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조명하는 전시.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널리 퍼져있는 범위”는 ‘공간’의 사전적 개념 중 하나다. 인사미술공간에서 열리는 김다움, 김민정의 2인 전은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시작하지만 김민정은 물리적인 범위를, 김다움은 심리적인 범위로 공간을 인식하고 각자 다른 방향으로 작업을 이어간다. 우선 김민정은 기억과 탐구를 바탕으로 자신이 살았던 집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그림자를 소재로 삼은 작가로, 재개발된 장소에서의 기억, 경험을 매개로 다양한 장르를 시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빛과 그림자의 작업을 내놓았다. 그는 어린 시절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이사를 떠나며 텅 비게 된 공간과 건물의 콘크리트 철근 등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공간을 목격하고 소재로 삼았다. 그림자가 변함에 따라 느껴지는 시각적 효과로, 그가 인지한 자신의 집의 물리적 측면을 새롭게 인지한 경험을 다뤘다. 거울이나 투명 아크릴 판에 집에 관련된 여러 공간을 그린 후 빛을 비추어 그림자를 만든다. 그림자는 빛이 변함에 따라 함께 달라지는데, 고정된 상태에서 공간을 바라보는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게 하고 형태의 새로운 가능성을 넓혀주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김다움 <맹지(盲地)> 2016
4채널 HD비디오, 8 서라운드 사운드
반면 김다움은 영상작업을 통해 현지 촬영과 리서치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각각의 ‘공간’을 선보인다. 현대인에게 발생하는 다양한 관계에 주목하며 그 안에서 파생되는 흔적과 감각, 기억을 탐구하는 김다움의 작품<맹지>(2016)는 홍콩, 타이페이,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자신의 처지를 편지로 이야기하는 내용의 영상이다. 작품의 제목인 ‘맹지(盲地)’는 도로와 맞닿는 부분이 없는 땅을 일컫는다. 사방이 타인의 토지와 맞물려 있는 곳으로, 그는 자신이 이사 온 집이 맹지에 지어진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작업의 소재로 삼았다. 작품에서는 이것을 단순히 물리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개인의 상태와 심리를 설명할 수 있는 개념으로 의미를 확장하였다. 영상 속 각각의 도시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맹지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심리와 감정을 표현한다. 두 작가의 작업은 같은 단어에서 시작함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드러난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그 레이어와 결이 모두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두 작가가 완전히 다르게 인식하는 ‘공간’만큼이나 관람객의 상상도 다양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