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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17, Jun 2016

실연에 관한 박물관

2016.5.5 – 2016.9.25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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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이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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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없는 미술관

 


엄연히 따지면 미술 전시라 보긴 어렵다. 전시된 모든 것을 작품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물품(오브제)이라 해야 할지 용어도 규정짓기 마땅찮다. 미술관에 있으니 미술품이라 해야 하나, 아니면 단순한 물건이기에 오브제라고 칭해야 할까. 미술품이라 선뜻 말하기 어려운 것은 아무래도 예술가의 손을 거치지 않았음을 가장  이유로 꼽을  있겠지만(참여자들이 익명처리 되었기에 그중 예술가가 존재하는지는 미지수다) 이미 미술관이란 권위 있는 공간에 입성했고 이들은 특별한 무언가를 하나씩 품고 있으니 단순 물품이라 말하기엔 어려운 면도 있다. 일단 전시장에 비치된 일련의 오브제들을 기증품이라 칭하려 한다.  이유는 역시 사연 때문이다. 


몇몇 전시에 시를 인용하거나 소설의  구절을 이용해텍스트가 등장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있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각 작품의 이해를 돕는 부수적 역할에 그친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선  둘은 동등한위치를 점하고 있다. 텍스트 사연이 가진 힘은 상당하다. 그렇기에 저마다 이야기를 담은 오브제는 단순한 물건을 넘어 가치를 지닌 기증품으로 진화한다. 기증품은 사연이 없다면 단순 물체에 그치고, 사연은 실물 기증품이 없다면 흔한 라디오 사연쯤에 멈췄을 테니 말이다.  


  말도  되는 이야기로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단막극이 있었다. 사람들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허구라며 혀를 내두르곤 했지만,  프로그램 관계자는제보로 오는 사연이  기가 막히다며 방송용으로 완화한 각색 본이라 말한  있다. 그만큼 현실은 드라마보다  극적이며 영화 같다. 전시에 진열된 기증품과 사연들은 우리 일상이 미술보다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나는 존재란 점을 말에 대해 말한다. 마치  편의 드라마를 미술관에서 잔잔히 상영하는 , 세상에이런 인연도 있음을 알리는 전시에 대해 창립자가 전한 관람객들이 치유의 경험을 하길 바란다 말에 공감하게끔 한다. 


기증된 것들을 바라보며 정작 나의헤어짐 어떠한지 되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목으로 사용된 실연이란 단어다. 전시의 정식 영문명은 <Museum of broken relationship>으로, ‘broken relationship’어감  연인 간의 이별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맺고 있는 관계가 어떤 관계든 싸워서 틀어졌을  정도를 뜻하는 포괄적 단어다. ‘실연 박물관 한국에 입성하면서 본디 연인 초점을 맞췄던 것에서 범위를 넓혀 가족, 친구, 반려동물 그리고 개인이 가졌던 희망과 꿈의 상실 등으로 확장됐다. 


그럼에도 전시의 명에 실연이란 단어를 사용해 마치 연인 사이에 일어난 헤어짐에 맞춘  비춰진다. 무릇 전시 명에 미루어  내용을 파악하기 마련인데, 이는 마치 연애에 실패함 정도로 정의되는 실연이 사용됨에 따라 전시가 연인에 관한 사연이 전부이겠다라는 첫인상을 남길  있음을 간과할  없는 것이다. 첫인상은  번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전시에 있어 전시 제목은 첫인상이다. <실연에 관한 박물관>, 연인 사이에 일어난 사연만 보여주는 것이 아님에도 단어 하나로 이별이란 영역을 제한한  아닐까그럼에도  전시가 의미 있는  미술의 영역 확장의 새로운 방향 제시 때문이다. 대중들이 다소 어려워했던 미술관이란 공간에 미술이 아닌, 대중들의 일상품을 끌어와 미술의 숙제  하나인 예술의 대중화에 다른 방향으로 기여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중 참여 예술, 일상도 예술이   있음을 증명하는 전시는 미술 없는 공간 미술 전시란 칭호가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 전시전경 이미지제공: 아라리오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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