현지 중국 예술가들을 초청하여 ‘베이징 도시 조감 안내서’를 제작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와 도시 탐방 워크샵은 관람자 참여 프로그램으로 구성하려 한다. 이전 작업에서도 이들의 핵심 모토는 공간에서 느꼈던 현상학적인 감정을 관람객과 소통하는 것이었다. 시각 언어로서의 예술이 문화와 언어를 넘어서 공감하고 이해될 수 있음을 이미 둘이 함께하면서 경험했기에 이 기대는 희망적이다.

 



마한칭&유모나




마한칭&유모나는 현재 베이징과 런던에 기반을 두고 작업하는 듀오다. 마한칭은 1990년생으로 중국 북방과학기술대학교의 언론광고학과에서 학사를, 영국 왕립예술대학교의 사진학과에서 석사를 받았다. 유모나는 1987년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를 졸업하고, 영국 왕립예술대학교 조소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들은 2017년 중국 Red Gate 2015년 뉴욕 SVA 등의 레지던시를 거쳐 영국 블룸버그 뉴 컨템포러리의 수상 및 전시, 테이트 모던 터바인 홀, 현대미술학회(ICA) 그리고 캠든 아트 센터에서의 전시 등 세계 각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작은 기념비> 2014 강아지 털, 

디지털 프린트, 포멕스, 아크릴 가변크기



 


● 2017 퍼블릭아트 뉴히어로_황민규 HWANG MINKYU

 

진중한 접촉에서 오는 공감


황민규가 개의 털을 모아 작업하게 된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 유기견 센터에서 몇 년간 봉사활동을 한 것이 작품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작가가 주목한 것은 유기견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 경로다. 대부분 사람들이 개를 불쌍해하지만 그것이 경험에서 온 깊숙한 감정은 아니라고 그는 판단했다. 그는 “실질적인 대상에 대한 망각은 획일화된 생각을 가지게 할 뿐”이라고 말한다. , 사람들의 유기견에 대한 감정은 단지 매체를 통해 수동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실제적으로는 먼 이야기로 느낀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그는 유기견의 털을 직접 만지고, 다듬으면서 창조해내는 기념비적인 과정을 반복한다. 이것은 그가 느낀 슬픔에 대한 치유이자, 유기견에 대한 직접적인 공감이었다. <단지 종속될 뿐이다>는 인간사회에서 벗어날 수 없는 반려견의 구속된 현실을 말하는 작품이다. 그는 반려견이 자유를 박탈당했다고 생각한다. 작품은 ‘애견 사업’이 시작된 산업혁명 시기부터 이어 온 품종개량과 현재의 대중화에 이르기까지의 현실을 담는다


강제로 출산하고, 버려지고, 죽임을 당하는 반복적인 개의 삶. 그는 개성 없이 복제되는 벽돌과 유기견 털을 섞음으로써 대상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도록 한다.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시멘트를 사용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그 속박을 상징화한다세상을 좀 더 진지하게 살고 싶다는 황민규의 바람은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다양한 사회적 주제와 매체를 표현하고자 그는 계속해서 연구한다. 이로써 사회 속 가치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이다. 털을 가지고 작품을 제작한 초기에는 유기견의 상처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적 문제를 피력했다. 허나 지금은 조금 다르다. 계속되는 신체적·물리적 접촉을 통해 작업해오면서 대상과의 감정적인 관계는 훨씬 더 견고해졌다. 그는 작품을 보는 이들과 가치를 소통하는 작가로서의 삶을 열망한다.

 




황민규




황민규는 1986년생으로 중앙대학교 조소학과에서 학사를,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몇 차례의 단체전을 참여한 그는 2016년 아트스페이스 오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2017-2018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11기 장기 입주 작가로 선정되었으며 2016 CNB 저널 커버작가 선정, 2015년에 을지문화재단 트래블 그랜트를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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