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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16, May 2016

레슬리 드 차베즈_이성이 잠들 때

2016.3.17 – 2016.5.1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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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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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낯익은



그것이 어느 나라든, 현대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과거에 대해 아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근대에 대한 논의가 분분한 우리나라 역사에도분명 현대와 과거 사이에 일종의 인과관계 혹은 분리·단절이 존재한다. 비행기로 4시간, 필리핀은 결코  나라가 아니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우리에게 아니필자에게 필리핀은 아주 파편적이고 단편적인 이미지로 존재해왔다. 레슬리  차베즈(Leslie de Chavez)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고국인 필리핀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가 사용하는 상징과 알레고리의 기저에도 개인적 체험 외에 식민주의, 정치, 종교  사회의 과거이자 현재 모습이 심겨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지난한 식민 지배의 역사를 가진 나라다. 스페인, 미국, 일본에 의해 거의 4세기 동안 국권을 상실했다. 


그리고 2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던 그해, 그러니까 대한민국이 독립을 선포한  이듬해 필리핀도 자유를 맞이한다. 그런데  이후에 일어나는 일들이 낯설지가 않다. 해외로부터 차관을 유치해 재정안정을 도모하고,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하면서 공산주의 세력을 소탕하겠다며 권력을 잡은 마르코스(Ferdinand Emmanuel Edralin Marcos) 대통령이 72년부터 계엄령을 선포하고 21년간 독재의 길을 걷게  것이다. 레슬리는 바로  마르코스의 콘크리트 두상을  위에 놓고 그것을 오래된 침대에 설치한 작품, <The specter>(2016) 선보인다. 침대 근처 벽에 쓰인 이름들은 독재 기간 동안 고문당하거나, 납치되거나, 실종된 희생자들의 이름이라고 한다.  설치 작업외에도 레슬리의 작품  인물들은 온전한 신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머리만 있거나, 상반신만 나오거나 조각상은 무릎 높이에나 겨우 닿을까 말까한 정도다.고통 어린 역사의 피해자는 결국 개인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회화작품의 경우 마치 벽화의 일부를 떼어 걸어놓은 것처럼 보인다. 얼룩덜룩한 물감 흔적들, 매끈하지 않은 질감들 때문이다. 성난 민중 아무개가 그렸을 같기도 하다. 그러나 레슬리의 회화기법은 아마추어리즘을 뛰어넘는다. 오히려 성스러움을 내려놓은 종교화나 제단화처럼 온갖 사회악을 제물로 바치며 그의예술은 대신 존재 이유를 확인받는다. 충분히 낮춘 조도로 인해 <24>(2014) <32 추종자의 리타니 기도문(Litany of the 32 Devotees)>(2014) 옆의 벽면에는 크고 작은 그림자들이 생긴다. 실물보다 커다란 그림자들이 작품을 에워싼다. 그렇게 그림자처럼 필리핀의 과거는 현재에 달라붙어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일 테다. 그래서인지 전시공간은 일반적인 화이트 큐브가 주는 세련된 위압감 대신 고단한 역사를 가진 어떤 나라의 박물관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준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고야(Francisco Goya) 판화 ‘Los Caprichos’ (1797-1799) 연작  43번째 작품인 <The Sleep of Reason Produces Monsters>(1799)에서 비롯되었다.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 문장에서 의도적으로 앞부분만 취함으로써 괴물 같은 힘이 봉기하는 사회의 모습을관람객 스스로 상상하게 한다. 고야는  작품으로 당시 스페인 사회의 부패와 잔혹함을 다소 우회적인 풍자의 수법으로 비판했으나, 레슬리는 그보다는 직설적인 쪽을 택한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정부패, 폭력, 모순에 분노함을 감추지 않는다. 정치적 이유로 작품이 전시장에서 철수되고, 작가가 잡혀가는 나라에살고 있기에 작가에 대한 염려가 생겼다. 그러자 필리핀 정치인들은 다른 사람에겐 관심이 없어서, 작가가 이런 작업을 하는지도 모를 이라는 자조적인 답변만 돌아온다. 그러나 정작  무관심이 필리핀의 현대미술 씬을  대범하게 할는지도 모르겠다. 조용하지만 용감한 수많은 시도가 예술을, 사회를 바꿀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전시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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